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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1.29 | 조회수 : 171

제목 : 아랍의 봄, 그 후 10년 (2021.01.29)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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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시디 부지드에서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분신 시도를 했을 때,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몰랐을 것이다. 아랍 세계의 사회 불안을 뒤흔들며 그는 탈식민지화 이후 아랍 지역 최대 변화를 이끌었다.

먼저, 튀니지에서는 자스민 혁명이 일어났다. 이 혁명으로 인해 오랜 기간 대통령직에 있었던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가 축출되었다. 시위는 빠른 속도로 다른 아랍 국가까지 퍼졌고, 그 결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 카다피,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등 독재 정권에서 물러나는 이들이 생겼다.

한편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내전의 대가로 계속해서 권력을 쥐고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약 5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 백만 명이 해외로 피난 갔으며 또 다른 수 백만 명은 시리아 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시리아 내전은 시리아를 러시아에게 내주는 꼴이 되었고, 시리아 영토는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의 무대가 되었다.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혁명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이들 대부분은 그들이 원하던 민주주의를 얻지 못했다. 예멘의 ‘커피 혁명’은 곧 중앙 정부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이어졌다.

알리 압둘라 살레는 퇴임했지만 예멘인들에게 위안이 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 세력 진압에 잔인하게 개입하면서 예멘을 사우디와 이란의 전쟁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이 되었다.

한편 리비아는 서방의 인도주의적 개입에 의해 정권이 바뀌었지만 혼란에 빠진 상태이다. 2011년부터 리비아에서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집트, 러시아,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 외부에서 다양한 세력을 지원하고 있으며 변절한 군 장교나 지역 군 지도자도 계속해서 세력 다툼을 하고있다.

아랍의 봄이 붙인 불은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2019년 2월, 알제리에서는 히라크 운동이 일어났다.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5선 출마를 선언한 지 6일만의 일이었다. 시위로 인해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퇴임했으며, 2019년 12월에는 큰 규모의 대통령 선거 보이콧이 있었다. 해당 선거에서 승리한 압델마지드 테분 당선인은 영원할 것으로 보이는 군부 통치의 새 민간인 대표일 뿐이다.

아랍의 봄은 많은 국가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몇몇은 정권을 유지했고 위압적인 군부 통치가 여전히 활발한 곳도 있지만, 보통은 조작된 선거로 얻은 약한 정통성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이는 특히 부족주의나 이슬람주의적 정서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모로코,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종교적인 이유로 정통성을 얻은 아랍 왕정 국가가 유사 대통령제 민주주의 국가보다 훨씬 안정적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아랍의 봄으로 인해 약한 정권이 드러나면서 수니파 테러 단체인 IS가 시리아, 이라크, 정부가 관리하지 않던 시나이반도에서 나타났다. 해당 지역 군대와 평화유지군이 IS를 토벌했지만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에는 여전히 잔여 세력이 있다. 약한 정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언제 IS가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사람들은 이제 정치 이슬람에 선거 희망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지난 10년동안 세속주의 전제 정치를 대체할 것으로 떠올랐다. 자유 선거가 있었던 곳에서 모두 이슬람주의 정당이 승리했다. 예컨대 튀니지 에나흐다당은 튀니지가 유일하게 아랍의 봄에 성공하는데 필수 요소였다.

이집트에서는 2012년, 무슬림 형제단 소속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집권 1년도 채 안되어 엘시시가 이끄는 군부가 무르시를 축출하였고 무바라크 정권보다 억압적인 정권을 세웠다.

최근 중동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에 출간된 회고록에서 그가 이집트 청년이었다면 2011년, 타흐리르 광장 시위에 참여하러 나갔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대신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과 동맹이었던 무바라크 정권과 벤 알리 정권을 희생하여 새로 중동 전략 계획을 세웠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왕세제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왕세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바라크 축출과 무르시 당선을 인정하는 것은 미국이 장기적으로 신뢰할만한 동반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일조한다고 명확히 표했다.

아랍과의 동맹을 저버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을 논의했다. 이렇게 미국은 대아시아 전략의 우선순위를 조정했고 이 틈을 타 러시아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비아랍 국가인 이란, 터키, 이스라엘은 항상 아랍의 고난을 기회로 삼았다. 미국이 IS 퇴치에 바쁠 때 이란은 궁지에 몰린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며 이란군을 이스라엘 국경을 따라 배치했다. 배치된 이란군은 이제 시리아를 넘어 이라크, 레바논을 통해 지중해까지 뻗어있다.

한편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터키는 국경 근처에서 쿠르드 국가의 탄생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시리아 난민의 터키 유입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무기가 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에서 그의 독재적 행보를 비난할 시 난민 수백명을 유럽으로 보내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아랍세계의 변화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아마도 이스라엘과 관련된 사안일 것이다. 이스라엘을 미국에서의 실세이자 신뢰할만한 이란 대항 동맹으로 여기면서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수단 등 몇몇 아랍국가는 양국 관계를 정상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이에 동참하게 되면,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아랍-이스라엘 갈등은 사실 상 끝날 것이다. 이는 중동 정치 패러다임의 극적인 변화이다.

2021년에도 아랍의 지정학적 국면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아랍인들이 민주주의에 다시 한번 동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그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출처: “Arab Spring ten years later”, Shlomo Ben-Ami, The Korea Times, Dec 22, 2020

https://www.koreatimes.co.kr/www/opinion/2021/01/197_301249.html#.YA6zU4WoR1w.link

기사 날짜: 2020.12.22 (검색일: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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