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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9.17 | 조회수 : 162

제목 : 난민에 대한 공포가 아프가니스탄 위기에 대한 반응을 형성하면 안 돼 (2021.09.17)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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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난민 위기’의 공포에 사로잡힌 서방 국가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이 새로운 이주민의 급증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015년 난민 위기’의 공포가 초래하는 비관적인 전망이 탈레반으로부터 도주하는 이 사람들을 돕는 방안 마련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력한 차기 독일 총리 후보 아민 라셰트(Armin Laschet)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는’ 사건으로 표현한 이 위기의 그림자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서방 국가의 반응을 결정짓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EU-터키 난민 송환 협정’ 체결로 2015년 위기가 일단락된 후에도 서방 국가들은 터키, 모로코, 벨라루스가 이주자들의 유럽연합 영토 진입 허용을 무기로 행사하는 다양한 정치적 압력에 시달려 왔다.

 

공포가 만들어 내는 반응; 비난 게임과 이중적인 태도

가디언은 과장된 공포가 형성하는 서방 국가들의 반응 양상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비난 게임의 양상이다. 이것은 최근 며칠간 영국 정부에서 두드러졌다. 군 고위 소식통들이 재정착 확대 노력을 방해한다며 내무성을 비난하는가 하면, 국방부 장관 벤 월리스(Ben Wallace)는 외무부가 그들의 외교관들을 카불(Kabul) 밖으로 재빨리 빼내고, 18세의 졸병들에게 비자 신청 업무를 처리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비난 게임은 우리가 실패할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다른 하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서방 국가들의 모습이다. 유럽의회 의장 사솔리(David Sassoli)는 박해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망명이 허락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표리부동한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주 프랑스가 프랑스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유럽으로의 변칙적인 이주민 유입을 막는 강력한 유럽연합 계획을 요구했다. 일부 국가들은 망명 신청이 거절된 아프간 난민들의 추방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스트리아는 이들을 안전하게 아프가니스탄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면 제3국에 추방 센터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뒤늦게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아프간 사람들의 재정착 확대 방안을 궁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잘못된 방식으로 영국에 들어와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을 처벌할 국경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국경정책은 점점 더 2015년의 반복을 피하고 싶다는 바람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공포를 떨치고 현실에 근거하여 논의를 시작해야

가디언은 서방 국가들이 난민에 대한 과장된 공포를 떨치고, 정치 지도자들이 희망하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이주의 현실’에 근거하여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전쟁 때문에 지난 수년간 많은 사람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쳤다. 전쟁 당사자 어느 쪽 할 것 없이 심각한 인권 학대와 전쟁 범죄를 자행하여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혀 왔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내의 난민 사정은 더 심각하다. 유엔난민기구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올 초 이후 난민이 되어 자국 내에 머물러 있는 아프간 사람들이 이미 5십 5만 명이다. 이 중 80%는 여자와 아이들이고, 많은 사람들이 카불에서 기초 생필품 제공이나 의료 지원도 받지 못한 상태로 노숙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아프가니스탄 내의 난민은 2백 9십만 명이었다. 현재 인접 국가들의 국경 봉쇄로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이 사람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자국을 탈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디언의 세 가지 제언

가디언은 영국 정부나 다른 정부들이 아프간 난민들의 대피나 재정착 노력에 힘써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국제사회는 더 많은 기금이 필요하다는 유엔난민기구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영국을 포함하여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원조를 줄여왔다. 둘째, 국제사회가 합심하여 아프가니스탄의 이웃 국가들을 도와 그들이 그들의 국경을 열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이란이나 파키스탄과 같은 아프가니스탄의 이웃 국가들이 홀로 이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취약한 사람들 2만 명의 재정착을 돕겠다고 제안한 캐나다처럼 그렇게 할 능력을 가진 영국이나 다른 국가들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국은 이미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프간 망명 신청자들을 사면하고, 가족들이 더 쉽게 재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방 국가들은 가디언의 주장처럼 아프간 난민들을 도울 능력이 있으며 또 도와야 한다.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서방 국가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만일 2,30년 후에 비관론자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기후난민 문제가 본격화된다면 현재의 분쟁난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인류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 규모가 현재의 분쟁난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방 국가들이 아프간 난민 문제를 가능한 한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할 때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출처: Daniel Trilling, “Fear of refugees must not shape the response to Afghanistan’s crisis”, The Guardian, Aug 18, 2021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1/aug/18/fear-refugees-afghan-crisis-taliban

기사 날짜: 2021.08.18 (검색일: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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