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전 튀니지 대통령 카이스 사이에드(Kais Saied)가 일으킨 쿠데타는 헌법 동결과 의회 및 국가 반부패 기관, 최고사법위원회 해산 그리고 헌법재판소 설립 취소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튀니지의 인권 상황 역시 이에 못지않게 비극적이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엄격한 조치를 내렸던 작년 7월 25일 이래로 국회의원, 정치인, 판사를 포함해 수십 명이 가택 연금되었다. 누레디 비리(Noureddine Bhiri)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공식적인 혐의를 받지 않고 체포영장 없이 구금을 당했으며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10년간 민주주의를 누려온 튀니지를 어떻게 어두운 길로 끌고 갈 수 있었을까. 도대체 누가 튀니지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을 돕고 있는 것일까. 

우선 사이에드가 노골적인 쿠데타를 초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이집트와 리비아의 지원을 받아 튀니지의 민주화 여정을 끝내기 위해 튀니지의 소위 자유주의자들과 협력해왔다. 그리고 그들이 공통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는 정치적 이슬람이었다.

전 독재자인 벤 알리(Ben Ali) 시대에는 90년대 초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의 전쟁을 통해 처음에는 정치적 이슬람의 영향력 확대에 적대감을 드러냈던 진보주의자들을 합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들에게 언론, 학계, 시민단체, 노동조합을 장악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고 이들도 그의 독재 정권을 지지했다. 튀니지 총노동조합(이하 UGTT) 집행부는 2011년 혁명 전날까지도 벤 알리를 따랐으며, 튀니지 여성 전국연합, 튀니지 민주 여성 협회, 튀니지 인권연맹(이하 LTDH)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프랑스 철학자인 폴 니잔의 유명한 책에서 언급된 ‘감시인(Watchdog)’과 같이 행동했다. 그들은 이렇게 조용히 독재 정치를 유지했던 것이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 실패와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일어난 시위들 이후, 7월 25일 사이에드 대통령은 튀니지의 향방을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자 의회의 부실한 기능을 이유로 들며 이번 쿠데타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이번 쿠데타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가 중동 전역에 독재 정치를 퍼뜨리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시도를 도운 것 이외에 이룬 것이 없다. 많은 현지 언론들은 튀니지의 2011년 혁명을 혼동의 원인으로 묘사하고, 민주주의를 국가 내 경제적, 정치적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는다. 이와 더불어 반정부 시위자들의 끊임없는 파업, 농성, 일자리 요구로 인해 취약했던 정치적 과도기에 경제를 어렵게 했다고 지적한다. 설상가상으로, 반혁명 세력과 정부는 코로나 19 대유행을 국민들을 통제하고, 정부 실패의 원인으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다. 그 결과로 지난해 7월 25일 사이에드 대통령이 예외적 조치를 발동하게 되었던 것이다. 

프랑스, 걸프 지역, 이집트, 리비아의 칼리파 하프타르는 지난해 튀니지 대통령의 움직임을 지지했으며 UGTT, 언론인 연합회, 다른 현지 민주 정당들은 이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사이에드는 그들을 자신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포함하지 않았고, 의회 내 세력이 가장 큰 제1당이자 역사적 숙적인 이슬람 엔나흐다(Ennahda) 당을 해산시키지도 않았다. 이처럼 민주주의와 폭정을 오가는 사이에드 대통령의 행보는 ‘부리단의 당나귀(Buridan’s Ass)’이라는 유명한 역설을 연상케 한다. 배고픔과 갈증을 느끼는 당나귀가 건초와 물통 사이에 놓여있는 가상의 상황으로,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할 수 없어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게 된다. 

필자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의회 복권 및 사법감시단 복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며 튀니지 시위에 대한 국제언론의 끊임없는 보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처럼 심각한 재정적자와 물가 상승 등 경제적 여파와 정치적 혼란이 뒤섞인 가운데 튀니지는 이러한 정세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튀니지 사회가 이제는 부정, 부패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자립적인 해결방안을 발견하기를 기원한다. 

출처: Ahmed Ghiloufi, President Saied and Tunisia’s Enemies of Democracy : A tale of Buridan’s Paradox, Newsweek, Feb, 25, 2022

https://www.newsweek.com/president-saied-tunisias-enemies-democracy-tale-buridans-paradox-opinion-1682084 

기사날짜: 2022.02.25 (검색일: 202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