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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1.16 | 조회수 : 310

제목 : 시리아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2023.01.16)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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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리아 내전은 독재에 대항한 한 소년의 낙서가 도화선이 되어 시작되었다. 시위는 시리아 전역으로 확산하였고, 알아사드(Al-Assad) 정권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저항하는 국민들을 탄압했다. 결국 시위는 내전으로 모습을 바꿔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다른 아랍 국가에서 발생한 내전과는 달리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종파 갈등으로 번지고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접국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의 양상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내전의 혼란을 틈타 세력을 키워 온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시리아 북부를 점령하면서 시리아는 정부군과 시리아 민주군(QSD), ISIL 3대 세력이 대치하고 있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시리아 국민이 국토를 떠나게 했으며, 내전으로 인한 시리아 난민 문제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유럽연합(EU)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을 수용했으나, 전 세계에 산발적으로 분포된 난민 캠프의 상황은 나날이 악화하여 갔다.

시리아 상황의 원인에는 국내외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으며, 시리아 내전의 당사자 및 이에 연관된 이해 당사국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시리아 정부군이 점령하고 있는 북부지역은 주요 소득원인 석유 및 석유 정제품의 수출이 막히면서 경기가 침체하고 있으며, 시리아 국민의 삶도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석유 제품의 수출에 의존하는 시리아에서는 시리아 리라·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 경제 위기는 시리아 국민에게 훨씬 더 직접적이고 혹독하게 다가왔다. 시리아 국민은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견디다 못한 수와이다(Al-Suwayda)시를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자유 억압에 반대’, ‘굶주린 국민은 정부의 몫’이라는 슬로건을 든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 경제 침체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부군 통제 지역에서 민중 시위는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민중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정권의 위협적인 탄압 때문이 아니라 2011년 시위 당시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실패를 경험한 시리아 국민들이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다.

2011년 대규모 시위는 ‘실패 국가’라는 오명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고, 주변의 몇몇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시리아를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이름뿐인 야당은 현 정권에 대응할 만한 능력은 꿈도 못 꿀 만큼 초라하기 짝이 없고, 시리아를 재건하기 위한 전략 및 조직적 체계도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리아의 이러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권 정권이 내놓는 정책 또한 자멸을 초래하는 정책이란 것이다. 정부는 공공 기관 및 학교·대학에 추가 공휴일을 지정했으며, 스포츠 활동을 중단시키고 이미 부족한 연료 지원금조차 완전히 폐지했다.

그러나 현 정권을 지지하는 주변국이 건재하는 한, 지금의 경제 위기가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리아의 정권을 등에 업은 기득권층은 암시장에서 연료를 밀매하거나 모든 경제활동을 독점하며 이익을 취하고 있다. 독일 슈피겔지(Der Spiegel)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레바논 헤즈볼라와 시리아 간의 마약 거래 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시리아의 교착상태를 타개, 더 나아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핵심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고 있는 주변국 간 국제 관계의 변화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를 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매몰되어 있고, 이 전쟁의 여파로 유럽은 연료 부족과 높은 물가의 이중고로 신음하고 있다. 또한 이란은 핵 협상의 교착상태에 빠져있으며, 자국 내에서 점점 고조되고 있는 국민 시위를 어떻게 잠재울지에 대해 고민이 깊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통해 국가 이익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입에 관여하고자 하며, 그보다 더 큰 그림은 튀르키예 국토를 지나는 공급 파이프라인을 통해 석유 및 가스를 재수출권을 따내고 싶어 한다. 이런 상황 속에 튀르키예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시리아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튀르키예 정의개발당은 튀르키예 남부와 이라크와 이란 접경지역인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무장 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최대 위협 세력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튀르키예는 시리아 내전 발발 당시 사우디, 카타르, 미국과 함께 아사드 정권을 비판하며 반군을 지지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튀르키예가 쿠르드 노동당의 위협으로부터 남쪽 국경을 수호하고 국경지대에 있는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을 본국으로 귀환시키기 위해 시리아 북부를 침공할 것인지 아니면 아사드 정권과 화해할 것인지 결정을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 정권은 튀르키예의 정의개발당에서 말하는 ‘화해’를 액면 그대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야당인 튀르키예 인민민주당(CHP)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2022년 12월 인민민주당에서 다가오는 여름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시리아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시리아 영토에 배치된 모든 튀르키예 군을 철수하며, 아사드 정부가 한 모든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서한이 유출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는 여전히 시리아 북부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튀르키예와 시리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협상한 바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후 시리아에서 군대, 방어시스템,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인 와그너(Wagner) 그룹을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서 러시아가 완전히 철수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국방부 장관 간 3자 회담을 통해 현재 쿠르드 노동자당이 점령하고 있는 시리아 국경지대를 시리아 국가군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시리아에서 쿠르드 노동자당을 축출하는 협정인 아다나 협정(Adana Agreement)을 부활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시리아의 수락을 받아내기 위한 압박용으로 연료 원조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란은 다음 달 시리아에 연료를 수송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현재 이란이 자국 내 대대적인 시위로 인해 시리아에서 일부 민병대를 철수했다고 할지 언정 시리아의 주도권을 포기했다거나, 혹은 시위로 인해 이란 정권의 존폐가 위협받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서방의 대이란 연료 금수조치로 인해 연료를 제때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내수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아니다. 이란은 연료 수송을 통해 자국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가령 시리아내 이란 주둔 지역에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기 위해, 시리아에 압력을 가해 튀르키예나 다른 아랍국가와 화해하지 못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이란은 시리아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시리아 사안과 관련한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시리아 내전에 깊게 개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핵 개발로 골머리를 앓게 한 이란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시리아 반군을 지지했다. 이와 더불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국제 연합군이 지원하는 시리아 민주군과 협력해 수니파 무장단체 ISIL과의 교전에만 개입했다. 현재 미국의 목표는 ISIL를 격퇴하고 시리아 내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여 러시아와 튀르키예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미국은 튀르키예의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대에서의 군사 작전 재개를 거부했고, 러시아 튀르키예 사이의 협력을 방해하는 대신 미동맹인 시리아 민주군에는 지원을 쏟아부으며 락까(Raqqa)시에 군을 재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시리아를 사이에 두고 튀르키예, 러시아, 이란, 미국 등 이해당사국들은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기에, 시리아 문제를 당사국 배제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인즉슨 모든 당사자가 협상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지 않는다면 시리아의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이 정점에 다다라 주변국을 돌아볼 여력이 없거나, 이란 민중 시위가 정권을 무너뜨릴 만큼 위협적이라 내정을 돌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해서, 시리아 문제에 개입할 여력이 없어진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리아 국민들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몸소 느껴야 한다. 그럴 때라야 시리아 국민들이 과거 실패를 극복하고 정권의 두려움에 맞서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다. 시리아 국민의 시위가 정권을 압박하는 순간이 온다면, 정치적 해결책을 끌어낼 수 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시리아는 매 순간 붕괴되고, 폭풍 속에 흔들릴 것이다.

 

 

출처: الاستعصاء السوري مستمر The New Arab, Dec 25, 2022

https://www.alaraby.co.uk/opinion/%D8%A7%D9%84%D8%A7%D8%B3%D8%AA%D8%B9%D8%B5%D8%A7%D8%A1-%D8%A7%D9%84%D8%B3%D9%88%D8%B1%D9%8A-%D9%85%D8%B3%D8%AA%D9%85%D8%B1%D9%91 

기사날짜: 2022.12.25 (검색일: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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