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강도로 해당 지역을 산산조각 냈으며, 이미 지난 10년간 내전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아 오고 있는 시리아 국민의 삶을 말할 수 없을 지경까지 몰아가고 있다.

현재까지 시리아 지진 피해지역에서만 6천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1만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는 실종자 수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가까스로 구조된 부상자 또한 수만 명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지진은 심각한 인명 피해를 남긴 것도 모자라 상상을 초월하는 물질적 피해를 남겼다. 몇 분 만에 주택 수만 채가 무너졌고, 그로 인해 수만 명이 집을 잃었다. 또한 병원, 전기, 수도, 위생과 같은 중요한 사회 기반 시설도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지진은 시리아인들에게 물질적 피해만큼이나 정신적 피해도 남겼다. 현재 900만 명 이 넘는 시리아인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중 약 500만 명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시리아에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커진 데는 지진 이후 구조과정에서 신속하지 못한 유엔의 대처도 한몫을 했다.

지진으로 시리아와 튀르키예의 유일한 인도주의적 통로인 밥 알하와(Bab al-Hawa)가 무너져 내리면서, 시리아 북서부 수천 명의 사람들은 구호 단체의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3일 동안 잔해 속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에 대해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ICG)의 시리아 담당자 다린 칼리파(Dareen Khalifa)는 “시리아로 들어갈 방법은 백만 가지가 있다”며, “유엔이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더 현명하게 접근해야 했고, 어떤 통로를 찾아서라도 들어가야 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밥 알하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1월 허가한 유일한 인도주의적 국경 통과지역이지만, 밥 알살라마(Bab al-Salam), 자라불루스(Jarabulus), 알라이(al-Rai)와 같은 다른 국경 통과지역도 비공식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상태이다. 유엔은 다른 통로를 이용해 신속한 지원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3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두었다.

또한 시리아 북서부지역의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도 이에 더해졌다. 북서부 지역은 반군이 장악한 지역으로 시리아 정부 차원에서 해당 지역으로 구호품을 전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이유로 유엔은 시리아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까지 넋 놓고 기다린 셈이 되었다.

3일이라는 귀한 시간 동안 시리아 북서부에서는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깔려 구조를 기다리다 죽어가는 이웃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시리아인들은 유엔 깃발을 거꾸로 흔들며 항의와 좌절의 몸부림을 쳤다. 마틴 그리피스(Martin Griffith)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유엔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시리아 북서부 실망시켰다”며, “우리는 그들을 방치했고, 시리아인들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가능한 한 빨리 개선해 나갈 것이라 의지를 다졌다.

2월 9일 드디어 유엔은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부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재개했다. 밥 알하와를 통해 튀르키예와 시리아내 유엔 창고에서 가용한 모든 구호품이 시리아 북부로 전달되었으며, 몇 시간 뒤 유엔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긴급 구호 기금을 2500만 달러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시리아를 위한 구호기금으로 2500만 달러를 추가로 할당하였다.

지금은 유엔의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40대가 매일 시리아 북부로 운행하고 있으며, 이는 지진 발생 이전과 비교했을 때 2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또한 밥 알하와 이외에도 밥 알살람과 알라이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구호 물품 트럭 또한 현재까지 380대를 넘고 있다.

그러나 초기에 신속한 지원을 조달하지 못한 대가는 컸다. 초기 구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쳐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비난은 피해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유엔의 실패는 시리아의 정치적인 원인도 있지만, 국제법에 대한 매우 좁은 해석의 결과이기도 하다.

2014년, 시리아 정부가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 북부와 북서부의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대한 원조를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보리는 결의안 2165호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할 방법을 이미 마련해 놓은 바 있다. 해당 결의안의 2조에는 “유엔 인도주의 기구와 그들의 이행 파트너들은 시리아 당국에 고지 후,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국경 이외에도 분쟁 지역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밥 알살람, 밥 알하와, 알야루비야(al-Yaarubiyah), 알람타(al-Ramtha) 국경 검문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해당 결의안은 시리아의 정치적 상황과 별도로 인도주의적 지원의 경로를 터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법은 명확한 해석 없이는 유효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가 주권에 따라 당국의 허가가 없이 이웃 국가에서 들어오는 인도적 지원을 반군 점령지에서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국제 인도주의 법에 따르면 당사자들은 임의적인 이유가 아닌 타당한 법적 이유에 의해서만 동의를 보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사자들은 제안된 지원 경로에 대한 군사 작전이 임박했기 때문에 ‘군사적 필요’를 이유로 일시적으로 합의를 거부한다면 유엔은 어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국가가 적군을 약화시키거나 민간인의 기아를 초래하거나, 민간인 지원을 거부하는 것 등의 이유로 법적 동의를 보류할 수 없다. 그러한 자의적인 이유로 동의를 보류한 경우에는 동의 없이 구제 활동이 적법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하여 유엔이 시리아 구조활동을 할 수 있었음에도 국제법에 대한 좁은 해석이 유엔의 구호 활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시리아가 신음하는 동안 신속하게 움직일 방법도 있었고, 동시에 그렇게 해야 했을 의무가 있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유엔 법무국이 이 사안에 대한 사례를 조사하고, 유엔 기관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것이 힘든 상황이라면, 유엔 산하 기관이 자체적으로 외부에서 법률 자문을 구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음에도 유엔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진 발생 3일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비유엔 구호단체는 이미 다른 국경을 넘고 있다"며 "유엔 차원에서 가능한 한 많은 국경에서 구호 활동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는 세계적인 관용과 연대, 외교의 진정한 시험대이다. 국제사회는 자연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추가적인 인도주의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상 유지를 타파하고, 단기적 재난에 대응하기보다 인도적 지원이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그 말인즉슨, 유엔은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국제법을 재해석하고 더 효율적인 원조 조달을 위한 체계를 개편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유엔이 시리아에서 보여주었던 실패한 3일이 미래의 성공적인 원조를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출처: معاً لمنع كارثة إنسانية أخرى عقب زلزال سوريا, aawsat, 28 Feb 2023

http://aawsat.com/home/article/4183616/%D9%85%D9%87%D9%86%D8%AF-%D9%87%D8%A7%D8%AF%D9%8A/%D9%85%D8%B9%D8%A7%D9%8B-%D9%84%D9%85%D9%86%D8%B9-%D9%83%D8%A7%D8%B1%D8%AB%D8%A9-%D8%A5%D9%86%D8%B3%D8%A7%D9%86%D9%8A%D8%A9-%D8%A3%D8%AE%D8%B1%D9%89-%D8%B9%D9%82%D8%A8-%D8%B2%D9%84%D8%B2%D8%A7%D9%84-%D8%B3%D9%88%D8%B1%D9%8A%D8%A7

기사날짜: 2023.02.28 (검색일: 2023.03.06)

출처: عن "خذلان" الأمم المتحدة للشمال السوري... قراءة في القانون ومخرجاته, raseef22, 03 Mar 2023

http://raseef22.net/article/1092208-%D8%B9%D9%86-%D8%AE%D8%B0%D9%84%D8%A7%D9%86-%D8%A7%D9%84%D8%A3%D9%85%D9%85-%D8%A7%D9%84%D9%85%D8%AA%D8%AD%D8%AF%D8%A9-%D9%84%D9%84%D8%B4%D9%85%D8%A7%D9%84-%D8%A7%D9%84%D8%B3%D9%88%D8%B1%D9%8A-%D9%82%D8%B1%D8%A7%D8%A1%D8%A9-%D9%81%D9%8A-%D8%A7%D9%84%D9%82%D8%A7%D9%86%D9%88%D9%86-%D9%88%D9%85%D8%AE%D8%B1%D8%AC%D8%A7%D8%AA%D9%87

기사날짜: 2023.03.03 (검색일: 2023.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