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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3.27 | 조회수 : 201

제목 : 예멘 이주: 죽음에서 죽음으로의 도망 (2023.03.27)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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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존재하는 나라는 더 이상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라는 명제는 많은 예멘인들이 8년간의 전쟁 동안 어렵게 내린 결론이다. 압박 속에서 수백 아니 어쩌면 수천만명의 젊은이들이 삶을 찾아 이민이라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지옥 같은 전쟁에서 도망치는 일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즉 미사일, 포탄, 지뢰에 걸려 죽는 것이나 이주 도중 거친 바다에 빠져 죽는 일은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는 홈페이지에서 불법이민자들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혼합이주”란 각기 다른 이유로 불법 이주하는 사람들의 대거 유입과 교통수단을 타고 같은 길을 걸어 이주하는 사람이 혼재된 형태를 말한다. 남성, 여성, 아동 등 이 여정에 발을 디딘 사람은 무력충돌이나 박해로 인해 집을 떠나야만 하거나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서 이동한다.

이주와 밀수는 전쟁의 양면이자,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는 두개의 실선이며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벗어나 자비가 없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말문을 뗀 아흐마드 이사(Ahmad Issa)는 이렇게 말했다. “바다에 빠져 죽는 사람은 비극에 빠진 국민을 보여주는 한 단면에 불과하다. 그는 조국의 지옥에 남아있던 사람이고 우리는 1초마다 수백만번 익사한다. 우리는 죽고 노숙자가 되며 국민을 죽음으로 내던진 국가는 국민을 신경 쓰지 않는다.”

예멘 청년들은 죽음보다 삶이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주 독일 예멘 대사관은 2023년 1월 25일 수요일에 3명의 예멘인이 전쟁과 열악한 예멘의 상황을 피해 벨로루시 국경을 건너던 도중 동상으로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압둘라 알 하시미(Abdullah al Hashemi)는 밀수로 이주에 성공한 이주자다. 그는 “운이 좋은 소수 예멘 이민자들은 고통을 겪고도 끝내 살아남기도 하지만 국경 경비대의 추적에 대부분은 죽임을 당한다”고 말하면서 국경 경비대의 악랄함에 대해 폭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국경경비대는 구타와 학대를 일삼고 이주민들을 발가벗겨 그대로 내버려두며 심한 통증으로 기절할 때까지 때리는 것이 이주민들의 현 주소라 말한다.

이들 이주민의 모습을 상상하자면 영하의 혹독한 추위에서 예외 없이 발가벗겨지고 고문과 구타를 당해 힘이 하나도 없는 앙상한 사람을 떠올리면 된다. 심한 구타로 기절한 난민을 어떻게든 깨워 또 때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듯 나체 상태가 된 이주민은 전 재산을 빼앗긴다.

또다른 이민자 칼라드 와합(Khaled Wahhab) 은 “이민자가 겪는 모든 불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단을 가지고 다시 일어선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물에 도달하게 다시 공을 던진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자비도 없는 조국에서의 삶은 위험이 도사리는 바다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힘든 이민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에서 굶주림과 질병과 길거리를 전전하며 추위와 목마름을 겪은 후 예멘 이민자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예멘에서 이어지는 굶주림, 가난, 실업이라는 삼재에 좌절하고 더욱 용감하게 현실을 마주했다.

그 외에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가려져 있는 이주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 한 명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두뇌유출의 문제다.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전쟁을 멈추고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다.

예멘 이주민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이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잔혹하고 혹독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이란 찾아볼 수 없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우리 나라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라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과연 맞는지 충격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선진국들이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볼멘소리를 하는 상황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는 나라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자국의 이익 실현도 좋지만 기후위기, 대테러 등 전 세계가 함께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 산적한 반면, 고통받는 국가를 외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도주의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로 위기에 처한 예멘 이민자들을 돕는 일이 국제적 공조의 선례로 남는다면, 전 지구적인 문제해결에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모든 예멘 이민을 괴롭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다. 언제까지 예멘은 국민을 계속 추방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출처: هجرة اليمنيين ... الهروب من الموت إلى الموت , Alarabiya, Feb 19, 2023

http://newsyemen.news/new/91097

기사날짜: 2023. 02. 19 (검색일: 2023.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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