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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4.17 | 조회수 : 209

제목 : 영국의 언론사,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 머물고 있는 예멘 난민의 고통을 보도하다 (2023.04.17)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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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 년 간 유럽에서 발생하였던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일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럽 각국의 화합과 연대를 목적으로 설립되고 그 세를 확장해 온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탈퇴를 역사상 최초로 선언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가 거론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그리스가 채무 불이행으로 결국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발현된 유럽 발(發) 경제위기 발생우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두 사건만큼 혹은 그보다 더 유럽을 혼란과 갈등의 수렁에 몰아넣은 사건은 바로 ‘이주민과 난민 문제’이다. 그들의 국적은 매우 다양하지만,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과 마주하고 있는 아랍지역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해당 지역에서 셀 수 없이 발생하였던 내전 및 종파갈등과 같은 정치적 혼란과 소득감소 및 일자리 상실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근 10여 년 간 유럽으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이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럽으로의 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주요 경로는 작은 선박에 승선하여 지중해를 건너는 것과, 튀르키예를 거쳐 동부유럽을 횡단하는 것이다. 이 두 경로와 함께 최근 엄청난 수의 이주민과 난민들이 운집해 있는 지역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폴란드와 벨라루스 간 국경이다. 이 국경을 통해 내전의 공포와 후티반군(Houthi)의 위협을 피해 이주를 선택한 예멘 난민의 입국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언론사 중 하나인 오픈 디모크라시(Open Democracy)가 폴란드 국경수비대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보도한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를 통해 폴란드로 입국하려는 시도가 2021년에 4만 건 이상, 지난 해인 2022년에는 만 5천건 이상 기록되었다. 온갖 위험과 죽음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의 안전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 머물고 있는 예멘 난민의 이야기를 2019년 한 해 동안 그들의 이주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부구밀라 홀(Bugumila holl)이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오픈 디모크라시가 보도한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홀 연구원은 그의 보고서에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2021년 8월까지 폴란드와 벨라루스 간 국경 전반에 걸쳐 최소 3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작성하였으나, 사망자의 시신이 발견 전 야생동물에 의해 훼손되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실제 사망자 수는 그 이상일 것이라 첨언하였다. 그는 그가 직접 만난 예멘난민의 이야기도 보고서에 함께 수록하였다. 벨라루스와 폴란드 간 국경을 통해 독일에 도착한 그들은 동유럽의 숲을 ‘무덤’이라 비유하였다. 그들 중 한 명은 연구원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보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원은 국경지역에서 발생한 그 어떠한 공포와 고통도 전쟁과 재난 하에 살고 있었던 그들의 이주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는 예멘의 현 상황과 예멘난민들이 어떻게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국경에 대거 운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되어 있다. 예멘은 지난 8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어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질오염으로 인해 콜레라가 창궐하였고 이에 더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까지 휩쓸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후티반군의 통치를 받는 지역에서는 임금체불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으나 강압적인 통치로 인해 사람들은 계속 고통을 숨기며 인내하고 있다. 후티반군은 어린 아이들까지 징병하여 전장으로 내모는 반(反)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예멘인이 이주를 선택한다. 일부는 홍해를 건너 지부티로 건너가거나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오만과의 국경을 넘지만, 2021년 벨라루스 대통령이 비자발급규제를 해제한 이래 유럽으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이들이 대거 벨라루스로 입국하여 폴란드 국경으로 이동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경봉쇄정책이 재시행 되었지만, 항공편을 통해 러시아로 이동한 후 육상국경을 통해 벨라루스로 밀입국이 가능하여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입국을 원하는 이들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즉, 현재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 머물고 있는 대다수의 예멘인은 합법적인 경로로 입국하지 않은 밀입국자임과 동시에 불법체류자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의 인권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홀 연구원이 만난 또 다른 예멘난민이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이를 생생히 알 수 있다. 그가 더 이상 구타를 당하지 않기 위해 죽은 척하였을 때,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는 그의 목구멍에 날 있는 무기를 집어넣었다고 한다.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는 난민들을 폴란드로 쫓아내기 위해 지시에 불응할 시 철조망을 자를 때 사용하는 앵커 볼트(Anchor bolt)로 난민들의 손가락을 절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조롱하며 소총이나 나뭇가지로 폭력을 행사하였다. 목숨을 잃은 난민들의 시신을 수송차량에 실어 폴란드 영토에 몰래 암매장하기까지 했다.

벨라루스 국경수비대의 폭력과 인권유린을 피해 국경을 넘어 폴란드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예멘 난민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 2021년 9월 2일에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동부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당지역의 보호와 경비를 담당하는 군인들의 중무장을 지시하였다. 난민들의 이동을 탐지하고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동부국경지대에 속한 180여 개 마을은 중무장한 국경수비대와 경비견 그리고 무인 비행기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이도 모자라 소집령을 발령해 폴란드 전국 각지에서 소집된 군인, 경찰, 국토방위군이 대거 동부국경지역으로 모여들었다. 언론인, 인도주의 단체의 활동가 및 민간인은 해당지역으로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 그 실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폴란드 국경수비대 대표부가 임신한 여성, 생명이 위독한 이들을 포함하여 5만 명 이상의 난민들을 벨라루스 영토로 강제 이송하였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보아 국경지대에서 난민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사망하는 비극이 진행형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난민들의 이주를 저지하려는 벨라루스와 폴란드, 양 국 국경수비대의 모진 압박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예멘난민이 그들이 정착을 희망하였던 서유럽에 도착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들의 이주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연대와 관대함 그리고 친절함이다. 홀 연구원은 그가 만난 예멘난민들이 폴란드 동부에 위치한 숲에 숨어 국경수비대의 수색을 피할 때 식량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돌보았다고 전했다. 후세인(Hussain)이라는 이름의 한 예멘 난민은 자신이 늪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동료들이 자신을 구조하여 마른 옷가지를 덮어준 것을 언급하며 동료들이 보여준 형재애가 없었다면 국경수비대의 감시가 삼엄한 벨라루스와 폴란드 간 국경지역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국경지역으로 출입한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벨라루스와 폴란드 정부가 자행하는 폭력에 대항하여 예멘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 그들은 예멘난민들에게 따뜻한 수프와 물, 간식, 의류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를 나누어 주었다. 그들이 제공한 조그만 온정과 지원물품이 예멘 난민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주고 있다.

난민수용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들을 수용함으로써 사회적 혼란과 갈등, 경제적 부담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수용국 사회의 주민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위해 험하고 위험한 이주를 선택한 난민들의 모진 고통을 헤아려 그들과 연대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연민을 베풀어 주기를 바란다.


출처: صحيفة بريطانية تسلط الضوء على معاناة رحلة اللاجئين اليمنيين إلى اوروبا, Alomana, Feb 12, 2023

http://al-omana.net/m/details.php?id=194241

기사날짜: 2023. 02. 12 (검색일: 2023.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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