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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4.17 | 조회수 : 266

제목 : 튀르키예 대지진만큼이나 파괴적인 난민들을 향한 혐오표현과 차별 (2023.04.17)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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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 6일에 발생한 두 번의 파괴적인 대지진은 튀르키예 전역을 뒤흔들었다. 튀르키예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들 중 하나가 되었다.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난민들은 계속해서 혐오표현과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미리 방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욱 큰 문제들과 파멸을 마주하게 될 것이란 예언은 과하지 않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지진으로 인한 상처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지만, 혐오표현들과 활동들을 통해 다시금 튀르키예 사회에 상처 입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난민을 향한 혐오표현을 이번 대지진 역시도 막아내지 못했다. 지진과 자연재해는 난민을 차별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향한 혐오표현과 차별은 예술계를 비롯해 정치계까지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들 역시 지진의 피해자다. 그들 또한 모든 지진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대피소와 식량 부족, 난방공급 부재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 외에도 그들은 각종 혐오표현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포그롬(Pogrom)은 종교, 인종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한 집단에게 행하는 폭력적인 행위를 뜻하는 용어이다. 최근에는 난민들을 향한 혐오표현으로서 시리아인 혹은 아프가니스탄인과 같은 다양한 집단을 공개적인 타깃으로 삼는 행위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특히 앙카라 혹은 이스탄불과 같은 대도시에서 여러 폭력 행위들이 일어났으나, 현재에는 튀르키예 전역에 걸쳐 만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난민 문제에 대한 공감능력 역시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카흐라만마라슈(Kahramanmaraş)를 중심으로 두 번의 대지진이 일어난 후에는 난민들을 향한 더욱 많은 도발들이 일어났다. 난민들이 구호 트럭을 약탈하고 있다”, “폐허 속에서 구출된 사람들의 팔을 잘라간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집에서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되었다. 하지만 이후 이러한 주장과 뉴스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 허위사실임이 밝혀졌다. 이 거짓 뉴스들의 이면에 숨겨진 진정한 의도는 난민들을 통한 값싼 인지도나 정치적인 이득을 손에 넣으려는 노력임이 명백하다. 어떤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무의적으로 포그롬을 이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포그롬을 행하는 사람들은 튀르키예에서 난민이 폭력이 악순환 되는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을 폭력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또한 이 집단에는 일반 시민들 뿐만 아니라 예술가, 정치인, 학자들까지 속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한 코미디언이자 배우는 오늘부터 어떠한 임시 망명자도, 난민도, 고국으로부터 도망친 아프가니스탄인도 튀르키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이제는 이번 지진 참사로 피해를 본 1,300만 명의 터키인들에게 도움을 줄 시간입니다. 의료 서비스와 대피소 그리고 모든 물적 지원들을 외국인들이 아닌 오직 터키인만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공개적으로 난민 차별을 두둔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필요한 자원들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게 방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요리 프로그램 참가자로 이름을 알린 다른 한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사람들의 팔을 자르고, 금을 훔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찍었는데, 이로 인해 구금된 뒤에야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시신의 팔을 자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이 주장을 펼친 사람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체포되었다.

또한 반난민을 기반으로 한 선거 전략을 앞세운 자페르(Zafer)당의 총재인 위미트 외즈다으(Ümit Özdağ)는 난민들에 대한 수많은 혐오표현과 근거 없는 주장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면서,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거주하는 난민들이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즈다으는 시리아인들이 사만다으(Samandağ) 지역에서 약탈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지만, 자페르당 소속인 사만다으 구청장 수피 을드즈(Suphi Yıldız)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너무 많은 거짓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만, 시리아인들은 사만다으에서 손에 칼을 들고 약탈을 벌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이라고 게시글을 작성하며 외즈다으의의 주장에 어떠한 근거도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외즈다으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하타이(Hatay)에서 엘비스탄(Elbistan)으로 넘어온 시리아인들이 도둑질을 시작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이 주장 역시 곧 거짓임이 들통났다. 이외에도 지진 잔해 속에 갇힌 소속 당원을 우선적으로 구출해야 한다”, “지진 이후에 수십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튀르키예의 국경을 넘어갔다등 그의 비합리적인 주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외즈다으의 주장과 유사한 수십개의 주장이 지진이 일어남과 동시에 유포되었고,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유포되고 있다. 여기서 위험한 점은 이러한 주장들 중 많은 부분이 전혀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와 불안을 이용하여 아주 위험한 근거를 바탕으로 도발적인 발언을 하거나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격분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다. 이러한 발언 혹은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는 글들은 난민들의 사회적인 소외와 분리를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의 게시글과 가짜 계정으로 유포되는 뉴스를 재확인하고, 근거 없는 도발적인 게시물을 미리 제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인도적 지원과 수색-구조, 재활의 과정 역시 어떠한 차별 없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는 매우 많은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잔해 속에서 구출된 사람들의 뉴스 가운데 오랜 기간동안 어떠한 난민 구출 소식도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번 지진에서 6천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목숨을 잃었다. 적은 경우이긴 하지만 몇몇 지진이 일어난 지역의 경우에는 난민들이 자신들을 향한 부정적인 반응, 더 나아가서는 신체적인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제공된 지원을 받는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

재난이 일어나면서 큰 혼란을 겪은 사람들에게 축적된 분노는 가장 약한 고리(En zayıf halka)”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En zayıf halka’는 튀르키예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방영된 퀴즈쇼로 9명의 참가자가 투표를 통해 그들 중 가장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약한 고리는 때로는 개인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한 집단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난민, 특히 시리아인과 아프가니스탄인이 이 고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원을 제공할 때 균형을 중요시해야 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누군가를 희생시키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모든 행동을 피해야 한다. 또한 아무런 근거 없이 난민들을 비방하는 종류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양심과 정의 앞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재난은 차별 없이 찾아온다. 두 달 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은 수만명의 튀르키예 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수천명의 난민들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이 재앙은 인종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갔지만, 막막한 재난 상황 속에서 난민들은 또 한 번 죄인이 되어야만 했다. 그들 역시 같은 지진 피해자였으나 난민들은 지진으로 입은 물리적 피해를 회복하기도 전에 거짓된 소문들로 인해 정신적 피해마저 떠안게 되었다. 지진 이후에 난민들을 향한 2차 가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재난을 함께 경험한 튀르키예 시민들이었다.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공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미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땅 위에서 벌어지는 2차 가해는 또 다른 폐허를 만들어낼 뿐이다. 서로를 향한 비난보다는 연대를, 책망보다는 화합을 이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차별없이 닥친 이 재난 앞에서 튀르키예 시민들과 난민들이 더 이상 상처 입지 않고 무사히 회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처: Deprem üzerinden kışkırtılan nefret söylemi ve ayrımcılık deprem kadar yıkıcı olabilir, INDEPENDENT Türkçe, Feb 18, 2023

http://www.indyturk.com/node/611146/t%C3%BCrki%CC%87yeden-sesler/deprem-%C3%BCzerinden-k%C4%B1%C5%9Fk%C4%B1rt%C4%B1lan-nefret-s%C3%B6ylemi-ve-ayr%C4%B1mc%C4%B1l%C4%B1k-deprem

기사날짜: 2023. 02. 18 (검색일: 2023.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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