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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4.17 | 조회수 : 223

제목 : 바다는 난민을 기억하고 우리는 잊어간다 (2023.04.17)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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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바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난민에 대해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을 것이다. 내전이나 분쟁에서 벗어나 더 안전한 삶을 위해 바다를 횡단하는 사람들에 대해 수백 가지도 넘는 사연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온 그들에 대해 알 길이 없다.


2022년은 보트, 구명조끼, 난민 추적으로 가득한 한 해였다. 귀환 요구를 받고 있으나 귀환할 수 없는 난민들을 위한 수용소가 즐비한 해이기도 했다. 국내 사정은 프라이팬처럼 뜨거워져 갔고, ‘살인자가 아니면 죽임을 당하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더욱 거세진 한 해였다. 그러나 2022년은 ‘이민과 망명의 해’라기보다는 이민에 익숙해지는 해였다. 이민은 여느 때보다 심각한 인도주의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인류는 이제 난민을 일상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 수용국은 난민을 경제·사회적 부담으로 여기고 감당하기를 포기했다. 이주를 목표로 삼고 이주를 하는 것이 최고의 바람이라고 생각하던 난민들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전쟁, 폭력, 박해, 인권침해로 인한 난민 수는 약 1 3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적어도 1억 명 이상이 폭력과 전쟁, 무력 분쟁의 늪에 빠져 있는 조국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남은 것이란 말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이주는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발악이며, 사활을 건 시도이다. 그러나 올 한 해 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은 망명이나 이주를 익숙한 소식처럼 듣는다. 전 세계적으로 2022년 한 해 동안 보트피플에 대한 자극적인 뉴스와 사진들이 많이 떠돌아다녔다. 물론 난민을 태운 배가 지중해나 영국 해협에서 침몰하거나, 유럽이나 아프리카 국경을 넘다가 이민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본능적으로 슬픔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슬픔이 지속되거나 행동으로 이어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죽은 사람의 수와 연령,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충격을 받지만, 기사를 접한 지 몇 초, 몇 분, 혹은 며칠 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2022년 한 해 동안 이민과 망명은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민이나 망명에 익숙해진다고 해서 이런 일들이 덜 위험하거나, 더 잘 준비되거나, 혹은 더 조직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익숙해지면 그 고통에 적응하게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2022년이 끝나기 며칠 전, 정원을 초과해서 많은 사람을 태우고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해협을 건너던 작은 보트가지극히 익숙한도강 시도 중 침몰했다. 최소 4명의 이민자가 익사했으며, 얼음장 같은 바닷물과 높은 파도로 인해 실제 사망자 수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승선 인원이 파악되지 않아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 길이 없다. 이민자들의 탈출에 관여하고 있는 밀입국브로커들은 사람의 수를 일일이 기록하여 배를 태우지 않으며, 조사하는 기관에서는 배를 함께 탔던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어차피 같이 배를 타고 해협을 건넜다고는 하나 이들 또한 서로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2022년 가장 많은 이민자가 이동한 불법 경로는 단연 영국 해협을 가로지르는 바닷길이었다 일 년 내내 개방되어 있던 이 바닷길로 인해 그 길목의 두 이웃 국가인 프랑스와 영국 간의 긴장은 첨예해졌다. 그리고 지난 11월 프랑스와 영국은 이주민 횡단을 막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영국이 약 7,450만 달러를 지불하여 프랑스 보안 순찰대의 규모와 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과거 유럽은 전 인류적 형제애라는 슬로건 아래에, 난민 수용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수년간의 장밋빛 성명과 인도주의적 조치도 잠시, 어려운 경제 상황과 팬데믹,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내에는 자국민 우선주의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 다양한 경제적 압력과 더불어 심지어는 난민지원에 대한 자국민 역차별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그간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 수비대가 국경을 넘는 예면 난민을 저지하기 위해 경비를 강화하고, 불법 난민에 대한 강제 송환 조치를 실시하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서는 너그러움을 보였다. 그러나 2022년 말의 상황은 다른 국가에서 온 난민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22년 영국은 공공지출의 부담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을 위해 지자체에 교부되던 예산의 절반가량을 삭감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제공되는 구호비용은 난민 1인당 1500파운드에서 5,900파운드로 줄었다.


또한, 유럽 내에서는 이주 피로(migration fatigue) 양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EU국가의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및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전쟁 장기화로 인해 치솟는 생활비 및 가스비 부담으로 수백 명의 난민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열정은 꺾여버렸다.


고국을 떠나온 난민들은 점차 언론의 관심도, 도움의 손길도, 심지어는 자신들을 반대하는 시위대조차 그들을 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실향민을 발생시켰지만, 잊혀지고 있는 실향민이 겪는 비극과 재난의 규모로 판단할 때 최악의 사태라고 하긴 힘들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사례는 시리아 난민 사태일 것이다. 시리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시리아 안팎의 난민이나 실향민의 상황은 여전히 참담한 수준이다.


10년 전, 자타리 난민캠프(Zaatari refugee camp)는 내전을 피해 도망쳐 온 450명의 시리아인에게 임시 거쳐를 제공했다. 그리고 현재, 자타리 캠프는 현재 약 8만 명에 육박하는 난민이 살고 있는 중동 최대 규모의 난민 캠프가 되었다. 유엔난민기구의 기록에 따르면 처음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임시 천막만 겨우 올릴 수 있었던 난민촌은 현재 도시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도로가 건설되었고, 난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교와 병원이 세워졌다. 일부 난민들이 운영하는 상점과 소규모 사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 자타리 난민캠프는 갈 곳이 없는 난민을 받아주는 안식처였으며, 현재는 장기화된 시리아 난민 위기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시리아 내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에 따라 난민 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점점 더 무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난민은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이며,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난민이 그 뒤를 잇고 있다. 5개 국가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전 세계 난민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수용국의 경제 침체는 난민과 실향민의 고통을 가중했다. 그리고 항상 그래왔듯 난민은 정치·경제 사안에 대한 팽팽한 줄다리기의 하나의 말일 뿐이었다. 인권 단체는 자발적귀환 프로그램에서 강제귀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거둘 수 없었다. 튀르키예에서 레바논, 덴마크에 이르기까지 시리아 난민에 대한 자발적 귀환 문제에 대해 여러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2023년은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지 75주년을 맞는 해이다. ‘모두를 위한 존엄성과 자유와 정의라는 표제 하에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사무총장 필립 라자리니(Philippe Lazzarini)올해는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과 그 후손이 이주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라며, “그들 중 많은 수가 암울한 상황 속에 정당하고 항구적인 해결책이 없는, 열악한 인권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잔혹함에서 비롯된 난민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 변화는 이제 전 인류를 위협하는 인류의 큰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고, 그 최전선에는 난민과 이주민이 있을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후 변화에 가장 피해 입기 쉬운 지역에 살고 있으며. 환경은 점차 가혹해지고 자원은 줄어들어 그 곳에서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류는 전쟁에 맞서고, 갈등의 원인을 해소하고, 이중잣대에서 벗어나고, 소규모 국가 인구의 디아스포라를 희생시켜 국익을 채우는 일을 중단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망명, 이주, 도피 상황에서 난민이 받는 스트레스와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البحر يرعى في أحشائه أحلام غرقى المهاجرين والعالم ينساهم, independentarabia, Dec 24, 2022

http://www.independentarabia.com/node/404931/%D8%AA%D8%AD%D9%82%D9%8A%D9%82%D8%A7%D8%AA-%D9%88%D9%85%D8%B7%D9%88%D9%84%D8%A7%D8%AA/%D8%A7%D9%84%D8%A8%D8%AD%D8%B1-%D9%8A%D8%B1%D8%B9%D9%89-%D9%81%D9%8A-%D8%A3%D8%AD%D8%B4%D8%A7%D8%A6%D9%87-%D8%A3%D8%AD%D9%84%D8%A7%D9%85-%D8%BA%D8%B1%D9%82%D9%89-%D8%A7%D9%84%D9%85%D9%87%D8%A7%D8%AC%D8%B1%D9%8A%D9%86-%D9%88%D8%A7%D9%84%D8%B9%D8%A7%D9%84%D9%85-%D9%8A%D9%86%D8%B3%D8%A7%D9%87%D9%85

기사날짜: 2022. 12. 24 (검색일: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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