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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5.24 | 조회수 : 161

제목 : 수단에 머물 수도, 시리아로 돌아갈 수도, 타 국가로의 이주도 불가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에 놓인 시리아 난민들 (2023.05.24)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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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전 세계는 이집트의 자매 국가라 알려진 수단의 수도인 카르툼에서 총성과 포성이 다시 들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4년 전, 무혈 쿠데타를 통해 집권하여 30년간 수단을 통치한 오마르 하산 아흐마드 알바시르(Omar Hassan Ahmad al-Bashir) 대통령이 축출된 후 압둘 알파타흐 압둘 알라흐만 알부르한(Abdul al-Fatah Abdul al-Rahman al-Burhan)이 집권하였지만 대통령직을 두고 갈등과 마찰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결국 이 갈등과 마찰은 결국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수단에 내전의 공포를 다시 불러오고 말았다. 정부군과 군벌 세력인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s, RSF) 간 전투기까지 동원된 치열한 교전으로 카르툼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이며 각국은 수단에 체류하고 있었던 자국민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만반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위와 같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와중 소외된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수단으로 대피한 시리아 난민이다. 시리아 정부군과 이에 반기를 든 시민군 간의 충돌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혼란을 틈타 국경을 넘은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 ISIL)와 미국과 튀르키예, 러시아, 이란 등 중동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다수의 국가가 개입하며 그 끝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장기화되고 있다. 10만여 명의 사상자와 회생이 불가할 정도로 심각한 경제붕괴가 발생한 이후, 집에 언제 미사일이 낙하하여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두려움을 피해 많은 이들이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국가에서 새로운 삶을 선택하였다. 

그 중 라드완 히샴 와흐바(Radwan Hisham Wahba)는 2012년 다마스쿠스 인근에 위치한 고향인 자말카(Jamalka)를 떠나 다른 이들과 함께 수단에 새 터전을 잡았다. 유엔의 성명서에 따르면, 라드완처럼 간소화된 입국 절차를 통해 수단에 머물고 있었던 시리아 난민이 약 6만 6,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또 다시 총성과 포성을 피해 길을 떠날 수밖에 없다. 카르툼을 등진 지 며칠이 지나 그는 홍해 인근에 위치한 포트수단(Port Sudan)의 거리를 활보하며 또 다른 안전한 삶을 위해 이주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그는 전쟁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언급하며 전쟁은 이미 시리아인들의 운명의 일부가 되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인포 마이그렌트(Info Migrants) 기자가 포트수단에서 만난 다른 시리아 난민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카르툼과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45세의 샴 앗두르지(Sham al-Duruzi)는 카르툼을 떠나기 전 몇 주 동안 그녀 자신과 그녀의 두 아들 및 임신한 딸이 집에 머물며 총탄과 포탄을 피하기 위해 엄폐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상호 간 계속된 폭격과 교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기반시설 파괴로 단전(斷電)과 단수(斷水)가 발생하여서 너무나 두려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시리아를 탈출한 33세의 마흐무드 수와이단(Mahmud Suwaydan)은 일자리를 얻어 경제활동을 영위하면서 안정되고 평온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던 수단이 그의 본국인 시리아처럼 내전의 거친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근 12년 동안 그의 삶은 언제나 총성과 포성이 함께했으며, 포트수단으로 떠나기 전 카르툼에 머물렀던 12일이 그 12년 만큼 긴장되고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수단에 머물고 있던 다른 이들이 그들 정부가 제공한 구조의 손길을 통해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과 달리, 시리아 난민들은 조국이 있음에도 돌아갈 수가 없다. 내전이 격화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니다. 시리아 내전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고 국토는 시리아 정부 관할지역과 시민군 점령지역 그리고 쿠르드인 점령지역으로 3분할 되었지만, 주요한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시리아 난민들은 그들이 시리아로 귀환한다면 시리아 정부의 보복에 무참히 노출될 것을 우려하여 귀환을 원치 않거나 거부하고 있다. 2013년 시리아를 떠난 샴 앗두르지가 가족과 함께 시리아로 돌아간다면 그녀의 두 아들과 남편이 전투에 징병될 것이 우려된다는 로이터(Routers) 통신과의 인터뷰 내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수단에 계속 머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카르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정착하였던 마흐무드 수와이단은 카르툼을 출발하여 그의 집까지 도착하는데 4시간 반이 소요되었다고 설명하며, 이는 내전으로 인해 도로가 철저히 파괴된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도로 옆에 설치된 수많은 검문소와 전투 투입 대기중 크로 인해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동 중에 검문소에 머물며 차량과 인원을 점검하는 검문관과 시리아 난민이 언쟁에 휘말려 결국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히며 카르툼을 벗어나 포트수단으로 갈 수밖에 없던 이유를 역설하였다. 하지만 포트수단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카르툼에서의 총성과 포성을 피해 수많은 인파가 해당 도시로 운집하고 있어 물가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샴 앗두르지에 따르면, 숙소 주인들이 하루 83달러라는 터무니없이 높은 숙박료를 요구하고 있어 그녀는 숙소에서 머물지 못하고 가족들과 거리를 배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녀처럼 포트수단에서 수단도 시리아도 아닌, 제3국으로의 이주를 계획 중인 라드완 히샴 와흐바도 거리에서 지내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수단에서의 내전 재발로 인해 10만 명 이상이 주변국으로 이주하였다고 밝히며,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 사무소(UNHCR)에 80만 명의 난민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것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유엔의 독자적인 노력으로는 내전의 공포를 피해 이동하는 난민과 이주민 모두를 수용하거나 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각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의 의무가 있어 이를 최우선 과제로 수행해야 하지만, 정부와 조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조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수단 내 시리아 난민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온정을 베풀어 주기를 바란다.

다음은 다마스커스 남부 카스와(Kaswa) 출신인 샴 앗두르지의 인터뷰 내용이다. “모든 국가가 자국민의 대피를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수단에 남아있습니다. 그 어떤 국가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اللاجئون السوريون في السودان يفرون من الحرب... ولكن إلى أين؟!, InfoMigrants, May 04,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 05. 04 (검색일: 2023. 0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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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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