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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5.31 | 조회수 : 153

제목 : 튀르키예 시리아 난민 청소년, 지진 후 미래에 대해 걱정하다 (2023.05.31)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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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냐 호날두냐” 라는 질문은 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 이후 피난처가 된 가지켄트(Gazikent) 커뮤니티 센터의 축구를 즐기는 청소년들이 보이는 사람마다 묻는 가장 일반적인 질문이다. 튀르키예의 가지안테프(Gaziantep)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 도로변 임시 대피소 근처와 같은 열악한 곳에서 활동한다. 가지켄트의 축구 경기장과 실내 공간은 지진 후 5,000명에 달하는 이재민을 수용하기 위해 용도가 변경되었다. 스포츠에 소질이 없는 다른 청소년들은 긴급 대피소의 지루함과 모멸감을 견디기 위해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며 돌아다닌다. 그 목적은 집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 어쩌면 이미 보잘 것 없는 미래의 고통을 달래기 위한 목적 없는 산만함에서 비롯된다.

한 때 매우 꽉 찼던 가지켄트 피난처는 지진 이후 가지안테프가 정상화되며 대부분 해체되었다. 현지 자원봉사자는 알 자지라(Aljazeera)에 "현재 피난처에 약 100명이 남아 있으며 대부분 시리아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한때 열개 남짓한 텐트에서 수백 가족을 수용했던 축구 경기장은 축구공을 들고 돌아온 아이들을 환영한다.

알레포(Aleppo) 출신의 18세 살레(Saleh)는 부모와 다섯 남동생을 혼자서 부양하며 지난 5년 동안 일했던 슬리퍼 공장이 운영 불능 상태가 된 이후 수입이 끊겼다. 그의 가족은 음식을 살 돈이 없다. 실직이 계속되는 것을 두려워한 살레는 작업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에 안도했다. 그는 “시리아인들은 그런 상황을 견뎌낼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과거 그와 그의 가족은 비상 대피소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지만 현재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는 “현재 제 월급은 7,200 튀르키예 리라($383)이고 최저 임금은 8,500($452)입니다. 아무도 그 정도수입으로 지진에 대비할 만큼 충분히 저축할 수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지안테프 외곽의 신발 공장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불법 고용된 마흐무드(Mahmoud)는 그가 일하는 곳이 구조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12시간 교대로 일한다. 그는 “상사는 작업자의 안전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협은 직원들로 하여금 불법 재개방에 동조하도록 위협한다. 그는 “근로자가 결근하면 처벌을 받고 일주일 동안 돌아올 수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공장 사장은 지진 후 생산 재개를 위해 한동안 나타나지 않은 일부 노동자를 용서했다. 공장은 값싼 시리아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고 시리아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고된 공장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광범위한 소멸을 면한 가지안테프는 인구가 200만 명에 달하는 산업 중심지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남쪽 국경에 있으며 얼핏 보기에 최근 재기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시내 중심부를 채우며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상점은 사업이 예상보다 늦었지만 다시 문을 열었다. 건물 안전 점검이 신속하게 이뤄졌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진도 6.5의 마지막 지진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그들은 피난민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제공한 텐트나 집에서 만든 대피소로 피신했다.

마흐무드의 누나 카디자(Khadija)는 "쉼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천막 도시에 사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너무 많이 섞여 지냅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는 자도 나타나고 있다. 마흐무드는 "집주인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위험 지역에 있는 아파트는 한 달에 2,000리라($106)였는데 지금은 5,000~6,000리라($266 또는 $319)입니다.”라고 현재 상황을 말했다.

가지안테프의 시리아 난민 청소년은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튀르키예에서 임시 보호를 받고 있는 시리아인들은 특별 허가를 받아야만 등록된 기관을 떠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지진 후 60일 동안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도록 완화되었지만 난민이 느끼는 구속감과 불안함은 그대로였다. 마흐무드는 "우리는 갇혔습니다. 다른 곳에서 피난처를 구하고 60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알레포로 추방될 것입니다.”라고 힘없이 밝혔다.

현재 유럽연합(EU)의 자금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는 450만 명 이상의 시리아인을 수용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도주의 지원비용 1위를 차지했다. 마흐무드는 "유럽은 국경 폐쇄 비용을 지불하며 튀르키예는 우리가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종차별과 편견의 경험에 분노한 시리아 젊은이들은 남아 있는 것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카디자는 “한 번은 두 명의 튀르키예 남자가 대학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저를 괴롭혔습니다. 내가 튀르키예어로 대답하자 그들은 사과했습니다. 그들은 “맙소사,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시리아 소녀인 줄 알았습니다.” 라 말했다면서 본인의 일화를 언급했다.

사회적 분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례로 튀르키예어를 사용하는 화자와 시리아어를 사용하는 화자간 갈등이 그러한 예다. 한 튀르키예 고등학생은 “아랍인들은 너무 무례합니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난민이 빠른 속도로 사회에 유입되어 갈등이 발생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불화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그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리아에서 온 살레는 “일부 튀르키예인들은 시리아인들이 지진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며 “투르크인과 시리아인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마흐무드의 학교는 한때 아침에는 튀르키예 청소년을, 오후에는 시리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튀르키예 학생들은 시리아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책상과 의자를 교실 바닥에 버렸어요.”라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차별과 암울한 전망에 반발한 마흐무드는 튀르키예어를 잘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가지안테프에서 그는 아랍어로 1년간 고등학교 생활을 마쳤고 이듬해 튀르키예 정부가 처음으로 제공한 통합 수업에 등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나는 원격 학습을 통해서만 공부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 영어를 배우고 있으며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로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대학 역시 차별을 느끼는 장소다. 카디자는 "교수들은 때때로 시리아 학생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시리아인들은 더 높은 등록금을 지불합니다."라고 답했다.

편견과 빈곤이 합쳐져 문맹이 시리아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퍼질 정도로 교육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었다. 마흐무드는 "가정이 너무 가난해서 아이들이 살기 위해 일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해 설령 학교 등록에 성공했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는 힘든 현실 역시 난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카디자는 “집을 잃을까 봐 계속 두려워서 공부를 하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대학은 문을 닫았고 온라인 수업도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젊은 시리아인들은 미래를 두려워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암울한 현실에서도 그들은 꿈을 꾸고 있다. 마흐무드는 해외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기 위해 장학금을 받는 것을 꿈꾼다. 살레는 소박한 소원이 전부다. 그는 “내가 원하는 건 좋은 삶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가지안테프는 슬픔, 파괴, 불안을 완전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그들 주변의 도시가 재난 이후 아무리 깨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가지안테프의 난민 청년들은 계속해서 방황하고, 걱정하고, 일하고, 기다리고, 궁금해할 것이다.

“시리아인을 위한 도움이 있습니까?” 살레는 순진하게 묻는다.

위 사례들처럼 튀르키예를 강타한 대지진 이후 그 곳에 살던 시리아 난민들과 이민자들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꿈을 내려놓고 당장의 생존을 위해 발악하고 누군가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고통받기도 한다. 누구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처한 암울한 상황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넘쳐나며 그 과정 속에서 시리아인들은 자아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서방세계는 난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자중해야 할 것이며 그들을 하나의 수단이 아닌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튀르키예 국민들과 시리아인들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서로가 처한 상황을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평생 아물지 못할 지진의 균열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계기가 생기길 바란다.

 

출처: Turkey’s Syrian refugee youth worry about their post-quake future, Lucas Bozzo, Aljazeera, Mar 05, 2023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3.03.05 (검색일: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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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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