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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5.14 | 조회수 : 34

제목 : <사설> 아사하는 가자지구 어린이 위해 ‘정치게임’ 끝내라 (2024.5.14)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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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최근 팔레스타인인 28명이 아사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였으며, 보건부에 따르면 날이 갈수록 굶어 죽는 사람의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이 굶어 죽는 것은 농부가 건기를 보낸 것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굶주림은 이스라엘의 정치적 선택과 바이든 행정부의 공모에 의한 것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지구로 향하는 인도주의적 원조를 지속해서 차단하고 제한해 왔다. 10월 7일 이전까지 매일 500대의 원조 트럭이 가자지구로 진입했지만, 현재 하루 평균 168대 만이 진입하고 있다. 이는 현재 많은 수의 어린이가 굶어 죽고 있는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자지구 북부에 고립된 팔레스타인인에게 지원품이 도달하더라도 이스라엘군은 지원받으러 온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해 왔다.

2월 29일,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구호 물품을 받으려는 사람들 무리에 발포하여 120명이 사망한 '밀가루 학살'이 발생했다. 군중 속에 있던 사람들은 가족에게 빵을 만들어 먹이기 위해 밀가루 한 봉지를 간절히 원했을 뿐이다.

각국 정부는 학살을 비난했지만, 여느 때와 같이 이스라엘군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 트럭을 허용하도록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밀가루 학살'이 일어난 지 하루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 지구 북부에 구호품을 공중 투하할 것이라 발표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 조치가 라파 검문소에서 진입만을 기다리고 있는 트럭 원조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비용만 많이 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공중 투하는 배급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채 진행된다. 강하고 빠른 사람은 먼저 구호품을 받을 수 있지만 아프고 약한 사람은 구호품을 받기 힘들다.

이 공중 투하 작전은 처음부터 선전을 위한 움직임이었고 낙하산의 오작동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5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이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폭탄과 구호품에 모두에 자금을 지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임시 항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얼마나 걸릴까? 비용이 얼마나 들까? 물자는 어떻게 배급할 것인가? 가자 해안에 미군 기지를 세우기 위한 것인가? 정답이 무엇이 되든 고통받는 가자지구의 아이들에겐 너무 늦을 것이다.

통합식량안보단계(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IPC) 산하 기근 검토 위원회의 인도주의 및 기아 전문가들은 12월 21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의 80%가 4단계(비상사태) 또는 5단계(재앙)의 심각한 식량 불안정성 규모에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상황이 악화될수록 기근의 위험이 매일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가 발표되고 3개월이 훨씬 넘은 지금, 예상했던 일 중 많은 것이 현실이 되었다.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IPC는 현재 가자 지구 북부에 기근이 임박해 있으며 기근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최신 보고서를 발표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영양실조는 먼저 어린이, 노인, 장애인, 그리고 임산부와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들을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충분한 양의 건강한 음식과 필수적인 의료용품이 공급된다면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 어린이의 치료 성공률이 80~90%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의해 구호품을 얻고자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고 구호 물품의 양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가자지구와 같은 곳은 그 수치가 급감한다.

보건부는 가자지구에서 24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탈수 증세로 사망했음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입원 중 사망했거나 가족이 보건부에 사망을 신고한 경우만 포함된다. 이는 가자 지구에서 굶어 죽는 어린이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의료 시스템은 붕괴되었고,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중 포격과 가자 점령으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은 겨우 운영 중인 몇 안 되는 병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깨끗한 물이나 음식이 충분하지 않고 설사와 같은 영양소 흡수를 막는 질병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량 학살은 단지 인구를 대량으로 죽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 물, 약과 같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공격하는 것을 포함한다.

가자의 어린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200만 명분의 식량을 공중 투하하거나, 화물선을 수용할 정도의 큰 부두를 지중해에 건설하거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굶어 죽는 것을 막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실행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가자의 어린이들에겐 이스라엘의 방해 없이 구호 물품을 전달할 휴전이 당장 필요하다.

현재 미국에선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을 시작으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시위는 미국을 넘어 유럽과 한국의 대학까지도 확산되며 전 세계가 가자지구에서 자행되고 있는 학살을 멈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휴전에 적극적이지 않던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며, 앞으로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명확한 계획이 없는 ‘보여주기식’ 구호보다는 가자지구 기근에 명확한 대책을 마련하고 휴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미국, 나아가 세계의 요구에 대한 올바른 대응일 것이다.

 

출처:War on Gaza: Children are starving to death. The political games must end now”, Middle East Eye, Mar 19, 2024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4.3.19 (검색일: 20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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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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