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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5.14 | 조회수 : 41

제목 : <사설> ‘오랜 포용 정신과 국민들의 불만’ 이집트 내 난민 문제 (2024.5.14)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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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국민들은 경제 위기 대처에 여념이 없다. 아직 변환점을 맞이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이고, 경제 문제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후 돌파구와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도 다방면에서 담화와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진행하는 공식적인 대화와 SNS상에서 확대되고 있는 대중의 인식 간에는 차이점이 크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집트 내 난민은 이집트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이집트 국민들이 대중적으로 인식하는 문제가 되었다. 이집트 내 난민과 외국인 수는 900만에 이르며, 국가의 보호를 받는 국민 중 9%가 외국인이다. 그중 난민 등록이나 제3국으로의 이주, 본국 귀환 등을 위해 유엔산하기구에 정식으로 등록된 수는 4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나 본국 귀환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조국이 안정을 되찾아 빠르게 귀환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은 진행 중이며, 조국에는 안보가 부재하고, 정권은 권력의 고착화로 인해 자국민 귀환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에 가장 중요한 의문점은 경제 위기와 대규모 난민 유입 간의 연관성이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두 요인 간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히더라도 그 관계를 한 가지 변수로 설명할 수 없다. 경제 위기에 얽힌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부 요인은 국가 내부의 문제이며, 중동 지역의 상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여파를 미쳤다.

그렇기 때문에 이집트 내 난민이 경제 위기에 얼마나 큰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다. 특히 난민 유입은 많은 경우 재정 지원으로 이어졌고 난민은 정당한 방식으로 고용되어 경제 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집트 국민들은 외국인이 함께 일하며 이집트 사회에 합리적인 품질과 가격의 노동을 제공하는 외국인을 받아들였다. 모두가 입을 모아 이집트에 유입된 시리아인, 그 뒤를 이은 예멘인이 투자와 노동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며, 금전적ㆍ비금전적 지원을 받고자 하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말한다. 추정치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시리아인 150만여 명이 다양한 경제 활동에 참여하며 이집트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아랍ㆍ아프리카 난민과 관련된 이집트의 역사와 유산에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이집트의 역사 어디에서도 난민 앞에 문을 닫는다는 발상은 찾아볼 수 없다. 이집트는 언제나 난민을 공동체로 무한히 포용해 왔다. 잠시나마 '모국'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안전을 찾아 이집트에 온 난민은 상황이 나아지면 돌아갈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집트의 정신은 이들을 난민 캠프나 고립된 공간에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환영과 환대로 맞이해 왔다. 이집트 남녀가 다른 국적의 난민과 결혼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예술계와 영화계 유명인들의 결혼 역시 그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집트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중 다수가 시리아와 이라크, 레바논, 아르메니아 출신이다. 이집트 국민은 누구에게도 적대와 혐오,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찬사와 감탄을 보내왔으며, 배우 대다수가 수년간 이집트에 거주하며 이집트 국적을 취득하였다.

난민을 환영해 온 이집트의 역사와 유산은 이제 비난과 분노를 마주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의 사람들이 난민 추방과 국경 폐쇄를 요구하고, 이집트 국민들은 분노를 품고 있다. 난민으로 인해 경제 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10배 이상 오르면서 아파트 임대료가 이집트 국민도 부담할 수 없는 수준에 치달았다. 한정된 아파트의 임대료는 맞벌이 부부가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일하여 번 소득의 두 배, 세 배를 넘어간다. 청년층은 당장 결혼을 하고 싶어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결혼을 연기하거나, 부모님께 얹혀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집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면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일부 국적의 난민은 대중의 분노를 사는 행동을 보인다. 시리아나 예멘 청년들이 길가에서 또는 길 한복판에서 소리 지르며 소란을 피우거나 떼로 싸우며 날카로운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작년 수단 청년 무리는 달랐다. 이집트 내 수단 공동체에서 이런 몰상식한 행동은 나타난 적 없었다. 이집트 내 수단인은 20년, 일부는 30년 이상 이집트 국민들과 함께 살면서, 이집트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었다. 수단 이주민은 400만여 명으로 대규모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1970년대 중반 통합협정을 통하여 4가지 자유(이동, 거주, 노동, 재산 소유)를 보장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현상을 관찰하는 사회학자들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특히, 수단에서 이집트로 넘어와 대도시에 1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은 많은 경우 경제력이 뛰어나고, 부모가 고위 공무원으로 일하며 높은 학비를 지불하면서 자녀를 교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상에 ‘더 나인(al-Tisʿa)이라는 단체가 인근 거리에서 행인들을 공격하는 영상이 게재되면서 관련 기관은 보안 강화를 위한 조처를 하기도 하였다. 이집트 국민들 사이에서는 농담처럼 그 동네를 수단의 수도 하르툼처럼 ‘리틀 하르툼’이라고 부른다. 기자의 한 지역은 예멘에서 온 방문객, 이주민, 투자자와 의료 관광객이 많아 예멘의 수도에서 차용하여 ‘리틀 사나’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나, 수단 국민들을 수용하며 이전의 특색을 잃었다. 이로 인하여 항상 평온했던 이집트 거리에서 수단 청년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더욱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집트 민심에 나타나는 분노와 환대의 감정, 새로운 현실에 대한 수용은 그 자체가 좋고 나쁨을 떠나 유서 깊은 역사에 기록된 이집트의 정신을 넘어서고 있다. 조용한 동네에서 한정적인 소득에 맞춰 합리적인 임대료로 살아오는 데에 익숙한 사람들,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생필품을 사던 사람들이 평소 누려왔던 권리를 빼앗긴다면, 당연히 그 권리를 박탈시킨 난민 공동체는 해결해야 할 ‘문제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집트 국민성은 인종 차별, 타인에 대한 편견과 학대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난민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왜 책임을 다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라마단 성월을 맞이하여 이집트 여러 사원에서는 이집트인 몇몇이 형제국 수단에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길 빌며 수단 국민들이 고난을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였고, 그 기도에 공감하며 힘을 싣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형제국, 이웃국에서 온 난민을 왜 수용하지 않는가’라는 말은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과 국경이 맞닿은 이집트, 요르단을 비롯해 부유한 걸프 국가, 같은 종교ㆍ문화권인 아랍 국가와 튀르키예를 비난하며 반복해 온 말이다. 하지만 최근 이집트 정부는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이집트가 수용한 이주민 수와 그로 인한 국가 부담 비용을 발표하였다. 이집트만 해도 900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즉, 전 세계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지역이 MENA 지역이지만, 가장 많은 난민ㆍ이주민ㆍ실향민을 수용한 것 역시 MENA 지역이라는 뜻이다.

윗글의 저자 역시 이집트인으로, 이집트가 이주민을 수용해 온 배경과 함께 난민 수용을 반대하게 된 이유를 제시하며 난민 문제를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지만 당장 살을 맞대고 사는 이웃 역시 이주민이다. 경제 위기를 심화했으나 경제가 활력을 띄도록 기여하는 것 또한 난민인 것이다.

이슬람의 정신은 관용과 포용에 기반한다. 십자군 전쟁의 예와 같이 아랍의 봄 이전부터 이슬람은 다른 문화, 종교, 민족에 뿌리를 둔 사람들을 환대해 왔다. 요르단과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 차관을 받아 가며 경제ㆍ사회 개혁에 힘쓰면서도 난민으로 인한 부담을 떠맡는 것은 난민 수용을 대가로 받는 지원금 덕분에 가능한 일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정체성의 기반에 이러한 포용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얽혀 온 이집트와 이주민은 단순히 자국민과 외국인, 환대와 적대, 경제적 이익과 손실 같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관계이다. 개인의 찬반은 갈릴지라도 국가가 난민 문제를 쉽게 결단 지을 수는 없는 이유이다.

 

출처:اللاجئون في مصر... تراث تاريخي وتذمر شعبي”, Asharq Al-Awsat, Apr 30, 2024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4.4.30 (검색일: 202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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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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