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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5.21 | 조회수 : 26

제목 : 휴먼라이츠워치, 카타르 국왕 네팔∙방글라데시 방문 시 ‘외국인 근로자 보호’ 논의해야 (2024.5.21)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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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이 방글라데시(4월 22일)와 네팔(4월 24일)을 방문하며 외국인 근로자 보호를 최우선 사항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카타르 인구의 88%가 외국인 근로자이며, 네팔과 방글라데시는 외국인 근로자의 주요 출신 국가이다.

휴먼라이츠워치 중동지역 담당자는 카타르와 방글라데시, 네팔은 노동관계 관련 외교적 우호 관계를 넘어서 외국인 근로자 착취 문제를 다룰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타밈 국왕은 양국 정상과 회담만 진행할 것이 아니라 카타르에서의 노동 후 신장 투석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근로자 보호 조치의 부재로 야기된 참혹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카타르에서 사망한 근로자의 유가족을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타르 국왕이 이용하게 될 항로는 매일 수천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네팔과 방글라데시에서 카타르로 향하기 위해 거쳐 갔던 길이다. 거의 모든 외국인에게 자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국가에서 ‘타지에서 온 근로자’ 신분인 이들은 카타르에 도착하여 노동하고, 돈을 벌고, 머지않아 떠난다.

카타르에서의 일자리 덕에 외국인 근로자는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송금할 수 있었으나, 많은 경우 카타르에 도착하기 전보다 악화한 여건 속에 카타르를 떠난다. 왜냐하면 임금체불과 계약 위반에 시달리고,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며 만성 질환을 얻어가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상당수가 야외에서 작업하며 카타르의 극심한 더위를 겪는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한 일부 근로자는 임금과 같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권리를 요구하였다는 이유로 본국으로 강제 송환당하였다. 카타르에서 젊고, 건강한 외국인 근로자 수천 명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고용주나 카타르 당국으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보상을 받지 못한 유가족이 대부분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방글라데시와 네팔 정부에서 송금 자체도 중요하지만, 임금체불, 고용 수수료 등 송금을 위해 근로자가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 역시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카타르로 향한 방글라데시인 근로자의 평균 고용 수수료는 약 3,863달러로, 카타르에서 18개월 치 소득에 맞먹는 비용이다. 이를 지불하기 위해 근로자들은 이자율이 높은 불법 대출을 이용한다. 또한 해당 조사에 따르면 카타르에 본부를 둔 기업이 근로자가 지불해야 하는 고용 수수료 인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카타르가 근로자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근로자의 산재보상 방식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음에 따라 카타르에서의 외국인 근로자 산재사고 책임은 그 근로자의 본국 정부가 떠안게 되었다.

카타르에서 돌아온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가 만성신부전 등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환에 시달린다. 네팔 정부에서는 근로자들이 무료로 신장 투석을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카타르에서 사망한 근로자의 유가족 역시 본국 정부가 개별적으로 설립한 사회복지기금 보상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유가족은 생계를 지탱하던 가족이 사망하였음에도 카타르 당국이나 고용주가 사망 원인과 업무 간 관련성이 없다고 보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였다.

카타르의 최고유산전달위원회(Supreme Committee for Delivery & Legacy)는 산재보상체계에 허점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고용업체가 근로자에게 생명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하였다. 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며 카타르 내 외국인 인권문제에 이목이 집중되기 전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려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였다.

기후 위기가 악화함에 따라 근로자가 겪는 위험 역시 커지며, 네팔과 방글라데시 등 인력 수출국에서는 의료체계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임에도 기후 위기의 최전방으로 떠밀리는 것이다.

카타르 당국은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카타르의 노동 개혁이 이미 늦은 시기에 너무 얄팍하게 이루어졌음을 휴먼라이츠워치는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카타르의 개혁은 착취와 학대를 허용하는 ‘카팔라 제도’ 근절에 실패하였다.

카타르 당국은 개혁 과정이 월드컵에만 국한되지 않고 월드컵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났지만 카타르 내 외국인 근로자의 상황은 어렵기만 하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카타르 국왕의 방문을 계기로 수정되고 체결될 여러 노동 관련 협정이 외국인 근로자 문제 대응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어야 하며, 협정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카타르의 노동 개혁이나 인력 수출국과의 협정은 다양한 방면에서 착취와 학대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될 것이다. 근로자 착취 해결에는 강력한 시행책이 필요하다. 외교 차원의 방문이나 노동 관련 협정과 개혁은 결국 임금체불, 신장질환, 의문의 근로자 사망 건이나 유가족 보상 미지급이 계속된다면 허울뿐인 대책이다.

5월 17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를 앞두고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카타르는 착취 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FIFA는 카타르 노동 개혁이 이룬 성과만을 강조하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 미온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2034 사우디 월드컵에서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قطر، نيبال، بنغلاديش: اعطوا الأولوية لحماية العمال الوافدين في زيارتَيْ الأمير”, Human Rights Watch, Apr 21, 2024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사날짜: 2024.4.21 (검색일: 202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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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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