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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07 | 조회수 : 472

제목 : 자유주의 국가냐 이슬람 국가냐… ‘아랍의 봄’ 제2막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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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이후 중동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변화.’ ‘독재자의 몰락과 자유와 정의에 대한 약속.’

‘아랍의 봄’이 2010년 튀니지를 시작으로 중동·북아프리카 전역으로 넘실거릴 때 대다수 언론들은 장밋빛 미래와 희망을 얘기했다. 독재, 정권 부패, 경제 불황, 정치적 탄압, 인권 남용은 한번에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아니었다. 지난해 회의론은 희망을 압도했다. 이집트에선 독재자가 사라진 대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집권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 자유주의·좌파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눌려 제소리를 내지 못하고 여성 인권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아랍의 봄이 거쳐 간 대다수 국가들은 경제적 후퇴와 치안 불안을 호소했다.

◇2013년, 제2막=정치 분열, 경제 불안으로 장식된 1막을 이제 막 끝낸 아랍의 봄은 올해 3주년을 맞아 2막을 열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달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요르단,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에서 잇달아 선거가 치러진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아랍의 봄이 이슬람 원리주의로 정착할지, 자유주의 진영으로 외연을 확대할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NPR(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은 최근 보도했다.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의 로빈 라이트 연구원은 NPR에서 “중동 정치 지형의 가장 흥미로운 트렌드는 종교적 우파의 득세”라며 “중동 맹주인 이집트의 경우 현 정권을 창출한 무슬림형제단이 2월 총선을 기점으로 권력을 완전 장악할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일단 ‘노(No)’다. 민주화 바람은 혼란 속에서도 전진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대중정서가 아랍의 봄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대변하는 전통적 미디어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의 간극은 중동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영자신문 아랍뉴스는 전했다. 권력이 장악한 기존 뉴스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대안 언론을 통해서 자신들의 관점을 유통한다. ‘권리’ ‘민주주의’ ‘헌법’처럼 한때 금기시된 단어들이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린다. 아랍 지도자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러한 시민 열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칼럼니스트 샤리프 나샤시비는 중동 위성방송 알아라비아에서 “매머드급 변화엔 어려움이 내재할 수밖에 없다”며 “아랍의 봄에 대한 지나친 냉소적 시선이 독재자 축출, 유일 정당 시스템 폐지 등 일련의 성과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에서 막힌 민주화 바람, 아프리카로 번지나=아랍의 봄은 현재 22개월째 전쟁 중인 시리아에서 막혀 있다. 튀니지 예멘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에 국한된 민주화 바람은 그러나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부유한 산유국이 밀집된 데다 서방과 협조 관계인 걸프 국가(Gulf states)들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시몬 티스달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압력솥을 정권이 꽉 조이고 있을 뿐”이라고 표현했다. 군주제인 바레인은 지난해 국민들에게 개혁을 약속했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위대를 달래가며 국정을 운영 중이다.

고물가, 고실업, 느려터진 정치·경제 개혁에 낙심한 요르단 국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요르단에서는 전례 없는 대규모 시위가 자주 발생했다. 이달 치러질 총선은 반정부운동 때문에 보이콧을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라크 국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도로를 점거한 채 누리 카밀 알 말리키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알제리 모로코 모리타니 등지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는 올해 평화의 도래냐,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축출이냐는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 윌슨 센터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아사드가 정치적으로 생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전망했다.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아랍연맹 시리아 담당 특사가 추진 중인 평화적 과도정부 수립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반정부 세력의 강한 연대와 국제사회 개입 여부가 아사드 정권 종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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