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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09 | 조회수 : 461

제목 : 아랍의 봄 두 돌… 여전히 진행형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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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바뀐 이집트·튀니지 등 혼돈 속 길 찾기
  • 개혁 지연과 高실업·高물가에 국민 불만 고조
  • 시리아는 내전 격화로 4만2천여 명 사망
재스민 혁명으로 맞이한 아랍의 봄은 아랍권 국가의 시민들에게 자유의 확대라는 열매를 나눠줬지만 동시에 국론 분열과 내전이라는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도 던져줬다. 전문가들은 범국민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혹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리비아 ‘공공의 적’ 카다피가 40년 넘게 철권통치하는 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속속 분출되고 있다. 일부 지역 민병대는 여전히 무기를 보유한 채 사실상 공권력의 영향력 밖에 남아 있다. 리비아 벵가지 시내에 설치된 카다피 모형. AP_ 연합뉴스


  아랍의 봄’은 언제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북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으로 맞이한 아랍의 봄은 이미 두 돌을 넘겼지만 혼돈이 지속되고 있어 혁명의 꽃이 언제쯤이나 필지는 누구도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튀니지에서 발원한 시민혁명의 도도한 물결은 중동의 맹주 이집트에서 30년 동안 철권을 휘두르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집어삼킨 데에 이어 중동·북아프리카와 일부 아라비아반도 국가에서 민주화 시위를 촉발하는 구동력을 제공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 4개국은 결국 정권이 바뀌었고 시리아의 정권 교체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더디기만 한 개혁 속도에 국민의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시민혁명을 계기로 전보다 더 큰 자유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국론 분열과 치안 악화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독재정권을 대체한 이슬람 정부와 세속주의자들의 충돌이 이어지고 종파·부족 간 갈등에 부정부패와 고실업률·고물가까지 겹치면서 혁명의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리아에서는 유혈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알리 압둘라 살레 정권이 붕괴한 예멘에서도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랍의 봄이 가져온 중동권의 최대 변화는 이슬람의 급부상이다. 민주화 시위로 쫓겨난 독재정권들을 이슬람 세력이 속속 대체하고 있다. 리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극단적 원리주의의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와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2011년 권력에서 축출되자 이들 국가에서는 미국 외교공관이 시위대나 무장세력의 주요 공격 목표로 자리매김했고 급기야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숨지는 참사까지 빚어졌다. 
  아랍의 봄이 완성되려면 아직도 최소한 2년은 더 걸린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집트의 정치분석가 아흐메드 샤즐리는 “민주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겪기 마련”이라고 전제하고 “새 정부의 안착과 새 헌법 및 법률 제정, 사법·입법 체계 확립, 국민 통합 등을 위해서는 적어도 2~3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 튀니지의 봄 
  아랍의 봄을 열어젖힌 튀니지의 혁명은 중부 소도시의 대졸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당시 26세)의 자살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경찰 단속으로 청과물과 노점 장비를 빼앗긴 부아지지가 극단적 항의의 표시로 2010년 12월17일 지방정부청사 앞에서 분신자살한 사건이 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것이다. 1987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후 23년간 무소불위의 독재자로 군림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결국 2011년 1월1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길에 올랐다.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는 폭력 사태와 일부 약탈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낸 아랍의 첫 시민혁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튀니지의 국화 재스민을 상징화한 재스민 혁명은 중동 지역에 민주화 시위를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면서 각국의 독재와 왕정 체제를 위협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을 이양받은 과도정부의 지휘 아래 튀니지에서는 여전히 내각 개편과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10월에는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실리아나에서 주민들이 닷새 동안 정부 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집권 엔나흐다당의 연정 파트너인 몬세프 마르주키 대통령의 공화의회당(CPR)은 연정에서 탈퇴할 조짐까지 내비치고 있다.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당은 CPR 등의 세속주의 정당들과 함께 구성한 연정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정 탈퇴를 시사하고 나섰다. 튀니지 노동계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정부에 대항해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으나 열악한 치안을 우려해 취소하기도 했다.

재스민 혁명으로 맞이한 아랍의 봄은 이미 두 돌을 넘겼지만 혼돈이 지속되고 있어 혁명의 꽃이 언제쯤이나 필지는 누구도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튀니지에서 시위자들이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AP_ 연합뉴스


국론 분열에 휩싸인 이집트 
  이집트는 30년간 ‘현대판 파라오’로 군림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민주적 방식의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자들의 갈등과 치안 불안, 경기 침체, 실업률과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국민의 불만도 크다. 특히 자유·세속주의 성향인 시위대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재스민 혁명의 물결에 휩싸였던 2011년 초에는 자유·세속주의 세력과 이슬람 최대 조직 무슬림형제단이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며 호흡을 같이했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2011년 2월 물러나고 2012년 6월 이슬람주의자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상황은 싹 바뀌었다.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 정권 인사들을 하나둘씩 숙청하는 동시에 무바라크 정권의 산물로 여겨지는 사법부의 역할 축소에 힘을 쏟고 있다. 
  무르시는 지난 11월 대통령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사법부의 의회해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현대판 파라오 헌법 선언’을 발표했다가 국민의 반발에 부닥치자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야권과 타협 없이 새 헌법 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찬반 세력은 새 헌법 제정을 둘러싸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충돌, 8명이 숨지고 7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사태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군부의 성명으로 정국은 더욱 어수선한 상태다. 
  무르시는 시위가 대통령궁 주변에서 자주 열리자 이곳에 탱크를 배치하고 콘크리트 장벽까지 설치했다. 무르시는 또 이집트 전역에서 새 헌법 국민투표가 시행되기 전까지 군부에 민간인 체포권을 부여하고 국가기관과 시설 보호를 명령했다. 헌법 개정을 위한 12월15일의 1차 국민투표에서는 56.5%가 찬성했다. 12월 하순의 2차 투표를 거쳐 새 헌법이 가까스로 채택되겠지만 야권의 반발이 심해 정국 혼란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슬람 세력이 주도권을 잡자 외교가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균형 외교’를 강조하는 무르시 정부가 무바라크 정권 당시의 친미 일변도 외교정책에서 탈피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새 의회를 장악한 이슬람 정당 사이에서는 이스라엘과 1979년에 맺은 평화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 예멘·리비아, 정상화는 요원 
  아랍의 봄의 여파로 정권이 바뀐 리비아와 예멘 역시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두 나라 모두 공권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해 정정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부족·지역 간 갈등이 특히 심한 리비아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들이 세력을 키우는 분위기다. ‘공공의 적’ 카다피가 40년 넘게 철권통치하는 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속속 분출되고 있다. 일부 지역 민병대는 여전히 무기를 보유한 채 사실상 공권력의 영향력 밖에 남아 있다. 서부의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세력과 동부 벵가지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세력 간 갈등도 시급한 해결 과제다. 
  리비아에서는 미국영사관이 이슬람 무장세력의 습격을 받고 미국대사가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10월에는 리비아 시위대가 새 내각 구성에 불만을 품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본회의가 연기된 일도 있었다. 리비아 중앙정부는 치안을 사실상 무장단체에 위탁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멘 역시 새로 구성된 과도정부 주도로 국가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안정 회복과 국가 재건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예멘에서는 2011년 1월 반정부 시위 발발 이래 10개월 만에 살레 대통령이 면책을 조건으로 퇴진하는 내용의 권력이양안에 서명했다. 이어 2012년 2월 대통령선거에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이 2년간 과도정부를 이끌 새 대통령으로 피선돼 알카에다 축출, 사회 통합, 경제 재건 등 국정 현안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동부 산악지대에 숨어 있는 알카에다는 아라비아반도지부를 중심으로 요인 암살을 비롯해 정부를 겨냥한 테러를 지속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북부에서도 후티 시아파 반군과 수니파 살라피스트의 충돌을 비롯한 혼란이 이어져 파탄 난 민생 경제에는 손쓸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에서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랍의 봄이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이다. 압둘라 빈 압둘라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좌)이 여성 참정권 부여 발표를 앞두고 측근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AP_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 장기… 바레인·쿠웨이트 산발적 시위 지속
  2011년 3월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4만2천 명 이상이 사망한 시리아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오랜 내전으로 수세에 몰리자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은 남미 또는 러시아나 이란으로 망명길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모두 일축하고 “끝까지 시리아에 남을 것”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역시 2011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군대와 아랍에미리트(UAE) 경찰까지 동원해 시아파의 시위를 무력 진압한 바레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레인 왕세자의 대화 제의를 야권이 받아들이면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그러나 소수 수니파 왕가와 다수 시아파 야권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야권의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쿠웨이트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총선이 치러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슬람주의, 자유주의, 청년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야권이 총선 전 정부의 선거법 개정을 문제 삼으며 참여를 거부했다. 이후에도 새 의회의 해산을 촉구하는 시위는 지속되고 있다.
  사우디나 UAE, 카타르 등 걸프 지역의 군주제 국가들은 넉넉한 사회복지 혜택 덕택에 대규모 시위는 비켜갔다. 다만 사우디에서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하기로 했고, UAE는 연방평의회 간접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했으며, 카타르가 새해에 첫 총선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모두 아랍의 봄이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랍권의 내부 분쟁을 해결할 방안으로 전 국민을 아우르는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말 사마드 알 수와이디 UAE 에미리트전략연구소 소장은 “국가와 국민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각자의 정치적·종교적 이해관계는 뒤로 미뤄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범국민적 대화에 실패한 국가는 국론 분열이나 내전 같은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상용 카이로 특파원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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