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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1.22 | 조회수 : 340

제목 : 알제리 '아랍의 봄' 비껴간 탓에 인질극 발생? 글쓴이 : 중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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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2011년 시작한 '아랍의 봄' 시민 혁명으로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에서는 장기 집권 지도자들이 축출됐다.

그러나 북아프리카 최대 면적 국가인 알제리만 유독 이 흐름을 피해 정치시스템이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다.

지난해 5월 치러진 알제리 총선에서도 전통적 여당인 '국민해방전선(NLF)'이 전체 의석 462석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0석을 차지했다. NFL과 성향이 비슷한 국민민주동맹(RND)도 68석을 확보했다.

이 총선 결과는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집권 여당이 민주화 시위로 몰락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NLF는 1960년대 알제리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부터 약 50년 동안 알제리를 통치해 왔다. 1997년 총선에서 RND과 연정을 구성,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해왔다.

당시 총선에서 48석을 차지한 '녹색동맹'은 부정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과 국제 감시단은 당시 총선을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기 위한 단계로 호평했다.

알제리 정부는 더 나아가 20년만에 가장 자유롭게 치러진다는 당시 총선을 앞두고 '알제리의 봄'이 오고 있다고 묘사했다. 국제 감시단도 500여명을 초청했다.

알제리 정부는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외부 간섭을 꺼리며 "알제리는 우리의 봄을"이라는 구호를 반복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결국, 알제리에서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이 또다시 승리하면서 변화의 물결은 찾아오지 않았고 정부의 이렇다 할 개혁 조치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알제리 대통령도 아프리카의 장기 집권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1999년 처음 알제리 대통령에 당선된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는 2008년 여권이 헌법상 대통령 연임제한 규정을 폐지하면서 이듬해 3선에 성공했다. 부테플리카는 연임 성공으로 2014년까지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여권의 총선, 대선 승리는 알제리 내부에서 급진적인 정치적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알제리 국민 다수는 1990년대 이슬람 반군과 정부군의 갈등으로 약 20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변화가 목소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4월 치러진 알제리 대선에서 부테플리카가 9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내무부는 밝혔지만, 야권은 대선 직전 연임제한 규정 폐지에 반발해 선거 불참을 선언했다.

최대 반군 조직인 '알 카에다 이슬람 마그레브(AQIM)'는 알제리인들에게 대선 거부를 촉구했다.

최근 알제리 동남부 사하라 사막 인아메나스 천연가스 공장에서 인질극을 주도한 무장 세력도 AQIM 연계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알제리가 '아랍의 봄' 초기엔 민주화 시위를 피해 갈 수 있었지만, 리비아, 사하라 사막 등지에서 세력을 키운 이슬람 무장 세력의 득세로 뒤늦게 몸살을 앓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알제리 특수부대가 인질극 진압 후 몰수한 AK 104 소총 모델 등 다수의 무기가 2011년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를 몰아낼 때 사용한 무기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프랑스의 일부 관리들 사이에서도 리비아 내전 때 사용된 무기들이 주변 국가들에 흘러들어 이번 알제리 참사를 빚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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