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HUFS 강의상 수상자

이석호 (통계학과)

HUFS 강의상을 수상하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교수의 소임을 하면서 연구업적 및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지만, 연구자나 전문가 이전에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교수의 본분인 만큼 어느 것보다 강의상 수상만큼 의미 있고 보람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외대 임용 직후인 2011년도 강의상 수상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 간 연구활동과 학과장 등 보직활동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교육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2017년도에 또 한번 수상하게 되어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대부분 통계학과 과목은 특성상, 탄탄한 수리적 이해와 분석방법의 능숙한 사용을 접목하여 다양한 현실 문제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론과 응용감각, 그리고 분석툴 습득을 위한 강의설계는 상당한 시간과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각 과목이 독립적이지 않고 학습단계에 따라 과목 간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선수과목과 이후 과목에 대한 연계를 고려하여 강의를 준비하여 수강생으로 하여금 원활하고 연속적인 통계지식 습득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따라서 두달 정도의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강의노트를 작성합니다. 물론 이는 학기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 합니다. 준비된 강의자료와 실습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실제자료분석을 위한 데이터 등을 학기 시작 전에 이클래스에 모두 올려 예비수강생들이 미리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수강생으로 하여금 한학기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며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수식, 계산, 컴퓨터프로그래밍언어가 주된 강의주제일 수밖에 없는 무겁고 건조한 전공과목 특성상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없고, 상대적으로 컴퓨팅 스킬과 수리적 배경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수업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가급적 흥미로운 현실 문제를 다루는 자료 분석 예시를 제공하여 관심을 유발토록 합니다. 하지만 이론적 내용을 다루는 과목의 경우 흥미로운 예시를 통한 관심유발은 쉽지가 않고 모든 학생들을 놓치지 않고 학기말까지 이끌고 가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통계이론들 사이의 연관성, 기초과목에서 배운 개념과의 연속성 등을 잘 연관지어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흥미롭게 스토리를 만들어 전달하면 효과적으로 집중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잘 이해한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따라서 매 수업마다 직전에 배운 개념을 리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새로운 개념을 소개할 때마다 선수과목에서 배운 개념과 연관지어 설명합니다. 그러다보니 수강한 학생들은 제 강의의 장점으로 무한반복이라는 평가를 종종 합니다만, 그 근저에는 아무리 높은 건물도 한걸음씩 계단을 밟아 나가면 끝까지 올라 갈 수 있다는 강의철학이 있습니다. 교수로써 저는 계단 간의 높이를 낮추어 한걸음씩 옮기기 쉽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낮은 계단은 밟아야 하는 계단의 개수가 많겠지만, 노력만 하면 누구나 걸을 수 있습니다. 낮은 계단을 만들기 위해 제가 하는 일은 상세한 설명, 다양한 사례 소개, 질문 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조성 등이며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수업준비 및 질의응대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만큼 성과도 있음을 경험하였습니다. 어렵게 느끼면 흥미를 못 느낍니다.

수업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토론수업, 참여수업 등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장치가 없더라도 쉽고 편안한 분위기만 만들어 준다면 학생들은 강의에 흥미를 느끼고 자연스레 참여도도 올라가게 됩니다.

강의평가를 통해 강의 시 부족한 점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학기 초 계획에서 예상하지 못한 세세한 문제점들을 강의평가를 통해 파악할 수 있고 이런 점들은 학기 중간이나 다음 학기에 반영토록 노력합니다.

통계학은 궁극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되는 정량화 또는 계량화된 정보를 활용하여 현황을 파악하고 가치를 도출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와 유사한 학문적 성격을 띄는 것은 정보공학, 응용수학 등이며, 인문/사회과학에서 정량적 연구 및 업무를 하는 “quant”가 지향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통계학과 졸업자들을 보면 금융, 의학, 전자상거래, 정보기술 업체에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쇼핑몰 및 게임개발업체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계 지식 및 기술을 갖춘 역량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학교교육을 통해 제공되는 정형화된 분석기법이나 방법론 습득에만 경주하지 말고 민첩하고 유연한 시각을 가질 것을 권합니다. 성적은 우수하나 실제 현업에 진출 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게 되는 만큼, 통계적 방법론뿐만 아니라 현업 내의 도메인지식이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통계학 전공자들은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합니다. 물론 깊이 있는 도메인지식은 업계에 진출해야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만, 평소 시사문제, 사회적 이슈, 경제흐름, 산업동향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어느 분야를 진출하더라도 손쉽게 도메인지식을 습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공적 지식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것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는 자세가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유연성 훈련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선진화센터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과 훌륭한 서비스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여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교수들의 몫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고 반성합니다. 이를 활용하여 강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