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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0.24 | 조회수 : 92

제목 : [외부필진] 김철민- 21C신냉전, 발트국가지정학가치 글쓴이 : EU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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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냉전, 발트국가의 지정학적 가치와 위기

 

 

20143월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에 이어 단행된 2022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이어진 미국의 초국가체제(Super Power System)가 약화하고, 새로운 냉전이 촉발되었음을 알린 국제사적 사건이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과거 냉전 경험의 상기 속에, 발트국가 등 동유럽의 지정학적 가치와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기는 중이다. 동유럽의 지정학적 가치는 현대 지정학 창시자로 알려진 매킨더(Halford Mackinder, 1861-1947)랜드파워(Land Power, 대륙국가이론)’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마한(Alfred T. Mahan, 1840-1914)시파워(Sae Power, 해양국가 이론)’ 개념을 기초로, 19세기 근대 이후로 확대되던 러시아 등 랜드파워 패권 확대에 대해 영국 등 시파워가 어떻게 대응할지?, 시파워 안보와 패권을 어떻게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매킨더의 랜드파워 개념은 전간기(1918-1939) 초기,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 적용과 베르사유 체제하에서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의 독립을 통한 양대 파워 간 완충지대수립으로 이어졌다. 매킨더는 시파워의 약화를 지연하고, 랜드파워의 패권 국가 부상을 막는 조치로, 랜드파워 외곽에 (초승달 모양의) 방어 저지선을 설정하게 된다. 유럽 지역내 저지선에는 동유럽 국가들이, 동북아시아에는 한반도가 자리했으며, 시파워에 의한 랜드파워 봉쇄전략의 최초 시도였다.


  매킨더의 봉쇄전략 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소련 블록을 향한 봉쇄전략으로 그대로 이어지며, 1989년 사회주의 블록 해체 및 동유럽 체제 전환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되게 된다. 실제 이 봉쇄전략은 림랜드(Rimland) 개념 창시자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일본과의 동맹을 통해 소련의 랜드파워 부상을 견제하고자 했던 스파이크먼(Nicholas J. Spykman, 1893-1943)에게 이어졌다. 이후 그의 림랜드 개념은 소련 체제 불안정에 따른 내적 붕괴를 예측하며, 정치-경제적 장기 봉쇄정책을 제안했던 케넌(George F. Kennan, 1904-2005)에게 영감을 주었고, 냉전기 동안 스파이크먼-케넌의 봉쇄이론(Spykman-Kennan thesis of containment)’으로 발전되게 된다.


  지정학적 분석으로 오늘날 강력한 시파워 패권 국가에 해당하는 미국에 발트국가 등 동유럽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정학적-지전략적 요충지이다. 21세기 신냉전하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자신의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유럽의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하고자 하며, 이를 기초로 세계 패권 전략을 구축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소련 붕괴와 사회주의 체제 전환 이후로도 계속되는 발트 등 동유럽을 향한 미국과 NATO의 동진(東進) 전략에도 잘 투영되어 있다. 동유럽을 향한 미국과 NATO의 영향력 확대는 글로벌 패권 유지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며, 냉전 종결 이후로도 계속 진화 확대 중인 ‘NATO 신전략 개념수립 및 활동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중이다.


과거 매킨더는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하트랜드(Heart Land), 즉 랜드파워 지배 권역을 지배하게 될 것이며, 하트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섬을, 그리고 세계의 섬을 지배하는 자가 마침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로 동유럽의 지정학적 가치와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그의 랜드파워 개념은 동유럽으로 확대 추진을 통한 러시아의 패권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현재에도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그가 1904년 발표한 논문(“Geographical Pivot of History”)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한데 묶어 제시한 유로-아시아(Euro-Asia, 유라시아 Eurasia 개념으로 발전)’ 개념은 신유라시아주의로 발전하여, 오늘날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에게 동유럽의 지정학적 가치와 그 중요성 그리고 이 지역으로의 러시아 확대 전략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중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관계사적 입장에서 21세기 신냉전은 발트국가에 지정학적 기회와 그 위기를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이어질 신냉전 동안 발트국가들은 서유럽과 러시아 간 중요한 완충지대로써 그 지정학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 서유럽의 배신으로 지칭되는 1938뮌헨 협정의 역사 경험처럼, 서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발트국가의 지정학적 가치 활용을 포기하게 된다면, 오히려 발트국가가 지닌 지정학적 가치는 과거 냉전처럼 러시아의 이해 영역(Interest Sphere) 편입 시도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발트국가들이 미-러 양대 파워 사이에서 고통에 빠진 우크라이나처럼 지정학의 덫에 갇히지 않고, 그 지정학적 가치를 충분히 활용해 자신들의 생존 전략과 미래 선택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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