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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4 | 조회수 : 116

제목 : <국제>16강 지고도 쓰레기 주운 日···감동쇼 뒤엔 '메이와쿠 의식'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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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 패배 이후에도 엄청난 쇼가 이어졌다.” 
USA투데이는 2일(현지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일본-벨기에전(2-3 벨기에 승)이 끝난 뒤 이렇게 보도했다. 
  
이 매체가 언급한 ‘엄청난 쇼’는 경기 자체가 아니었다. 경기 종료 뒤 관중석에서 일어난 일본 팬의 모습을 얘기한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내주고 슬픔을 감추지 못하던 일본 팬들은 운동장이 차츰 조용해지자 저마다 파란색 비닐 봉투를 들고 객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하나하나 주웠다.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경기장을 향해 소리 지르던 팬도, 일장기를 몸에 두른 채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치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도 라커룸을 청소한 뒤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정리된 라커룸엔 ‘감사합니다. 일본’이라는 뜻의 말을 러시아어로 적은 종이 팻말을 탁자 위에 올려놨다. 이를 본 국제축구연맹(FIFA) 직원은 감명을 받은 듯 라커룸을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소개했다. 

  
한국에선 2002 한ㆍ일 월드컵 때 응원단 ‘붉은악마’가 거리응원에서 보여준 이같은 모습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열린 원정팀 응원단이 이같은 모습을 보인 게 주목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왜 낯선 땅에서도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한국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이용자와 외신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주로 내놓고 있지만, 국내의 일본 전문가들은 “너무 평범한 일본인의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일본의 ‘메이와쿠(迷惑) 의식’이다. 단어 자체는 ‘민폐’라는 뜻인데, 어릴 때부터 ‘남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익혔다는 얘기다. 
  
서승원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일본에선 유치원 때부터 실습을 통해 공중도덕 의식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친다”며 “그 결과 이런 의식이 사회적인 룰로 자리잡혀 있고, 그 의식이 외국에 나간다고 해서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인의 이번 행동을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행사였기 때문에 서구 여론에 대한 의식이 어느 정도 반영됐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일본 인사들과의 개인적 관계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며 “선수단과 응원단 모두 일본을 대표한다는 의식을 가진 가운데,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습관화된 행동을 극대화함으로써 ‘차별화된 일본인’을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분석이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현대일본학회장을 지낸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나도 일본 유학 시절, 이런 행동의 이유가 궁금해 일본인에게 자주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전 세계가 일본을 주목했고,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일본인이 보여준 질서의식에 세계가 감탄을 했었다. 그런 모습을 봤을 때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여준 일본 축구팬의 행동이 서구 여론 의식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의 의식을 일본과 비교하면서 자칫 자학(自虐)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SNS에선 “한국인의 국민성은 한참 아래다” “우리나라엔 매너 없는 사람들 투성이”라는 글이 돈다. 서승원 교수는 “미국ㆍ유럽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수준이 높으면 높지 떨어지진 않는다"며 "한국인도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수준이 높다는 점을 잊지 말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이동엽 붉은악마 의장도 "우리도 우리만의 질서의식을 월드컵에서 실천했다"며 "해외 언론이 일본만 주목했다고 해서 그 나라를 폄훼할 생각은 없고, 계속해서 선진적인 응원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8-07-04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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