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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25 | 조회수 : 118

제목 : <문화>도쿄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조명 연극 글쓴이 :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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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전과 지금이 그렇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22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소극장 ‘더 스즈나리’에서 공연된 연극 <9월, 도쿄의 거리에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배우들은 이렇게 되뇌었다. <9월, 도쿄의 거리에서>는 가토 나오키가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을 다룬 동명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극단 ‘린코군’이 만든 연극이다. 연극은 2018년 도쿄의 모습과 조선인 학살 당시인 1923년 9월의 풍경을 끊임없이 교차해 보여준다. 도쿄 동부 아라카와 제방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들이 일본도로 무참하게 살해당한 모습, 경찰서에 수용됐다가 기병대에 총살당한 모습 등 간토 지방 곳곳에서 벌어진 참극을 비춘다.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유언비어가 돌면서, 군인과 경찰, 자경단이 조선인 6000명 이상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가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아 정확한 희생자 숫자는 파악조차 안 된다. 연극에서는 지난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으면서 그 이유로 “희생자 모두를 대상으로 추도문을 보내니 (조선인만을 대상으로) 따로 추도문을 내지 않겠다”고 말한 장면도 들어있다.


또 원작에는 없는 현역 자위대 장교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지난 4월 국회 앞 대로에서 야당 의원에게 “너는 국민의 적”이라며 폭언을 퍼부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다. 이런 폭언은 1932년 청년 장교들이 이누카이 쓰요시 총리를 암살하는 등 폭주하며 군국주의와 2차대전의 문을 연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설정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가 단절돼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22일 도쿄 세타가야구 소극장 ‘더 스즈나리’에서 연극 ‘9월, 도쿄의 거리에서’ 공연 뒤 원작자인 가토 나오키(왼쪽)과 연출자인 사카테 요지(오른쪽)이 무대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공연장에서 만난 원작자 가토는 “2013년 헤이트 스피치(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혐오 표현)가 극성일 때 이에 반대하는 사람조차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 블로그에 조선인 학살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책으로 출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가토는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는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 있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철거해 사건 자체를 잊히게 만들려는 우익들의 압력 때문으로 보인다”며 “다만, 그의 추도문 송부 거부로 오히려 많은 일본인들이 조선인 학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미디어를 통해 한국을 조롱하는 가벼운 형태의 혐한이 널리 퍼지는 점도 우려스럽다”고도 말했다.


연출자 사카테 요지는 “지난해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에 반대하는 성명에 참여해달라는 가토의 연락을 받은 것을 계기로 연극을 만들었다”며 “학살은 사실이다. 누가 가해자였는지도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조선인 희생자 숫자가 불분명하다며 학살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 때 보수파는 요코아미초 공원 추모비에 써있는, 희생자가 6000명 이상이라는 표현이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며 문제를 삼았다.


최근 220명 이상이 희생된 일본 서남부 폭우 때도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유언비어가 인터넷에서 퍼지기도 했다. 연극 끝 무렵 배우들은 “기억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된다.

 

2018-07-25 출처: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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