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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333

제목 : 숲 내음 (2006/05/09)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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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7호선
수락산 역 1번 출구...

밤 늦은 시각
퇴근 길에 그리로 나오면
종종 느끼게 되는 냄새가 좋습니다.

지하철을 탔던 곳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그 냄새가
1번 출구 나오기 전 부터 코에 어른거려
기분이 좋아집니다.

수락산에서 진하게 뿜어 나오는 숲의 냄새

아파트 동 사이로 불어오는 숲의 냄새가
너무 좋아 하늘을 들어 보니
별이 반짝입니다.

누가 나보고 왜 이곳을 못 떠나느냐고 물으면
아마 그 진한 냄새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근처의 북한산과 도봉산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늘 보고 자란 산입니다.    
아파트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
그 때 당시 그 산은 제가 가는 어디서건 보였습니다.

그 산은 늘 제게 말해 왔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제게 늠름한 산이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기백을 가르쳐준 산이었으며
대학 때는 외로우면 이야기 했던 산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시절 하나님을 찾게 된 계기도
북한산에 뉘엿 뉘엿 지는 해를 보면서였고

논산에서 훈련을 마치고  
큰 군용트럭 뒤에서
더플백과 더불어 홀로 앉아
의정부 자대로 가던 그 때에
저를 물끄러미 옆에서 지켜 보던 것도 북한산이었으며

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담임반 여고생들과
매년 1월 첫 주에 눈덮인 정상 백운대에 올라
함께 기도했던 곳도
북한산이었고

결혼 후 첫 날을 지낸 곳도
바로 북한산 자락이었습니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모습이네요... 왼쪽 끝으로 도봉산이 약간 보이고, 저 멀리 건너편 왼쪽으로 수락산이 보이고 그 아래 제가 사는 곳이네요...  백운대 밑에 보이는 이곳 아래에서 초등 2학년 때 부터이니 40년 가까이를 살아왔습니다)

이제 수락산 쪽으로 와 둥우리를 틀고
살아가고 있는 지 4년 째입니다.

오늘도 12시가 다 된
늦은 밤의 퇴근 길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느끼는
그 진한 숲의 냄새가
하루 일상에 지친
저를 흔들어 깨웁니다.

예수님의 진한 향내가
저의 인생 전반을 흔들어 깨우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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