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30209

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743

제목 : 하와이대학교에서 (2006/06/26) 글쓴이 : 이길영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학기 말의 분주한 일상을 뒤로 하고 학생들을 인솔하고 이곳 하와이대학교에 왔습니다. 채점할 것과 방학 중 출제할 것을 주섬주섬 챙겨가지고 4박 5일 일정으로 서둘러 몸을 실었습니다. 하와이 대학교는 뒤편의 산을 배경으로 하고 호놀룰루의 와이키키 해변을 저 앞 쪽 멀리 두고 아름다운 캠퍼스가 그림 같이 펼쳐져 있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동서문화센터 (East West Center) 기숙사 9층에서 바라보는 바닷가 쪽의 다이어몬드헤드(Diamond Head)는 태고의 모습처럼 버티고 서있고 그 옆으로 높은 건물들이 멀리 줄지어 있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의 호텔들입니다. 그 너머로 태평양이 있을 것입니다.

동서문화센터는 60년대부터 유명한 연구센터로 지정학적으로 동서양의 학자들이 만나 교류하며 연구하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류학, 언어학, 민속학 등등은 최고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본토의 콜롬비아대나 UCLA 등 어느 학교보다 더 우수한 분야가 언어학, 언어교육등으로 이 하와이대학의 자랑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 분야의 잘 알려진 한국의 학자 분들이 60년대 이곳의 장학금 시험에 응시하여 청운의 꿈을 가지고 와 공부한 분들이 많습니다. 바로 이 기숙사가 그 분들이 공부하던 대학원 기숙사입니다. 그런 건물이어 비록 낡긴 했어도 책상이며 수도꼭지며 하나하나가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 6시 못 미쳐서 기상을 했습니다. 반바지 차림으로 오랜만에 조깅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서울에 올라 온 이후로 4년 동안 아침운동을 하지 못하다가 이제 이곳에 오니 다시 맑은 공기 속에 뛸 마음이 생겼습니다. 둔탁해진 몸... 맨 손 체조 하는 속에서 감지되는 둔함을 통해 게을렀음을 질책하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들로 울창한 깨끗한 학교 도로를 따라 천천히 뛰어 봅니다. 사실 이런 저런 일로 몇 번 와 본 하와이대학교이지만 이렇게 뛰면서 학교를 처음 구경도 해 봅니다. 지나치는 이들과 눈이 마주칠라면 서로 웃음으로 주고 받습니다. 오랜만에 맛 보는 여유입니다.

달리다 보니 한국의 전통양식으로 된 건물도 있습니다. 보니 한국학센터입니다. 건물 앞 게시판을 보니 한국에 가서 공부할 것을 광고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 공고,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할 것을 광고하는 내용 등이 붙여져 있습니다.  

스프링쿨러가 곳곳의 잔디밭을 촉촉이 흠뻑 적셔주고 야자나무 가로수는 물론 열대의 이름모를 울창한 나무들이 캠퍼스에 가득합니다. 아침에 만난 새들의 소리가 나무마다 시끄러울 정도로 지저귑니다. 건강한 자연이 살아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 안에서 뛰며 이제 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침 조깅 속에 정화된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땀을 쪽 흘리며 건강한 아침을 맞습니다.

다행히 여전히 뛸만한 육체를 허락하심이 감사합니다. 바쁜 서울생활에 몸을 돌보는 일에 너무 게을렀었습니다. 허리를 돌릴 때 마다 둔해진 몸을 체감하면서 이제 아침마다 뭔가 변혁이 있어야 함을 실감합니다.

태평양 한 가운데...  아름다운 귀한 장소, 이곳에 오게 하시고 아침일과 전 이렇게 뛰며 하루를 시작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또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주심을 감사합니다. 바쁜 서울의 일상 속에 헉헉대는 과제들이 있고 쓴 뿌리도 있었습니다. 절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가운데에도 하나님이 때때로 힘 주셔서 잘 지나가게 하셨습니다. 부족한 저를 포기하지 아니하시고 섬세하게 돌보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학기말을 지나면서 이곳 하와이대학에서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