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30214

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627

제목 : 아버지학교를 수료하며 (2006/10/21) 글쓴이 : 이길영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제발 저를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주 월요일, 경기 북북지역의 한 아버지학교 마지막 주 모임에 아내를 초청한 순서에서 한 아내 분이 남편에게 향하여 절규한 내용이었습니다. 순간 제 눈가에 눈물이 주루룩 흘렀습니다.

저는 지난 9월 초부터 매주 월요일, 아버지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교회 홈페이지에 있었던 광고를 보고 금방 전화를 하여 등록을 하였습니다.

아버지로서의 삶... 예전처럼 쉽지만은 아닌 역할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들은 예전의 생각만 가지고 일에 열심이지만, 아내와 신세대 아이들은 훨씬 개방되었고 남편으로부터, 또 아버지로부터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들이 밤늦도록 일에 열심이어 가정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들과 아이들은 아버지가 무뚝뚝하고 배려함이 없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넘어 분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 마음에 얼마나 맺힌 것이 많았으면 인생 다 산 황혼에 이혼을 하는 가정들도 있습니다.  

아버지학교는 교회에서 시작된 학교로 지금은 전국의 교회 내에서 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아버지학교도 개설되어 공공 직장단위로도 열리고 있으며 군대와 교도소 등에서도 열리고 있습니다. 또 전국의 목회자를 위한 아버지학교도 있답니다. 저는 인근 의정부 경민대학에서 열리는 열린아버지학교를 다니게 된 것인데 이사장님이 경민학원 내의 모든 학교의 선생님들이 다니길 원하는 마음에 경기 북부의 아버지학교를 경민대학에서 하게 되었다면서 말씀하십니다. 자신도 둘째아들을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잃게 된 아버지로서 이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신다면서 말입니다.

‘나 정도이면 이미 자상한 남편으로 합격점이고... 굳이 아버지학교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한데...’  하는 생각으로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정직하게 바라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기에 겸손하게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매 주 월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월요일... 산적한 일거리를 놓고 일찍 퇴근하는 것부터 작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서 보니 수강생 중에는 더러 목사님도 계시고 또 학교교장선생님도 계시기에 더더욱 귀를 쫑긋 세우고 참여해 보았습니다. 또 이번에 함께 수료한 이 중에는 싱글도 있습니다. 미리 남편으로, 아버지로 준비하겠다는 마음으로 왔답니다. 감동이 되었습니다.  

첫 주에는 아버지의 영향력을 배우는 시간... 먼저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하면서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숙제도 있습니다. 남자들이 아버지와의 관계가 얼마나 막혀 있는지 조별 나눔을 통해 알게 됩니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저런 아버지는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고 결혼하여 아이를 길러보지만, 어느새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에 많은 분들이 놀랍니다. 바깥일 때문에 술을 마시고, 고함을 치고, 생활의 한 가운데서 앞을 보고 바삐 달려 온 굵직한 중년의 남성들이 자신의 현존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지금까지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어느 아버지의 고백.. 진행자가 아내가 지금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하는데, ‘사.. 랑..해요..’ 하면서 급기야는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둘째주는 아버지의 남성상을 확립하는 시간입니다. 책임감의 회복, 성결의 회복, 지도력의 회복, 사랑의 회복입니다. 셋째주는 아버지의 사명, 넷째주는 아버지와 가정입니다. 매 주 다섯시간의 긴 시간이건만 정말 지루하지 않게 앉아 있었습니다. 모든 내용이 우리의 삶에, 아니 저의 삶에 너무 유사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며 도전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중간 중간에는 숙제도 있습니다. 아내의 장점 20가지 써오기, 자녀의 장점 20가지 써오고 자녀와 함께 데이트하기, 아내와 자녀에게 사랑한다고 자주 고백하고 안아주기 등등입니다.  

특별히 마지막 주에는 아내들을 초청하여 함께 말씀을 듣고, 나누며 마지막엔 세족식이 있습니다. 집안일에 수고하는 아내의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줍니다. 그리고 영적, 육적으로 순결한 남성이 될 것을 아내 앞에서 선서하면서 마치게 됩니다.  

인생의 하프타임... 후반전을 앞두고 아버지 학교를 한 주 한 주 다니면서 제 마음은 새로운 소망 속에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일에 열심인 제가 아내로부터 격려를 받지 못할 때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고만 생각하였는데 아름다운 새 가정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많이 후회되었습니다. 또한 매 주마다 아버지 학교 기 수료자들의 간증은 눈물을 흘리게 하였습니다. 바로 아버지가 변하면서 한 가정이 놀랍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이루기 위해 열심인 스텝들의 섬김을 바라보는 것도 큰 은혜였습니다. 이들은 아버지학교 기 수료자들인데 너무 좋아 후배들을 위해 자원하여 봉사하는 것입니다. 바쁜 직장인이면서도 미리 나와 세팅하고, 끝나고는 정리하며 또 주중에 모여 기도하고... 정성과 관심이 모여 한 가정을 세우는 이 일에 수종을 기쁨으로 드는 그들의 모습이 위대해 보였습니다.

저에게도 소망이 생깁니다. 가정에 대한 저의 자세가 바뀌고, 생명력이 넘치게 되어 받은바 은혜가 크기에 스텝으로 봉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땅의 아버지들이 하나님 주신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천국가정의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 모임에서 어떤 아내 분이 ‘남자들이 군대에 모두 가야하는 것처럼 아버지학교를 모두 수료하는 것을 의무화 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하였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아버지들의 문제가 큽니다. 시급합니다.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이 때에 할 일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