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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341

제목 : 산행 (2007/02/09)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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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에 올라갔다 왔습니다.
늘 옆에 두고 사는 산이지만 정상까지는 올라가 보지 못했던 산입니다.

습기가 가득찬 오늘 아침 날씨는 그다지 춥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올라 갈수록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는 날씨였습니다.

이른 아침도 아니었건만 함께 올라가는 사람들이 없이 나 혼자 올라 가길래 이상하다 했는데 중간에 매점을 하는 아주머니 말씀이 도봉산에 입장료가 무료가 되면서 이곳이 매우 한가해 졌다며 장사에 영향을 미쳐 힘이 든다고 하시는군요...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었습니다. 방학 중임에도 시간에 �i기긴 매한가지여서, 한가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있겠는가 했는데... 어제 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오늘 아침, 갑자기 산으로 나선 것이었습니다.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땀을 흘리고 오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주변에 함께 하는 이 거의 없이 나 홀로의 등반이었습니다. 등산복/등산화가 있을 턱이 없기에 가벼운 옷과 운동화를 신고 나섰습니다. 물이나 다른 준비물도 가지지 않고 그저 몸만 간 것이지요... 깔딱고개 까지는 2년 전에 아이들과 한 번 온 적이 있는 곳이어 내친김에 한 번에 올라갔습니다. 저 밑에 동네가 안개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개위에서 쉬노라니 부는 바람에 땀이 식어 좀 춥게 느껴졌습니다. 바로 저 바위 위가 정상이겠지 하는 마음에 서둘러 정상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그 곳에서부터는 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코스가 계속되었습니다. 다양한 암벽 코스였습니다. 장갑도 없이 맨 손으로 잡으려니 손은 시럽고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온 등반에 슬슬 후회가 되었습니다. 깔딱고개에서 내려갔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암벽에 쇠기둥을 박아 로프로 연결해 놓아 등반하는 코스가 이어져있는데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더더욱 그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래간만의 산행에 암벽위 로프를 타고 걷는 제 다리는 후둘 후둘 떨리고, 손에는 힘이 빠짐을 느꼈습니다. 숨은 차오르는데 몸이 많이 둔해졌음을 느꼈습니다. 수락산이 이렇게 난코스인지 몰랐습니다. 그저 가벼이 갔다오는 산 인줄 알았습니다. 정상은 고사하고 금방 내려갔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미 암벽을 타고 오르기를 몇 번 했기에 여기서 다시 뒤로 내려가기도 부담이 되었습니다. 정상에서 다른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좀 쉬운 길을 택하는 것으로 하고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이 바위 넘으면 정상이겠지 하는 코스가 몇 번 지나갔습니다. 그러더니 저 멀리 태극기가 꽂혀 있는 정상이 보입니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었는데 그냥 내려갈까 하다가, 갈림길에서 만난 한 아저씨 말씀이 10여분이라는 말에 여기까지 왔는데 가보기로 하고 정상에 올라갔습니다. 638미터, 그리 높지도 않은 산입니다. 정상은 바위로 되어 있습니다. 안개로 아래쪽은 멀리 아파트들이 희미하게 보일 뿐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그래도 마음에 기쁨이 있었습니다. 옆집에 마실 가는 평상복 차림을 하고 나선 내 모양이 우습기도 했지만, 수락산을 정상을 올랐다는 마음에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수락산은 맞은편의 도봉산과 아울러 수도 북쪽을 둘러싸는 명산입니다. 보니 돌로 많이 된 산이네요...

입춘을 지나고 이제 가지들은 겨우내 버티다가 조금 약동을 시작하는 때입니다. 나무들이 지금은 칙칙하지만 곧 이파리가 나고 이어 짙푸른 녹색을 뿜어 낼 것을 생각하니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계곡은 지금도 얼음이 있어 한풍이 불고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봄의 기운은 얼음의 주변이 조금씩 녹는 모습이 보이면서 감지가 되었습니다. 곳곳마다, 계곡마다 녹색으로 넘치고 물이 흐를 것입니다.

올라갈 때 고생한 터라 내려가는 길은 쉬운 곳으로 간다는 것이 계곡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중간에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길이 나 있지 아니한 곳을 겨우 겨우 헤매며 내려가다가, 결국 중간쯤에 기존의 등반로를 만났습니다. 얼마나 기쁨이 있던지요... 이제 정오가 되면서 사람들이 두런 두런 이야기 하며 올라가는 것이 보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점심때입니다. 내려오다가 산 입구에서 산 찐빵과 만두를 간식으로 하고 라면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바쁜 생활 가운데 산행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었습니다. 등산가자고 가끔 연락이 오는 동창친구들을 보며 마치 그들이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 같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제게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급작스런 산행을 통해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그 전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딱딱한 나무껍질이지만 신기하게도 곧 연한 순이 그 위로 나와 자라갈 것을 기대하며 생명의 경외를 미리 느끼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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