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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9.10 | 조회수 : 381

제목 : 명절증후군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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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추석을 2-3일 앞둔 요즈음이 명절증후군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햇곡식과 햇과일이 풍성하고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 마음의 여유가 풍성한 이 명절에 주부들은 오히려 고통이라는 멍에를 가지고 지난다니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평소에 비해 강도 높은 음식준비와 손님맞이, 평소 잘 도와주던 남편들도 이때는 친인척들과 웃고 떠들고만 있기에 더더욱 배반감을 느낀다고도 합니다. 그리하여 주부들은 이 시기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근육의 통증, 피로감, 두통, 소화불량,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몇년 전 추석에요... 이러한 문제가 있음을 알고서, 한번은 저희 친척들이 모이는 충주 사촌 큰 형님 댁에서 조그만 세리모니를 했습니다. 추석 전날, 저녁 상을 물리고 여느 때처럼 남자들은 TV앞에 혹 어떤 분은 약주를 들며 주저리, 주저리... 하지만 며느리 셋과 손자며느리 둘은 한쪽 곁 부엌 문 앞에 앉아서 전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짬짬이 TV를 보고있는 남자들과 아이들, 또 옆에서 술 마시는 형님들에게 음식과 과일을 날라다주며 움직입니다. 제가 슬그머니 시내에 나가서 커다란 케익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글씨를 써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내용은 ‘합천이씨 집안에 시집 온 며느님들, 감사합니다’ 라고 말입니다. 빵집 아저씨가 너무 글씨가 많다고 하는 것을 우겨서 제일 크고 넓적한 케익을 골라서 겨우겨우 썼습니다.

그리고는 마루에 모두 모이게 하고는 불을 끄고 촛불을 점등하고 ‘생일축하합니다’ 노래에 맞추어 ‘감사합니다’ 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취지를 파악한 며느리들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아이들이 뭔 일인지 잘 모르지만 신나해 합니다. 맏며느리이신 큰 형수님 얼굴이 다소 쑥스러운 듯 빙그레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어색한 얼굴의 남성들도 같이 따라 불렀습니다. 마지막에 집안의 최고어른인 큰 아버님에게 한 말씀 부탁드렸습니다. 교육계에서만 45년 가까이 계신 분으로 교장선생님으로 이미 오랜 전에 정년을 맞으신 큰 아버지도 다소 상기된 얼굴로 갑작스런 부탁에 말씀하십니다. ‘그래, 너희들 수고 많구나. 우리 집안에 시집와서 고생이 많다.... 고맙게 생각한다...’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큰 형수님이 시아버님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사실 처음 들었다며 감격해 하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아름다운 추석명절이었습니다.    

이제 몇 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아니 오늘 금요일부터 이제 민족의 이동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가족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이 조그만 세리모니에도 감동하는 큰 형수님을 보면서 남자인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조그마한 것이나 이번 추석에 저의 결심입니다. 평소 잘 안해 부끄러운데 이때 만이라도 할랍니다^^

하나, '설거지는 한끼 이상 제가 합니다. 혹은 형수님들과 같이 합니다.'
둘, '명절이 끝나면 아내에게 작은 선물을 합니다.'

모두 하고 있겠지만 남성 분중 혹시 생각 안 하고 있다면 우리 설거지 같이 해요~~ ^^

 

이번 추석 가족들을 섬기실 어머니의 심경을 잘 살피시고 도와 주는 아드님, 따님 되세요.

 

혹시 시동생 입장이신가요?

마음고생이 있을 형수님/새언니에게 작은 고마움의 표시를 해 보아요~~ 


모두 복되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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