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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9.05 | 조회수 : 939

제목 : 아름다워라 글쓴이 : 박상원(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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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학생회에서 발간한 홈커밍데이 소식지에 실은 인사글입니다. 게시판 활성화를 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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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럴 때 아름다워라

 

지루한 장마가 계속 되던 어느 여름 날, 잠깐 개인 틈을 타서 집에 가려고 연구실을 나섰습니다. 앞에서 걸어오던 한 여학생이 나를 알아보고는, 잡고 있던 남자 친구 손을 수줍게 놓으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합니다. 가볍게 답례하고는 재빨리 시선을 돌려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남자 친구와의 달콤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득, 철없던 시절 멋모르고 따라 불렀던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을 하려거든 목숨 바쳐라. 사랑은 그럴 때 아름다워라.

 

제목도 가수도 잊어버렸고 선동적이었던 다음 구절은 더더욱 생각나지 않지만, 왜 이 대목만큼은 뚜렷이 기억되는 걸까요? 당시 나의 삶에는 사랑만큼 중요한 일이 없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멋진 사랑을 하십시오. 20대는 축복받은 시기이며, 무엇인가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유일한 나이입니다. 나이 먹어 불같은 사랑을 한다면, 불륜이나 퇴폐 아니면 주책이겠지요.

그런데 우리의 사랑은 반드시 이성(異性)을 향한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 주위의 가족도, 친구도, 내가 하는 일도, 내게 주어진 삶의 목표도 다 사랑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20대 삶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과 열정은 세상을 바꿉니다.

스티브 잡스는 21살에 컴퓨터를 제조하는 회사를 공동창업하고 그 이름을 애플(Apple)로 정했습니다. 아이슈타인이 상대성 이론 등 네 편의 논문을 연달아 발표하여 당시 물리학계를 뒤흔들어 놓은 것도 26살 때의 일입니다. 윤봉길 의사가 일본의 천장절과 전승기념 축하식 단상에 폭탄을 투척한 때의 나이는 24세였으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날드 코즈가 기업이론을 처음 생각했던 것도 21세 때였습니다. 비록 우리는 이들처럼 천재나 위인은 아니지만 삶에 대한 사랑은 동일합니다. 20대에 학자의 삶을 짝사랑하게 된 나는, 그래서 오늘도 연구실의 불을 밝혀 봅니다.

 

국제통상학과 학과장 박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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