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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0.03 | 조회수 : 417

제목 : [EU연구소 김봉철 소장] 이슈&인사이트 기고 -섬의 가치 재조명 할때 글쓴이 : EU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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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일반적으로 자연의 영역에서 지리적인 모습을 떠올리지만 경제와 문화 측면에서도 다양한 가치를 지닌다. 한국은 반도국가지만 북으로 휴전선이 가로막혀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다. 한반도에 부속된 섬들도 오래전부터 나라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고려의 항몽전쟁과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데 섬을 이용하고 유배지이기도 한 어느 섬은 지금은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있는 주요 관광지가 됐다. ‘독도 역시 우리땅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한국 사회가 섬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 섬들이 현대 사회에서의 무슨 가치를 가지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지에 대해 더 많은 이해와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섬은 자원의 부족으로 다양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연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찾는 답을 만들어야 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국제사회의 다른 지역이나 국가가 어떻게 노력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대항해시대와 식민제국주의 이후까지 연결된 역사에서 지중해와 대양의 섬들은 유럽인들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섬을 차지하고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갈등은 현재까지도 수많은 서사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섬은 전근대 유럽인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유럽 국가들은 섬의 지리적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어업이나 해양 정책 뿐 아니라 산업, 통상, 교통, 문화 분야 등도 아우른다. 최근에는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섬의 가치를 새로 조명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섬에 관한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통계자료를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해 효과적인 정책 관리를 위해 섬과 해양 문제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스마트 아일랜드’(Smart Island)와 청정에너지 정책 등을 섬에 적용하면서, 회원국과 지방정부 또는 민간이 협력하고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에는 이런 프로젝트가 주로 지중해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북극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정치·경제적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북유럽의 섬들로 확산되고 있다. 지중해의 섬 프로젝트는 환경 문제나 생물다양성의 보존, 그리고 관광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비해 북유럽의 섬 프로젝트는 주로 교통물류, 지역 자급화를 위한 산업·기업 투자 활성화에 집중됐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북극 지역은 최근 국제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결과를 공유하고 다른 프로젝트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섬에 대한 유럽의 이해와 인식, 그리고 정책과 제도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섬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기 위해서는 섬에 관련된 조사 및 세밀한 통계화가 필요하고 도출된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이해관계자가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EU는 이미 이러한 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당사자들이 협력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회원국 및 지역의 정부, 기업, 민간단체 등이 주요 행위자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해관계자들(중앙, 지방정부, 시민, 언론, 기업, 민간단체, 전문가 집단)이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와 전담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도서지역의 권한 강화와 충분한 예산 확보도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섬과 인근 지역이 가지는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회적 비전 연구와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은 단편적인 경제개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보다는 섬이 가지는 가치와 비전을 마련, 사회구성원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지역∼국가∼국제사회로 이어지는 이익의 공유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유럽의 선례를 통해 우리도 지역민과 시민들이 자신들의 눈으로 섬을 관찰하고 가치를 생각하도록 하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슈&인사이트] 섬의 가치 재조명 할때 (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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