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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3.06 | 조회수 : 765

제목 : 극우 민족주의 판치는 유럽의회 선거…마크롱 'EU 최대위기' 글쓴이 : EU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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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반()유럽연합(EU) 정서에 기반을 둔 극우 민족주의 정치 세력이 확산하면서 `하나의 유럽`이라는 EU 설립 정신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유럽의회에서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면 유럽이 기존에 추구했던 세계화, 자유무역, 환경보호, 난민 정책 등에서도 일정 정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급기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족주의` 확산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4(현지시간) 영국을 포함한 EU 28개 회원국별로 일간지 1개씩, 28개 일간지를 통해 "민족주의는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서 "유럽이 이처럼 위험에 처한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유럽이 최근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 상징"이라며 "유럽은 이제 리뉴얼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각지에서 확산하고 있는 민족주의에 맞서 EU 연대를 강화해 유럽의 새로운 `르네상스(부흥기)`를 맞이하자고 마크롱 대통령은 촉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의 한 회원국 정상이 EU 전체 시민에게 이 같은 호소문을 보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자국에서 지지율을 회복한 그가 다시 한번 유럽의 차세대 리더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즘·배타적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의 득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회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작성하는 기관인 `유럽선거통계(European Elections Stats)`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우 성향인 `유럽 민족 및 자유(ENF)` `자유와 직접민주주의 유럽(EFDD)`의 의석수가 2014년 선거에 비해 7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의석수만 보면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의석수가 브렉시트로 인해 751석에서 705석으로 감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우 세력 비중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다 의회에서 균형을 잡아줄 중도 세력의 영향력은 후퇴할 전망이다. 유럽의회 내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국민당 그룹(EPP)`과 중도좌파 `사회당 그룹(S&E)`이 이번 선거에서 차지할 의석수는 총 327석으로 전체 의석 중 46.4%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이들의 의석수는 전체 중 53.8%. 선거 결과가 예측 자료와 일치한다면 2개 중도파 정치그룹이 40년 유럽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게 된다.

 

지난 5년간 반난민을 부각하면서 각국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극우·포퓰리즘 세력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를 기회로 보고 있다. EU 극우정치의 핵심 인사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지난해 8월 이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만나 이번 선거에서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살비니 부총리와 더불어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프랑스 흠집 내기`도 유럽의회 선거를 겨냥한 활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통합을 주창하는 마크롱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반유럽 성향 지지자들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2017년 독일 총선에서 제3당이 된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독일의 EU 탈퇴를 뜻하는 `덱시트(Dexit)`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반유럽 질서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존 중도 세력은 포퓰리즘 정당의 성장을 억제하고 유럽 통합을 이끌 만한 리더십이 부재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1월 아헨 협정을 체결하면서 포퓰리즘과 국가주의 확산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과거 EU를 이끌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조끼` 시위 등으로 메르켈 총리만 한 신뢰를 쌓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가 처음 치러진 1979년에는 9개 회원국에서 410명을 선출했다. 이후 EU 가입국이 차츰 늘어남에 따라 2014년 선거에서는 751명이 유럽의회에 입성했다. 이번 선거는 브렉시트로 인해 오히려 의석수가 705석으로 줄어든다. 영국이 갖고 있던 73석 중 46석은 공석으로 남겨두고, 27석은 인구 대비 의석이 적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14개 회원국에 배분된다. 다만 브렉시트가 취소되거나 발효일이 선거일 이후로 연기되면 영국 몫이 부활돼 현재와 같은 의석수로 선거가 치러진다.

의석수는 각 회원국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할당돼 있다. 독일 의원 수가 96명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 79, 이탈리아 76, 스페인 59, 폴란드 52명 등 순으로 많다. 룩셈부르크, 몰타, 키프로스는 의원 수가 6명으로 가장 적다. 선거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유권자들은 각국 개별 정당에 투표하지만,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비슷한 이념과 성향을 가진 다른 회원국 정당과 연합한 정치그룹을 형성해 유럽의회에서 의정 활동을 펼친다.

 

유럽의회는 법안 심의·의결권, 주요 정책 협의권, 주요 협정 체결 동의권 등 통상적인 국가의 의회와 같은 입법권을 갖고 있다. 동시에 EU 기관에 대한 감독·통제권과 예산에 관한 결정 권한 등을 행사한다. 특히 유럽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한 개 또는 연립한 정치그룹의 대표 의원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위원장 후보 1순위가 돼 EU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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