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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10 | 조회수 : 792

제목 : EU로 총구 돌린 美, '대서양 무역전쟁' 신호탄? 글쓴이 : EU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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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거대 경제권 간 ‘무역전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사진)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를 거론하며 110억달러(약12조5000억원) 규모의 EU산(産) 제품에 관세폭탄 부과를 예고하자, EU도 즉각 보복관세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이 사실상의 정적(政敵)인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오랜 기간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유럽으로 무역전쟁의 총구를 겨냥한 셈이다. 당장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미국이 “이번 사안은 오랫동안 지속해온 미국·EU 간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별도 분쟁”이라며 기존 진행 중인 무역협상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은 배경이다. 

◇EU “중재 요청 후 보복 곧 결정” 맞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세계무역기구(WTO)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미국에 불리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판정했다”며 “미국은 이제 110억달러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EU는 수년간 무역에 있어 미국을 이용했다”고 지적한 뒤, “그건 곧 중단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전날(8일)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EU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 지원 관행이 철회될 때까지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고율 관세 부과가 가능한 예비 목록을 공개하고 공공의견을 수렴하는 등 관세 부과 품목 판별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는 무역 상대국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거나 불공정 행위 땐 수정을 요구하고, 상대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보복을 허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 규정에 근거해 중국과의 무역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미국은 지난 2004년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등 4개국의 항공기 보조금 지급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WTO에 이 문제를 정식 제소했었다. WTO는 2011년 4개국이 1968~2006년 총 180억달러(약 20조6000억원)의 항공기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EU는 보조금을 폐지했지만, 에어버스의 새 기종 A350 XWB에 대해선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 상당의 신규 보조금 항목을 마련해 미국의 반발을 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EU의 보복(관세) 권리를 사용할지 곧 결정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 관계자는 “EU는 보복관세를 결정하기 전 WTO에 중재를 요청할 것”이라면서도 “보복관세를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EU 측 일각에선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봉착한 만큼, 조속한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파리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현재 전 세계 경제문제를 봤을 때 우리가 무역충돌을 할 만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뉴욕증시 출렁…확전이냐? 기우냐?

두 거대 경제권의 ‘관세 충돌’은 시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90.44포인트(0.72%) 빠진 2만6150.58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무리하게 EU로까지 총구를 돌리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IG의 크리스 뷰챔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해결하기도 전에 유럽과 무역전쟁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며 “이런 전개는 증시 등 위험자산에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비어드의 윌리 델뤼치 투자전략가도 “정책적 확실성을 한 발짝 후퇴시킨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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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조치가 무역전쟁의 타깃을 EU로 이동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되자, 미국 측은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번 관세 발표는 EU와의 무역협상에서 압력을 가하려는 게 아니다”며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별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본격적인 대서양 무역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대(對) EU 관세는 새로운 긴장의 시그널이 아닐 수 있다”며 “양측 간 갈등은 에어버스 보조금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소송 관련한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고 했다. 빌 레인쉬 국제 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양측간 무역협상은 에어버스 보조금 건이 어떻게 되든,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지난해 6월 미국이 EU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10%의 관세를 매기고 EU도 미국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갈등의 불을 지폈다. 다만, 새 무역협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간신히 합의하면서 정면충돌은 모면했다. 하지만, 협상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미국 측이 EU에 공산품 관세 철폐와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뿐 아니라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까지 요구하면서 간극은 더 커졌다. 미 상무부가 독일 등 EU산 자동차에 대한 25% 추가 관세폭탄 부과 가능성을 열어놓은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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