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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28 | 조회수 : 21

제목 : 김원명 교수님 경기일보 칼럼 [삶과 종교] 단풍이 짙어가는 가을, 화쟁을 생각한다 글쓴이 :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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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단풍이 짙어가는 가을, 화쟁을 생각한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정치적 갈등 상황에도, 나는 점점 더 짙어져 가는 단풍을 바라보면서 가을이 더욱 깊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 가을에 노랗게 물든 단풍을 가족과 함께 감상하거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감상하는 것은 인생에서 더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이런 한국의 정치적 갈등상황 이야기는 자제하는 편이다. 우리는 광화문이든 서초동이든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와 기원을 함께 염원한다는, 큰 의미의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 국민이 넓은 의미에서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처로 가서 서로 악으로 혹은 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지금의 지지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나는 철학자로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50년, 더 길게는 1천 년, 2천 년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주 오래된 고전을 들어 지혜를 찾아보고자 한다.

1천4백여 년 전 원효(元曉, 617~686)의 말을 빌려서 하면, ‘화쟁(和諍)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기신론소(起信論疏)」 ‘생멸문(生滅門)’에는 ‘한쪽만을 고집하면,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에 떨어진다’고 하였다. 또 그의 「열반경종요(涅槃經宗要)」 ‘삼사문(三事門)’에는 ‘만일 한쪽만을 결정적으로 취하면 두 주장이 모두 그릇되게 되고, 만일 참으로 집착하지 않으면 두 주장이 모두 옳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런 사고방식을 중도(中道)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중도적 입장이 원효 용어로는 바로 화쟁(和諍)이다. 어느 한 쪽 입장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에 집착해서 그것만이 옳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상대의 감정과 말에도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보려고 해야 한다.

2천5백여 년 전 노자(老子)의 말을 빌려서 하면, ‘부쟁(不爭)하라.’ 그리고 이 싸움은 부득이한 경우고, 어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싸우게 된다면 ‘싸움의 도(道)를 지키라’고 하고 싶다. 『도덕경(道德經)』 제30장에서 “도가 아니면 당장 그치라”고 했다. 그리고 “싸움에 뛰어난 이는 승부가 나면 그칠 뿐, 그 틈을 타 상대방을 핍박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은 지금 이기더라도 언제까지나 이기기만 하고 살 수 없는 것이다. ‘승부가 나면 그뿐이지 그것으로 의기양양하면서 상대를 억누르거나 핍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노자의 ‘도’다. 서로 겸손해야 한다. 노자는 우리에게 ‘승부는 마지못해 일시적으로 내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광화문이든 서초동이든 그들이 표면적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들이 공통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에, 크게 그리고 깊게 보면 같은 길을 가는 대한민국의 같은 애국시민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표면적으로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극단적으로 서로 적으로 혹은 악으로 생각하고 공격할 필요가 없으며, 또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정치지도자들도 그렇게 하지 않도록 말씀을 가려서 품위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의 평화적인 대규모의 민주적인 집회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는 평화로운 민주주의 정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 결과가 우리의 미래에 양측 모두에게 자랑이 되고 좋은 일이 되길 바란다.

김원명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

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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