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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9.02 | 조회수 : 1595

제목 : [왜냐면] 지명 영문표기 기준, 유엔권고와 상충 안한다 / 곽중철 글쓴이 : 통번역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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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영문표기, 유엔정책 따라야’에 대한 반론
‘지명 영문표기, 유엔정책 따라야’를 읽고 반론을 편다. 이 글은 현재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에서 지명 표기 규정이 국제적 양식에 맞지 않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영문표기 지침(안)이 영문법과 국제적 양식에 더 맞지 않게 되어 지명의 분류어 지위를 영어에 양보하고 우리말 분류어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 한강을 Hangang River라고 표기하면 Hangang이 고유어, River는 분류어로 분석되는데 고유어 자리의 Hangang은 고유어 Han과 또 하나의 분류어 gang을 포함해 영문법과 국제적 양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Hangang River에서 분류어가 이중이라고 하려면 ‘강(gang)’이 무슨 뜻인지 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모든 외국인이 Han이 고유어이고 gang이 분류어임을 알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 지명의 영어표기 목적은 우리말 지명을 보존하면서도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한강(Hangang River), 경복궁(Gyeongbokgung Palace) 표기에 쓰인 River와 Palace는 그것이 어떤 성격의 장소인지 간략한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둘째, 한강을 Hangang River로 하면, 한글로 역변환 시 한강강으로 되어 원천어 한강으로 복원되지 못해 이중 분류어 영문표기 방식의 구조적 오류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굳이 우리 지명을 영문 표기만을 기준으로 역변환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할까? 어떤 표기방식이든 Hangang River를 “한강강”으로 변환하듯 기계적으로 다른 언어로 변환할 수는 없다. 그래도 역변환의 경우를 고려한다면 설명어 해당 부분만 삭제하면 쉽게 역변환할 수 있다.

Han River와 같이 분류어 해당 부분을 생략할 경우 더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우리 지명에는 한강이나 남산 등 고유어와 분류어가 일대일로 단순 연결되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 예로, ‘~대(臺)’가 들어간 지명 중 “탄금대”는 하안단구이고, “수승대”는 너른 바위이며, “경포대”는 누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 누정의 이름에는 “광한루”, “송강정”과 같이 주로 ‘~루(樓)’와 ‘~정(亭)’이 쓰인다. 한강을 Han River로 표기한다면, “경포대”는 “Gyeongpo Pavilion”이 되고, “송강정”은 “Songgang Pavilion”이 된다. 또 영문 표기만 보고 원래의 국문 이름을 복원하기는 더 어렵다.

셋째, 유엔지명전문가그룹(UNGEGN)에서 중국에서는 西平山(시핑산)을 Xiping Mountain 혹은 Xiping Shan으로, 일본에서는 富士山(후지산)을 Fuji San으로, 東京灣(도쿄완)을 Tokyo Wan으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엔에서도 국가마다 표기방법이 다름을 인식하고, 각국의 지도 지명표기 지침을 제출하도록 했다고 한다. 현재 43개국이 제출한 지침을 보면 지도상 표기에 관한 국제 원칙은 ‘속성 부분을 번역하지 않고 모두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이나 국립국어원의 영문표기 지침을 보면 Gyeongbokgung Palace, Hangang River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도로표지판이나 지도 등 용처의 특성에 따라 속성 번역에 해당하는 부분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현재 기준은 국내 사용 현황과도 맞고 유엔 권고안과도 상충하지 않는다.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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