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부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 75억원대 부동산을 기부했다.

노부부는 결혼할 당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자’고 맺었던 약속을 이제서야 지키게 돼 행복하다며 과학 인재 양성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카이스트는 16일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이승웅(74)·조정자(72) 씨 부부가 지난달 서울 성북구에 있는 상가건물 등 75억원 상당의 부동산 3건을 KAIST에 유증(遺贈) 형식으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는 이날 오후 이씨 부부를 초청해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 부부는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하며 “알뜰히 아끼고 아껴 모은 재산이지만 저희가 다 쓰고 갈 수는 없지요.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할 과학인재 양성에 써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이씨 부부는 부부의 연을 맺을 때부터 재산 사회 환원을 서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들은 나라 발전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던 중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카이스트가 있음을 알고 지난 봄 아무 연고가 없는 카이스트에 기부 의사를 밝히고 유증을 선택했다.

이씨 부부는 “지금의 재산을 모으기까지 아끼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며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다”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배달이나 막일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승웅 씨는 “어느 겨울날 자전거를 타고 눈길을 뚫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순댓국집이 있었는데 따뜻한 순댓국 한 그릇이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하지만 그 돈이면 온 가족이 배불리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을 텐데…”라며 지나쳐 온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씨의 아내 조정자 씨는 “결혼해서 보니 (남편이) 어찌나 검소한지 너무 알뜰해 흉을 볼 정도였다”라며 “그런데 저도 어느새 (남편을) 닮아가 500원을 아끼려고 시장 곳곳을 다니며 가격을 묻고 다니니까 나중에 저에게는 더는 안 판다고 하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이들 부부가 평생 모은 소중한 재산을 모두 카이스트에 내놓으면서도 주저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저희는 약속을 철칙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결혼할 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제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나라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일이 있겠느냐”며 “바라는 것은 훌륭한 인재로 자란 카이스트 학생들이 훗날 우리 이름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강성모 카이스트 총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주신 부부의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기부자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no=1089315&year=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