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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0.02 | 조회수 : 255

제목 : 러시아-터키 관계 정상화의 정치적 함의와 전망 (2016.08 EMERICS) 글쓴이 : 러시아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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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2015년 11월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영공에서 격추된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하여 홍완석 교수에게 러시아-터키 관계 정상화에 대한 정치적 함의와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작년 11월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사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해 11월, 터키군이 러시아의 수호이-24 전투기를 격추했다. 이 사건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 배경에는 저류(底流)가 있다. 터키는 EU 가입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인권, 독재, 아르메니아 학살 인정 등 터키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웠다. 또한 이번 난민 협약으로 터키는 EU의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IS와 원유를 무자료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IS의 주요 원유 생산 기지 등을 타격하자, 이에 반발하기 위해 터키 측은 러시아의 전투기를 격추한 것으로 보인다.

 

Q2. 전투기 격추 전 양국 관계는 어떠했는가?
러시아와 터키는 전투기 격추 전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먼저 터키는 EU를 향한 지렛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 했다. 러시아-터키-유럽을 연결하는 가스관인 터키 Stream, 터키에 25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 원자력 발전소 4기 건설 등이 터키와 러시아의 대표적인 경제 협력 사례이다. 전투기 격추 이전 터키와 러시아는 경제적 측면에서 결속하려는 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반면 러시아 측면에서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의 강화를 위해 터키가 필요했다. 러시아는 EU와 NATO와는 다른 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 경제, 안보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했다. 지금은 유라시아경제연합이지만, 앞으로는 유라시아연합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유라시아경제연합의 회원국들은 러시아 입장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국가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이 탄력을 받으려면 터키가 필요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전투기 격추 사건으로 인해 두 나라의 관계는 급격히 경색된 것이다.

 

Q3.전투기 격추 사건이 양국의 관계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푸틴 대통령은 전투기 격추 사건을 “터키가 러시아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고 표현했다. 러시아 측은 외교 단절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인 차원에서 보복을 시행했다. 터키 식품 수입 금지, 러시아인의 터키 관광 금지, 러시아 내에서 터키인 노동 금지 등이 그것이다.
러시아-터키 간 교역액이 300억 달러(약 33조 원)에 이른다. 2015년 11월 전투기 격추 사건 이후 2016년 1~5월 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43% 급감했고, 터키를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도 93% 감소했다. 2015년까지 러시아는 터키의 2~3번째로 큰 수출입 상대국이었다.
터키 측은 러시아와 관계 회복을 위해 여러 차례 화해하고 싶다는 제스처를 비추었다. 공식적인 외교 채널을 통해 사과의 의사를 밝혔으며,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터키 군인들을 구속하고, 전투기 사고로 인해 사망한 러시아인 유가족들에게 보상도 약속했다.

 

Q4. 이번에 양국 정상이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나?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터키 간 합의 사항의 재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말했던 원자력 발전소 4기 건설과 터키 Stream이 바로 그것이다. 더 나아가 양국 정상은 양국의 외교, 국방, 정보 부처 대표들이 참석하는 3+3 회의를 즉각 개최하기로 했다. 또한 양측은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 핫라인을 구축을 합의했다. 핫라인 구축은 저번 전투기 격추 사건과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편 시리아 내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원래 러시아 측은 시리아 정부군을, 터키 측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다. 러시아 입장에서 시리아 아싸드 정권은 러시아의 맹방이다. 아싸드 정권은 러시아가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라타키아 해군기지를 사용하도록 해주고 있고, 지속적으로 러시아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한편 터키 측은 투르크계가 많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Q5. 쿠데타 이후 양국의 관계가 급진전된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 KGB(국가보안위원회)가 터키군이 쿠데타를 준비 중이라는 정보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제공했다. 또한 러시아 측은 쿠데타가 일어나자마자 공식적으로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측은 이번 쿠데타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이나 조지아의 장미 혁명과 유사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러시아 측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도와 쿠데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쿠데타 이후에도 가장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Q6. 이번 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번 회담은 러시아-터키 간 이해관계가 만든 밀월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21세기 짜르와 술탄의 브로맨스”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온당한 것은 아니다. 현재 양국 간 관계 정상화는 이해관계의 일치에서 비롯된 것이지, 정서, 이데올로기, 정체성의 일치는 아니다.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쿠데타에 대한 언질을 준 러시아 측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이후 자기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울타리와 보호자가 필요했는데, 그 대안을 미국과 EU가 아닌 러시아에서 찾은 것이다.
러시아는 터키가 자국 비행기를 격추해 터키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이 있었지만, 터키와 손을 잡는 것은 더 큰 이익이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터키와 손을 잡음으로써 서구의 압박에서 벗어나 서구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Q7. 이번 러시아-터키 관계 회복의 국제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가?
현재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세계 경찰의 역할을 맡았던 미국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그만큼 국제 분쟁의 위험성도 높아졌다. 현재 러시아나 중국이 과거와는 다르게 힘을 키웠고, 미국에 필적하지는 못하지만, 미국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 터키였다.
전투기가 격추되는 사건은 돌발변수였다. 이미 터키는 서서히 러시아와 손을 잡아가는 과정이었는데, 이 돌발변수로 인해 양국 관계가 일시적으로 냉각되었다. 하지만 러시아, 터키에 가해지는 지정학적, 지경학적 압력이 커지면서 양국 간 결합이 공고해지게 됐다.

 

Q8. 양국의 정상회담에 대한 주변국의 반응은 어떠한가?
미국과 서구의 입장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지도자가 되었다. 그래서 서구의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에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도 악마화를 시키고 있다. 서구 언론들이 독재자, 인권 탄압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할 것이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철저히 방어하려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금 유라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과정이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켄트 콜더가 신대륙주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라시아 중심부 국가들은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물류와 에너지 부문 등에서 결합을 통해 세계 정치와 경제에 새로운 중심부가 되고 있다. 러시아, 인도,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터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미국은 여기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Q9. 러시아와 갈등을 겪는 동안 터키는 우크라이나와 협력을 강화하려 했다. 러시아와 터키에게 우크라이나가 국제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외교는 단선적이지 않고,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것이다. 터키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앙숙 관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터키는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러시아가 강성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과거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NATO에 가입시키고자 했다.
터키는 이미 충실한 NATO의 회원국이었다. 터키는 러시아와 경제 교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힘의 과도하게 발현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런 이유로 터키는 러시아를 우크라이나를 통해 돌려서 견제하려는 것 같다.
한편 러시아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는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브렌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제국적 부활을 억제하는 지정학적 급소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강성해지기 위해 반드시 포섭해야 하는 국가이다.

 

Q10. 앞으로 양국의 관계는 얼마나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임기가 유지되는 동안은 양국 간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본래 2018년까지였으나, 개헌을 통해 2024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쿠데타 이후 그의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2024년까지 집권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터키는 러시아와 EU,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거보다 위험한 “곡예 외교”를 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도 터키와 함께 하는 것은 이익이다. 터키가 NATO를 대변하여 러시아를 압박하지 않는 것만 해도 러시아로서는 이익이다. 터키가 완전히 친러파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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