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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19 | 조회수 : 266

제목 : [기회의 땅 극동러시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④홍완석 한국외대 교수 (2017.09.17) 글쓴이 : 러시아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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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한국외대 연구소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우리 역사에서 러시아를 우리 내부의 시각에서 바라본 적이 없다”며 “이제는 이런 시각에서 벗어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내 러시아 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일보의 ‘기회의 땅 극동러시아’ 시리즈를 평가하면. 

“그간 시베리아·극동개발에 대한 중요성, 개발의 시의성에 대한 논의가 단발적으로 10여년 이상 제기됐 왔지만 특히 이렇게 심도있게 특집을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다만 극동지역의 행정 공식 명칭을 사용하면서 국내에서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그대로 사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연해주’다. 러시아의 행정구역 명칭 중 오블라스찌는 우리말로 ‘주’, 크라이는 ‘변강’에 해당한다. 연해주의 러시아어 명칭은 프리모르스키 크라이로 정확한 표현은 ‘연해 변강’이다. 또 사할린은 러시아어 명칭이 사할린스카야 오블라스찌로, 정확히 표현하면 ‘사할린 주’가 맞다.” 

- 국내에 러시아에 대한 지식이나 상식이 대중화 돼 있지 않거나,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은 이유는. 

“이유는 많다. 러시아를 검게 칠하고, 우리 내부의 시각으로 러시아를 바라본 적이 없다. 한반도를 계속 지배했던 국가들의 창을 통해 러시아를 봤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이다. 황준헌의 ‘조선책략’에도 러시아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그 후엔 식민지때 일본을 통해서 러시아를 봤다. 식민체제가 끝난 뒤에는 미국 영향 하에 미국의 반대편에 있던 러시아를 봤다. 미국이 대표해야 하는 서구의 표현으로 러시아는 항상 부정적이었다. 그걸 우린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 과거에는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보고 세계공산주의운동의 거점이라고 보면서 부정적으로 폄하했다. 과거엔 우리가 한·미동맹에 편승해서 얻는 이익이 많았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한국이 이제는 성장했다. 독자적인 우리의 국익도 있다. 글로벌플레이어로 한국이 등장하다보니 과거의 인식은 이제 우리의 국익손실로 나타난다. 6차북핵위기가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 정상 간 대화를 보면 안타까운게 많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무기를 산다고 페이스북에 올렸고, 한·미FTA를 파기한다고도 했다. 단적인 예다. 북핵위기로 전화했는데 무기 사기로 했다고 다른 이야길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권력투쟁 문젠데, 국가의 이익보다는 개인보다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 통일은 주변4강 국가가 아니고 국내정치구조 때문에 더 어려운 문제같다. 다른 건 몰라도 통일이란 건 정책 일관성 있어야 한다. 독일이 통일 전 기민당과 사민당이 서로 정권교체하더라도 통일 정책에 있어서는 크게 균열을 이루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대북정책이 대남정책이다. 러시아는 한·미동맹적 위계질서에 짓눌려 있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시야에 가려져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의 방러 성과는. 

“갑자기 북한이 고춧가루를 뿌리면서 협의하고자하는 아젠다가 후순위로 밀려버린 것은 아쉽지만,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서 푸틴과 1박2일이지만 같이 있던 시간 굉장히 우호적인 분위기를 가진 것 같다. 푸틴 대통령이 지각했지만, 워낙에 지각대장이라 교황도 기다리게 만들었던 사람이다. 이번 방문 의미가 컸다고 본다. 흔히 기술적 측면서 봤을 땐 역대 대통령이 취임 후 항상 순서대로 미·중·일·러 순으로 갔는데, 이번엔 미국 다음으로 두번째다. 사드(THAAD·미사일고고도방어체계) 문제로 한·중사이에 균열이 있고 보복이 있는데, 푸틴 대통령과는 스킨십을 많이 했다.” 

- 새로 발굴한 성과와 과제는. 

“그간 아젠다는 많이 발굴했고, 실행이 문제였다. 이번에 하나 추가된 것 중 눈에 띈 것은 지방정부포럼 개최다. 나머지 철도연결, 가스연결 등은 다 나왔던 얘기다. 그동안 이행이 안 된 것은 구조적 문제였다. 북한과 한·미동맹 구조다. 한·러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알박기하고 있고, 미국이 달갑지 않게 볼까 눈치보고. 그걸 풀어나가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러시아와 전략적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한데, 과거엔 그 정도의 외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러시아전문가들은 다시 새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후속 과제는 합의사항 이행이다.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맺은 뒤 한 게 없다. 관계를 내실화하고 미·러관계를 관리하는 외교력 발휘가 핵심이다. 국내 정치구조와 환경이 러시아를 검게 칠하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러시아는 투자하면 위험하고 손해보고 이런 것을 은연 중에 굉장히 강조하는 보수적 여론이 있다. 대북제재 구멍으로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지목하기도 하는데, 구멍낼 만큼 교역 아니다. 미미하다. 북중러 프레임을 씌우기보다 우리 의식 가져야 한다.”


- 방러 전 양국 안보실장, 경제부총리 급에서 의제 정지작업을 했다.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그간 러시아는 한국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갖고 있었냐면, 경협사업 대다수가 북한 연결된 것이어서 막히니 결국 한국이 극동러시아에 투자 안 한다고 생각하고, 북핵문제 해결에도 러시아가 잘나서지 않으니 한국도 안 나서겠다는 것으로 오해를 한거다. 사실 그게 아니다. 전 대통령들과 문재인 대통령의 다른 점은 남북러 삼각경협도 준비를 하겠지만, 이제는 양자 간 경협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서 협의하자고 한 점이 의미가 크다.”

-러·일관계는 어떤가. 

“좋은 것처럼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이 소치 포럼에 일본을 초청했다. 일본이 서방 국가 중 처음 갔다. 대러제재에 구멍낸 셈이다. 러시아는 일본의 약점을 알고, 4도서를 줄 것 처럼하면서 안 준다. 작년에 정상회담 가서 공동 경제 구역 선포한다고 약속했지만 실무적으로 거기서 권한, 주권을 어디로 할 건가 놓고 합의가 안 됐다. 이번에 4개섬 중 하나를 러시아가 경제특구로 선언해버렸다. 일본은 붕 떠버렸다. 일본은 이번에 동방경제포럼도 어쩔 수 없이 간 거다. 쿠릴4개섬 놓고 러·일은 동상이몽이다. 한국입장에서는 그게 오래가야 한다.”

-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출범한다. 북방경제협력이 본격화된다. 제언을 한다면.

“그간 한국은 부처별로 창구일원화가 안 돼서 극동개발 대응이 어렵다가 이번에 위원회를 만드니까 시스템적으로 효율적 구조를 갖춘 것 같다. 대신 가장 아쉬운 것이 청와대에 러시아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안에 러시아 전문가가 하나도 없다보니 우리 외교에서 늘 종속변수로 러시아를 뒀다. 전통적으로 진보정권에서는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를 중시했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 한·러관계의 발전 제약 요인이 한·미동맹구조와 북한이긴 한데, 그럼에도 한·러 간 협력을 강제하는 지정학적, 지경학적 압력은 커지고 있다. 미·중 사이 딜레마에 빠져있는데, 러시아가 자연스러운 출구아니냐. 한국에게 러시아가 미·중관계 갈등 에 따른 동북아 국제정치의 민감성을 이완시키는 측면이 있고, 경제적 블루오션을 제공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압력에 의해서 한·러관계가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좀더 양질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청와대에 꼭 비서관 수준의 직책을 가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 미·러관계 전망은. 

“대외정책에서 지도자의 세계관도 중요하다. 지도자가 어떤 세계관 갖고 있느냐가 대외정책 방향성, 물줄기를 바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러관계 개선의지가 분명히 있고, 야권에서 반작용이 심해 주춤하고 있다. 탄핵문제가 누그러들고 트럼프 대통령이 입지를 마련하면 다시 관계 회복을 시도할 것이다. 미·러관계가 좋았을때 한·러관계가 좋았다. 물론 그 고리도 끊어야하는 거지만, 미·러관계가 개선되면 한국 대외정책 운신폭도 더 넓어질 것이다. 극동러시아 지역에 투자할 때, 한국이 가능하면 미국 기업을 같이 데리고 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국내 기업들이 극동지역에 이해관계를 깊게 해줘야 한다.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대러제재중에도 엑손모빌이 러시아에서 움직이고 있다.” 

- 북·러 관계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러관계는 더 많이 개선돼야 한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커져야지 너무 중국에 편향돼 있다. 중국은 북한을 동북4성처럼 생각하는데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적정수준 북한에 대한 관계를 개선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 북한을 고립시키겠다는 제재·압박의 목표와 상충한다. 

“북한도 유엔의 회원국이고 러시아도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이해관계가 있다. 북한이 아파하는 원유 끊어달란 것은 러시아 입장에선 지렛대를 잃어버리는 것인데, 그걸 원하면 반대급부를 한국이 제공해줘야 할거다. 아무것도 제공않고 끊으라면 끊겠냐. 우리의 극동개발 참여 역시 러시아에 빚진 것 있어서 하는 것 아니다. 우리의 장기적 목표를 갖고 가는거다. 극동 개발이 한반도안정, 통일기여 등에 영향이 있을 것이니 장기적 관점으로 해야하는 거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에 따른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러시아도 행동을 하지 그냥 할 이유는 없다. 또 러시아는 대북영향력을 확보해야 한국에 지렛대가 생기는 거다. 기본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현실이 북한을 통해서 남한을 길들이고, 남한을 통해 북한 길들이는 거다. 남북한 분단이라는 현상이 제공해주는 이익을 향유하는 세력들이 있는 건 현실이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원문 : http://www.segye.com/newsView/2017091700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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