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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7 | 조회수 : 812

제목 : [한겨레]방한 앨빈 토플러 인터뷰 “한국 잠재력은 작..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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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잠재력은 작지만 똑똑하다는 것”
방한 앨빈 토플러 인터뷰 “정부 대응 너무 느려”

“산업화 시기와 달리 혁명 경제기에 부를 창출할 원동력은 교육이다. 동질성이 아닌 이질성을 강조하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미래 경제는 공장 근로자들이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혁신가들이 끌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6일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린 ‘산업혁신포럼 2005’에 참석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포럼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명쾌하면서도 정연한 논리로 한국의 경제상황과 미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산업혁신포럼은 10년 뒤 우리 산업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찾기 위해 세계 석학들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자리다. 7일까지 이틀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진행된다.

토플러 박사는 소수 대기업과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진 점을 한국경제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그는 해결책으로 ‘혁신가’들을 많이 배출해 독창적인 중소기업을 더 진흥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혁명 경제기에는 혁신성과 창조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통해 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화를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굳게 믿는 이들에게는 “너무 단순화해서 보는 것”이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나아가 세계화의 역상황(디글로벌라이제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와 산업구조의 갈등 문제를 좌·우파 논리로 해석하려는 일각의 시도에 대해서도 “경제가 너무 복잡해졌다”는 말로 경계했다.

-한국 경제의 주요 자산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의 잠재 저력은 한국의 작은 사이즈에서 찾을 수 있다. 예전에는 국가가 클수록 좋다는 것이었는데, 유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목하길 바란다. 노키아가 있는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와 같이 작은 국가들이 규모가 큰 프랑스, 독일, 영국보다도 훨씬 경제적으로 잘 하고 있다.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되리라고 보고 있다. 작은 국가이지만 똑똑한 경제 구조를 가진 국가들이 향후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버블 경제라는 부작용을 한국에서도 겪고 있다. 부작용이란 수출이라든지 경제 전반에 대해서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을 보다 더 진흥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가’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감내하고서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혁신가들이 필요하다. 또 사회공헌 활동이 경제적으로 많은 가치를 창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동으로 인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를 더 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가 지나친 수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비수출 활동을 증가시키면 된다. 중소기업내지는 새로운 창업, 벤처 회사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반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될 만한 서비스 분야를 늘려나가야 한다.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수출을 줄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리스크가 있을텐데 그것을 인지하고 대안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 대안은 수천명의 젊은 혁신적인 기업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자금 조달이나 그외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앞으로 한국경제가 어느 산업에 집중해야 경쟁력이 있는가.

=수출은 제조품 뿐 아니라 서비스와 지식 수출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수백만명의 아이들이 깨끗한 물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것, 즉 여기서 우린 큰 시장을 찾을 수 있다. 환경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무궁무진하게 생각할 수가 있다. 디지털에서 앞서갔던 것처럼 한국이 바이오테크 쪽에서도 굉장히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다. 지금 선구자적인 견해를 가지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경제적인 돌파구는 하나의 섹터,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컨버전스(융합)를 통해서 찾을 수 있다. 즉, 과학도 학문간의 결합을 통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하나의 학문만이 아니라 여러 학문을 종합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학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학문이 바이오테크와 결부되거나, 혹은 우리가 아직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지의 분야와 결부가 되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술이 인터커넥션을 통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수출을 많이 하라. 지금 할리우드 안방에서도 한국영화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주류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 존재감을 느껴가고 있다.

-이번 기조 강연에서 발표할 내용의 핵심은 뭔가.

=어떤 문제를 바라봄에 있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들이 옛 아이디어, 즉 옛 메타포를 사용해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갈등을 바라볼 때 국가마다 부르는 명칭이야 다르겠지만 좌파·우파로 나눠 문제를 해석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경제혁명 때문에 이제는 이런식으로 이해를 하는 것이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선진 경제 주체들을 살펴보면 복잡성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경제개발이나 일상생활 측면에서 우리는 날로 심한 복잡성에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자동차를 하나 구입했다. 계기판을 보니 단추만 49개였다. 그리고 매뉴얼 책자가 700페이지 이상 이었다. 나는 이것을 ‘초복잡성’ 혹은 ‘잉여복잡성’ 이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이 초복잡성이나 잉여복잡성은 모든 분야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대학을 보자. 예전에는 대학들이 고립되어 있었는데 요즘에는 교육과는 무관한 주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가. 환경, 정치, 재계 등 교육과 무관한 단체와 관계를 맺는다. 대학 뿐 아니라 기업 조직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무관했던 다른 외부의 그룹들과 링크를 맺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소비자들의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복잡성 내지는 잉여복잡성에 소비자들이 저항을 할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을 첨단 복잡한 기술이 가져다주는 그리고 복잡한 관계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바라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다루어야 하는 초복잡성 내지는 잉여복잡성은 기피한다.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복잡성이 분명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진 기능을 전달해야 하며, 소비자들이 필요한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들이 충분히 그렇게 할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만들 때 기능을 만드는 과정은 복잡해야 되지만 소비자들과 제품간은 복잡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 기능을 없애 나가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매스 맞춤화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개인의 맞춤화’가 필요하다.

지금 경제와 회사들은 엄청난 빠른 속도로 운영을 하고 있으나 정부는 굉장히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이것을 속도간의 괴리로도 설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과 경제가 한시간에 100마일씩 움직이고 있다면 정부는 지금 한 시간에 10마일밖에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속도간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의 의사결정이 고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지금 느리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속도간에 괴리가 있기 때문에 경제 디맨드 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뉴올리언스를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정부가 즉각적으로 반응 못한 예다.

<한겨레신문 2005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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