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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7 | 조회수 : 973

제목 : [일다]대학생들 ‘표절은 기본’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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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모씨는 인터넷의 모 리포트 공유 사이트에서 “여성의 성차별에 관한 사례와 나의 견해”라는 자료를 발견했다. 출처를 확인해본 결과 이 리포트는 예전에 일다에 실렸던 기사의 전문으로, 모 대학 관광경영학과 학생에 의해 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리포트 판매 사이트, 지식의 교류 


대학생들의 리포트 표절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각종 정보 접근이 쉬운 인터넷을 활용해 표절행위도 더욱 과감해 졌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리포트 검색 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주제의 리포트를 찾을 수 있고, 얼마의 돈을 지불하고 그 내용을 제공 받을 수 있다.


리포트 월드, 대학생 추천 리포트 샵, 21C 지식정보센터, 리포트베이, 리포트 해피 캠퍼스 등. 이들 사이트들은 “리포트, 시험정보, 독후감, 학위/학술논문, 번역” 등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으며, “현실 공간의 지식 정보들을 온라인상으로 끌어내어 개개인의 정보 공유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말이 좋아서 지식 공유지, 실상은 수용자인 대학생들이 표절 용으로 리포트와 논문을 사고 파는 장소다. 표절은 엄연한 불법 행위임에도, 해당 사이트들은 중간상인 역할을 하며 버젓이 이윤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용약관에서 “자료의 정확성이나 저작권의 준수, 적법성과 도덕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지만, 표절을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듯 하다. 각 리포트는 500원~1천5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판매되는 리포트 자체가 표절인 경우도


리포트 판매 사이트들 중엔 해당 리포트를 어느 대학의 무슨 학과 학생이 샀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학생들에 따르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 자신과 똑같은 리포트를 제출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판매되는 리포트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해당 리포트 자체도 역시 표절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많이들 한다. 나만 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리포트를 검색하면 어느 학교의 무슨 과 학생이 그 리포트를 사갔는지 알 수 있으니, 중복 제출할 염려도 없고 안심하고 사는 것이다. 주제 별로 다양하게 찾을 수 있기도 하고, 여러 모로 편리하다.” (H대학 4학년 조XX)


“다른 학생들도 하는데 뭐 어떠냐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너도 그거 해봤어  하면, 왜 고자질 하려고  하는 대답이 되돌아온다.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 너만 과민하게 반응하느냐는 식이다.” (A대학 3학년 이XX)


더욱 심각한 것은, 대학생들이 리포트 거래에 대해 그다지 죄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 사이에 표절은 공공연한 일인 듯 보인다. 표절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한 나름대로의 요령을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리포트 하나를 사서 표지만 바꿔 제출하는 것보다, 여러 개를 구입해 짜깁기 하는 편이 더 좋다. 들킬 염려도 별로 없고, 죄책감도 덜하다.” (K대학 4학년 박XX)


‘베껴 쓰는 논술’에 익숙해진 학생들


표절은 인터넷의 리포트 거래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B대학의 심모씨는 학교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자신의 리포트를 누군가가 베껴서 제출한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2003년엔 E대학 국문학과 학생들 중에 다른 조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표절한 행위가 발각돼 F학점 처리된 일이 있었다.


E대학 철학과에 재학 중인 권모씨는 “리포트의 분량을 무제한으로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많은 학생들이 거의 책 학 권의 분량을 만들어 온다. 사실 스스로 생각해서 쓸 수 있는 분량은 한정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다른 학생들이 두꺼운 리포트를 제출하면 표절의 유혹을 받지 않는 학생은 드물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화여대 철학과 김애령 교수는 “학생들의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하고, 모두들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포트 하나 하나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여러 문헌을 찾아보고 고민한 후에 리포트를 작성해오길 기대하지만, 학생들에게 있어서 리포트는 보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과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대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읽고 외우는 일에 그칠 뿐,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다. 김 교수는 입시 위주 교육과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질문을 하러 교단 앞으로 몰려온다. 많은 학생들이 텍스트의 의견과 다르게 생각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지만, 막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질문의 맥락이 없고 대부분은 자신이 필기한 부분을 가리키며,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한다. 특히 과외에 익숙한 학생들은 잠깐이라도 개인교습을 받아야 안심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현실은 결국 ‘대학교육의 경쟁력 없음’과 맞물려 있다.”


대학입학 전에도 학생들은 논술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입시용’이기 때문에 틀에 맞춰 글자 수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모범답안을 베껴 쓰고 있는 실정이다. 논술조차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주입 받은 대로 외워 쓰는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돼왔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리포트 표절문화는 필연적으로까지 보인다.


스스로 생각하고 창조하는 방법 배워야


학생들의 표절에 대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요즘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아예 표절할 수 없는 종류의 글쓰기를 주문하거나, 정보를 수합하는 과제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한다. 많은 학생들이 통째로 베끼기보다는 여러 문헌의 부분 부분을 ‘짜깁기’하기 때문에, 표절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들 중엔 표절하지 않고 자신이 참고로 한 자료들을 활용해 리포트를 작성하려 해도 어디까지가 표절인지 불분명해서 자신이 제대로 쓴 건지, 표절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는 이도 있다.


C대학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학교에서는 입학하자마자 리포트 과제를 많이 내주지만, 정작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는다. 표절에 대해서도, 무엇이 표절인지 잘 모르겠다. 인용이나 각주, 참고문헌 다는 방법도 복잡하게 보이고 혼동하게 된다. 인용과 표절을 구분하지 못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보다 뚜렷하고 개인의 창의력 개발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국가에선 학생들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할 때 표절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저작물을 인용하는 법, 각주 달기, 참고문헌 보기 등에 대한 교육을 따로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러나 표절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선 오히려 표절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예방하는 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에 비해 최근 K대학에서 모 교수가 진행 중인 ‘표절 적발 프로그램’ 개발은 미봉책일 뿐이다. 표절문제의 해결책은 표절 행위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학생들에게 그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것부터 시작해 교육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일다 2005년10월0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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