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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7 | 조회수 : 759

제목 : [Na세대·신20대탐험] ③ 달라진 대학문화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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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세대·신20대탐험] ③ 달라진 대학문화

"대자보가 뭐예요 "… 모든 길은 '자게'로 통한다
총학 홈피에 취업·과외 정보 빼곡… "밥 같이 먹자" 홍보도
"촌스럽게 필기는 왜 하나"… 디카로 강의 찍어 노트북 저장

민중가요 대신 힙합, 대자보 대신 인터넷 자유게시판을 선호하는 나(Na)세대의 대학생들. 한국대 사회학과 1학년 나하나양의 하루를 통해 요즘 대학생들의 생활과 문화를 들춰본다. 콩트 형식을 빌렸지만, 모두 각 대학의 생생한 얘기다.

“오빠, 대자보라는 게 뭐예요 ” 하나양은 과(科)조교 복학생(30)군과 학생회관 앞을 지나다 불쑥 물었다. 얼마 전 1980년대 대학문화에 관한 글을 보다 생소한 단어를 만났던 것이다. 인터넷 검색에서는 ‘중국의 벽신문(壁新聞)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벽신문이라는 게 또 뭐람 
“대학생이 그것도 몰라  따라와 봐.” 복학생군은 학생회관 앞 게시판으로 갔다.
‘토익, 신입사원 모집, 아이디어 공모전….’ “어라  없네.” 줄줄이 붙은 포스터를 훑어가던 복학생군은 학생회관 2·3층으로 올라갔다. 동아리방이 모여있는 그곳에는 ‘앗싸, 마술 한번 배워봐’ ‘당신의 꿈을 기다립니다’라는 회원모집 포스터만 붙어있다.
“지금은 사라진 것 같은데, 대자보는 큰 종이에 자기 생각을 적어서 벽에 붙이는 거야. 예를 들어 이런 거지. 너 노트북 꺼내봐.”

하나양은 노트북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했다.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들어가자 최근 오성그룹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수여식과 관련해 논쟁이 붙었다.
“이전 같으면 대자보로 치고 받았을 텐데, 요즘은 자게(자유게시판)에서 난리들이군.” 복학생군이 말했다.
“저런 걸 손으로 다 써서 붙였단 말이에요  돈 아깝고 시간 아깝게.” 하나양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하나양은 노트북을 켠 김에 첫 교시 ‘포도주학개론’ 수업 때 찍은 디카(디지털카메라) 사진을 노트북으로 옮겼다. 사진에는 수업시간 필기내용과 교수의 와인잔 쥐는 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어깨 너머로 보던 복학생군이 “너는 필기 안 해 ”라고 물었다. “찰칵, 셔터 한방이면 끝이에요. 촌스럽게 필기는.” 하나양이 핀잔을 줬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이들은 한달 전 학생회관에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았다. 함께 밥 먹을 친구가 없어 학교 홈페이지에 ‘밥터디’ 홍보문구를 냈다던 독고생(20)군은 여전히 혼자 이른 점심을 해치우고 가게를 나서고 있었다.
하나양은 ‘밥 먹을 친구가 없어 점심을 굶었더니 변비에 걸렸다’는 화장실 낙서가 떠올라 빙긋 웃었다.
“오빠, 저쪽 애는 ‘스터디 머신’(공부만 하는 학생)이에요. ‘중도폐인’(중앙도서관에만 박혀 있는 학생)이라고도 불리죠. 저 창가에 앉아 있는 애는 알아주는 ‘나이트 죽순이’(나이트에서 죽치는 사람)예요.”
복학생군은 쉴틈없이 재잘대는 하나양을 식사 후 떼어 놓는다. 하나양은 과방(科房)이 있는 사회대 건물을 지나쳐 글로벌라운지로 발길을 옮겼다.

어차피 과방에는 아는 얼굴이 없다. 늘 있는 죽돌이 선배들 몇몇이 있을 게 뻔하다. 글로벌라운지는 원칙적으로 외국어만 써야 하는 공간이다.
꽉 들어찬 라운지. 한 외국인이 엉덩이를 떼기가 무섭게 하나양은 달려가 앉았다. 노트북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유명강사 구백대씨의 중국어 동영상강의를 들었다. 이젠 중국어도 필수니깐.
오후 3시. 영어회화시험에 대비해 ‘외국물 먹고 온’ 영문과 3학년 한유창(22)군에게 시간당 얼마의 비용을 주고 과외를 받는 시간이다.
복습을 위해 MP3플레이어로 녹음도 했다.
중간에 ‘딩동’ 문자메시지가 왔다. ‘내일 사업아이템 토론. 불참 땐 벌금T.T’이라고 찍혀있다. 얼마 전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창업동아리의 선배였다.

이어진 남자친구 유명해(21)군의 전화. 차를 갖고 교문 앞으로 오겠다고 한다. 그의 낡은 1994년식 자동차가 떠올랐다. ‘세련이 남친은 새로 차 뽑았다던데…, 그래도 (남친이) 있는 게 어디야, 이말삼초(2학년 말에서 3학년 초까지 남자친구가 없으면 졸업할 때까지 없다는 뜻)에 걸리면 끝이니까.’ 하나양은 살포시 웃었다.
내일은 경영학과 전공과목인 회계학이 있는 날. 수강과목은 아니지만 내년 복수전공을 위해 예습 겸 미리 듣고 있다.
담당 교수 홈페이지에서 강의계획서와 내용을 미리 다운받으려면, 저녁만 먹고 남자친구와 헤어져야지.’ 하나양은 생각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컴퓨터를 끄려는데 고등학교 단짝 친구인 이호리양이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오늘 뭐했어 ’ ‘무지 바빴어. 근데, 당최 뭘 했는지 모르겠네.’
‘울 아빠는 대학이 낭만, 그 자체였다는데, 낭만은 무슨~’ ‘글게, 다들 그런데 뭘.’
하나양은 이내 메신저에서 나왔다. 내일 새벽에 요가학원에 가려면 일찍 자야 한다. 웰빙시대에 건강은 기본이니까.

<조선닷컴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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