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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7 | 조회수 : 554

제목 : 광주교대 박남기교수 강의법 칼럼(3)-말이 목마르게하..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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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강의를 위해서 교수는 강의 경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강의 경영 능력이라 함은 강좌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배우고 싶도록 유도하는 능력, 의욕을 가진 학생들에게 원하는 도움을 주는 능력,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이 배움의 길을 스스로 걸어가도록 이끄는 능력 등을 일컫는다. 구체적인 강의 상황 속에서는 주어진 강의 시간중 학생들이 실제로 학습에 전념하는 시간의 비중을 높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배워야 할 내용을 배우고 싶도록 유도하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가르침과 관련하여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비유중에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나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것이 있다. 이 비유는 학생을 배움의 문턱으로 끌고 가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몫이지만 배움 활동은 학생의 몫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보통이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을 때 자신의 수업이 재미없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고 그 핑계를 학생들에게 돌리면서 이 비유를 사용하던 선생님들이 종종 계셨다. 하지만 이 비유는 말에게 물을 억지로 먹일 수 없는 것이라는 데에 초점이 주어져 있는 속담으로 ‘말에게 물고문시키지 말라’, 긍정적 진술로 바꾸면 ‘말이 목마르게 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목마르지 않은 말을 억지로 물가로 끌고 간 후에 말의 머리를 물속에 처박으면서 물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물고문이다. 강의중에는 물고문 수준의 강의도 있다. 강의중에 학생들이 몸을 비틀고 몽상에 빠지는 등 집중하지 못하거나, 옆사람과 떠들거나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강의를 방해하는 경우는 물고문이 고통스러워 표출하는 몸짓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예 잠을 청하는 경우는 물고문의 고통을 잊고자 하는 학생 나름의 생존 전략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따라서 일부 교수는 강의료가 아닌 고문료를 매달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물고문이 아닌 강의가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말이 목마르게 해야 한다. 목이 마르면 굳이 물가로 끌고 가는 대신 냇가로 가는 길만 가르쳐주어도 말은 즐거워하며 달려가 물을 마시게 될 것이다. 즉, 강의를 할 때에는 내용을 제공하기 전에 먼저 배워야할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지적 갈증 혹은 호기심을 느끼도록 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물론 이미 지적 갈증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작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배울 내용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왜 그 내용을 배워야 하는지, 배우는 내용이 학문 체계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향후 배울 내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현실 세계 또는 학생들이 추구하는 직업세계와 어떠한 관계가 있고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등등 가르치는 내용의 특성에 적합한 유용성에 대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품 판매에 비유하자면 소비자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제품 판매에 성공하려면 판매자가 그 제품의 가치를 확신하고 있어야 하듯이,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면 가르치는 내용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르치는 사람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강의 첫시간에 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주제가 크게 바뀔 때마다 수행되어야 한다.
 
  컴퓨터를 포함한 각종 교수 매체가 발달했지만 가르치는 일과 관련하여 현재 수준의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별로 배울 마음이 없는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을 불러모은 후 배워야 할 내용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인간 즉, 바이오컴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고, 이러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대학은 바이오컴에 해당하는 인간 교수에게 다른 교수매체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 강의가 가장 값비싼 첨단 장비를 이용한 강의라면 그 것은 저급의 ICT 매체가 중심이 되는 강의가 아니라 첨단의 바이오컴인 교수가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강의이다. 그리고 그것은 저급의 컴퓨터는 할 수 없고 바이오컴만이 할 수 있는 말이 목마르게 하는 강의이다.
 
  말이 목마르게 한 후에는 이 말이 재미있고, 가능하면 쉬운 방법으로 원하는 물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말이 스스로 물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비유를 통해 하나씩 설명해 가도록 하겠다. 
 
<한국대학신문>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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