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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7 | 조회수 : 681

제목 : 광주교대 박남기교수 강의법 칼럼(4)-명가수, 명선수,..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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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부임한 다음 해 가을 축제때 학생회에서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학생들 투표 결과 내가 강사로 선정되었다. 학교 원로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붙여놓은 포스터를 보면서 이는 인기 투표한 것이라고 웃으셨다. 그 다음 해에도 또 내가 뽑혔는데 세 번째 해에는 그 프로그램이 사라져버렸다. 비록 학생들이 부여한 명교수라는 타이틀이었지만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왜 나를 뽑았을까  과연 명교수는 어떤 교수일까  그러한 고민을 하면서 생각해낸 비유가 명가수와 명선수이다. 선수란 이성 상대를 잘 유혹하는 사람으로 과거에는 연애박사라고 불리우기도 했는데 요새 학생들은 이들을 선수라고 부른다.
 
  명가수와 명선수 그리고 명교수는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이들은 자기의 안목으로 주어진 대상을 새롭게 번역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명가수는 악보에 있는 노래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자기의 목소리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유명한 가수의 노래를 아주 비슷하게 따라할 줄 아는 모창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명가수로 인정받지 못한다. 명선수도 대상을 선택하면 그 대상이 자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그럴 때 상대는 그에게 빠져들게 될 것이다. 명교수도 교재의 내용을 자기의 안목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자기 것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전달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 교수를 통해 주어진 주제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그 강의를 통해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맛보고 새로운 눈이 트임을 깨달을 때 학생들은 그 강의에 빠져들게 된다. 교재를 읽는 것이나 그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면 그 강의는 명강의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즉, 명교수나 명가수 모두 남들과 다르면서도 감동을 주는 자기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인 것이다.
 
  둘째, 이들은 몇 번을 반복하더라도 늘 처음인 것처럼 신명나게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가수는 자기 노래가 한 번 히트하면 그 곡을 수백 번 이상 부르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만일 청중의 마음에 저 가수가 똑 같은 노래를 수백번 부르느라고 얼마나 힘이들까 하는 생각이 들게 노래를 한다면 이 가수는 명가수의 반열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 몇 번을 부르든 처음인 것처럼 신선하고 정열적으로 자신의 노래에 몰입할 때 사람들도 노래에 호흡을 맞추게 될 것이다.
 
  이는 작업에 들어간 선수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상대 여자가 “내가 첫 여자 맞아 ”라고 의문을 갖도록 작업을 하고 있다면 이는 선수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작업이 끝날 때까지 상대가 자신이 첫 여자인줄로 생각하도록 몰입하는 사람이 명선수일 것이다. 교수도 동일한 주제의 강의를 수없이 반복해도 자기 자신이 그 강의에 완전히 몰입해서 학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때에만 명교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은 몰입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자신의 활동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교수가 입에서 파편을 튀겨가며 열강을 할 때, 학생들도 그 강의에 서서히 빠져들게 될 것이다.
 
  셋째, 이들은 자기 활동을 상대에게 맞추어 번역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동일한 일을 반복하면서 지루하지 않을 사람도, 지루하면서 지루하지 않은 척 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외견상 동일한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가수나 명교수가 자기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결코 동일하게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가수는 동일한 곡이라 하더라도 그날의 분위기와 청중의 성향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 후 이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새로운 노래를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이고, 명교수도 동일한 주제의 강의라고 하더라도 학생의 수준과 특성, 그리고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강의를 새롭게 구성하여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작업에 들어갈 때마다 그 여자를 진정 첫 여자로 느낄 줄 아는 자만이 명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들처럼 되려면 상대를 파악할 줄 아는 능력과 상대의 눈높이에 맞출 줄 아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모 대학 컨설팅때 교수의 강의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은 교수가 자기 지식 자랑만 할 뿐 학생들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불평을 했고, 교수들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학생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 더 이상 가르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시험문제를 가르쳐주고 시험을 봐도 절반 이상이 빈 답지를 내는데 무엇을 더 기대하겠느냐는 답을 하는 교수도 있었다. 대학에서 수학할 수준이 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야 하는 교수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들을 학생으로 받아들였다면, 그리고 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면 이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이들의 수준에 맞게 재해석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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