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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7 | 조회수 : 675

제목 : 광주교대 박남기교수 강의법 칼럼(10)-연속극으로서의.. 글쓴이 : 교수학습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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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극으로서의 강의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한 연속극과 마주쳤다가 이에 빠져들어 자주 보게 된 경험이 있다. 밤늦은 시간에 하는 월화드라마였는데 그 날이 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에 가서 텔레비전 앞에 앉게 되고, 혹시 다른 일이 있어서 못가게 되면 밖에 있더라도 그 시간에 그 극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드라마를 보다가 시간이 벌써 다 된 것은 아닌가 싶어 종종 시계를 쳐다본 적도 있고,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갑자기 여주인공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기 시작하면 끝나는 모양이다 싶어서 아쉬운감이 들기도 했다. 드라마가 끝나면 다음 회가 궁금해서 미리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모양이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가 있는 날이면 길거리가 한산해진다는 보도가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은 퇴직하신 한 교수님께서 학과 회식 자리에서 학생들이 우리 강의를 인기 있는 연속극처럼 좋아하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말씀을 하셔서 강의에 연속극을 벤취마킹할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연속극은 대부분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랑, 일상생활 이야기 등등을 주제로 하고 있으나 강의는 주제 자체가 딱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의와 연속극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연속극과 강의는 매 회마다 그 날의 주제가 있고, 일정 기간 동안 이어진다는 점에서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두 가지 벤취마킹은 가능하다.
 
  연속극을 생각하면서 내 강의를 들여다보니 연속극은 다음 회를 기다리도록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나는 그러한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다음 연속극 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지만 다음 회를 기다리도록 하는 기법도 눈여겨볼만하다.
 
  하나는 그 극이 한참 재미있는 부분에서 갑자기 끊어 아쉬움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종종 어떤 내용에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킨 후 가르쳐줄 것처럼 하다가 다음 시간으로 미루면서 조건을 단다. 그 내용에 대해 미리 연구해서 나름대로 답을 찾아오면 내가 추가로 더 이야기해주겠노라고. 즉, 그날의 주제에 대해 그 날 모두 답을 해주면 다음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이 별로 크지 않게 될 것이므로 한두 가지는 다음 시간으로 답을 미룰 필요가 있다.
 
  연속극을 보면 다음 회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극이 끝난 후 다음 회 내용을 간단히 보여준다. 이는 다음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강의에서도 다음 시간에 배울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예습을 해오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다음 시간 강의를 기다리도록 맛을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다.
 
  연속극에서는 과거를 다룬 사극일 경우에도 최근의 현실과 접맥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의에서도 그 주제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생각이 될지라도 학생들이 자신들의 관심사나 현실 세계와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도록 강의 내용을 재구성하고, 최근 사건 일화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그 몫은 학생들의 것일 수도 있으나 학생들에게만 맡겨두기 보다는 교수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인기 있는 연속극의 경우 대부분 의미 있는 엑스트라가 포함되어 있고, 그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대학 강의에도 엑스트라가 필요하다. 이 번 학기에는 나머지 강의에 반영할 생각으로 내 나름의 강의 중간평가를 실시했다. 지금까지 강의에서 좋았던 점을 쓰라고 했더니 상당수 학생들이 강의 중간 중간에 강의와 관련해서 소개해주는 책과 들려준 인생 이야기,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지어 이론을 설명하는 것 등을 들었다. 강의가 언제나 끝나나 하면서 시계를 보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강의 주제와 관련된 엑스트라를 종종 등장시켜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기 있는 연속극을 보면 아무리 무거운 주제를 다루더라도 코믹한 등장인물과 대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의를 하는 사람은 강의 듣는 사람의 고통을 모른다. 남의 강의를 억지로 들어야 하는 경우에 이를 깨닫다가도 자기가 강의를 할 때에는 또 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교수들은 강의록에 농담 내용까지 포함시킨다고 한다. 물론 농담을 잘못 사용하면 극중에서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경우처럼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내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학교와 학급경영’강의에서는 1주일 강의분량에 해당하는 ‘놀이경영’을 매주 5-10분씩 할애하여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놀이경영 도우미를 임명한 후 쉬는 시간 직후 놀이경영 자료를 소개하고 직접 시연하도록 하는데, 학생들이 아주 좋아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취할 수 없는 강의가 대부분이겠지만 강의 주제중 뭔가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이를 매 시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공연장은 앞자리부터 채워지고 강연장은 뒷자리부터 채워지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학기가 다 끝날 때까지도 강의실이 뒷자리부터 채워진다면 자신의 강의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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