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생 시절인 2014년 봄에 처음으로 국제학술지에 내 논문이 게재되었다. 그날 오전 학술지 측으로부터 정식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내가 박사과정을 공부했던 곳은 독일의 본(Bonn)대학교인데, 학교 근처 티베트 식당에서 종종 우리의 수제비와 비슷한 별미를 먹었다. 그날 점심에는 출력한 논문을 들고 티베트 식당으로 향했다. 음식 한 숟가락을 입에 물고, 논문 한 문단을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원생 시절에 읽었던 국제학술지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은 당연히 학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일이고, 학계는 그 업적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병폐도 있다.
각 학문 분야의 특성에 따라 국제학술지보다 국내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나 국문 저서가 보다 의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학자들에 대한 연구지원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나 교수를 채용하는 대학에서는 국제학술지를 SSCI급(사회과학), SCIE급(자연과학), A&HCI급(인문학)이라는 등급으로 환원하여 연구자의 역량을 판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숭배한다. 그 결과, 개별 학문의 고유한 특성과 차이는 간과되고 학문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문의 신자유주의화라는 불편한 현실이 형성되었다.
출처 : 교수신문(https://www.kyosu.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