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밭을 돌보시며 첫 수확을 하신 아버지의 고백은 '사과하나 그냥 먹을 것이 아니구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동안 사촌형이 대신 가꾸어 주었던 사과나무 밭에서 약 20여 그루를 따로 떼어 올
해부터는 아버지께서 직접 해 보시기로 했습니다.
40여년을 교육계에만 계시던 아버지가 정년퇴임 후 이제 해
보시겠다니 그 많은 노동일을 어찌 감당하실 까 은근히 걱정 했는데 그 간 일주일에 삼사일은 시골에서
사시며 숱한 시행착오 끝에 사과를 드디어 생산하신 것입니다.
아마추어이기에 시장에 나오는 고급 사과처럼 색깔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그나마 옆에서 사촌형의 코치를 받으셨기에 이나마 하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어릴
때 시골서 자라신 그 감각 때문인지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초보치고는 잘 하신 것
같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수확한 사과를 보며 하신 아버지의 이
말씀은 그 안에 들어간 땀방울과 노력을 대변하신 것이었습니다.
가지마다에 달린 사과를 수차례 적과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봉지를 씌우고 걷어내고 비료를 주고 등등 일흔 노구에 비 오듯 땀방울을 흘리며 작업을 한 연후에 나온
소출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가을걷이에 들어간 사과나무를 보며 붉은 사과가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 영롱하고
경외롭기까지 합니다.
한 알, 한 알 묻어 있는 정성이 있기에 중간에 떨어진
썩은 사과도 그저 버려두기 아깝습니다. 아버지는 모두 수거하여 썩은 곳을 도려내고 사과잼을 만들기도 하셨습니다.
어찌 사과뿐 일까요 우리가 늘 먹는
쌀이며 배추, 포도, 복숭아, 감... 시골집에 널부러져 있는 사과밭 농기구를 보며 그 안에 살아 있는 농부의 정성을
이제 읽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늘 어른들이 들려주던 말... 쌀 한 톨도 귀하게 여겨 밥그릇에 남기거나 버리지
말라는 말씀이요...
적어도 음식만큼은 풍성한 이 시대에도 뙤약볕에서 땀 흘린 농부의 그
방울방울을 통해 이제 사과 한 알을 들며 하나님 허락하신 소출에 감사와 겸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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