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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333

제목 : 사과 소출 (2005/09/18)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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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밭을 돌보시며 첫 수확을 하신 아버지의 고백은
'사과하나 그냥 먹을 것이 아니구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동안 사촌형이 대신 가꾸어 주었던 사과나무 밭에서
약 20여 그루를 따로 떼어
올 해부터는 아버지께서 직접 해 보시기로 했습니다.

40여년을 교육계에만 계시던 아버지가
정년퇴임 후 이제 해 보시겠다니
그 많은 노동일을 어찌 감당하실 까 은근히 걱정 했는데  
그 간 일주일에 삼사일은 시골에서 사시며
숱한 시행착오 끝에  
사과를 드디어 생산하신 것입니다.





아마추어이기에
시장에 나오는 고급 사과처럼 색깔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그나마 옆에서 사촌형의 코치를 받으셨기에
이나마 하신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어릴 때 시골서 자라신 그 감각 때문인지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초보치고는 잘 하신 것 같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수확한 사과를 보며 하신 아버지의 이 말씀은
그 안에 들어간 땀방울과 노력을 대변하신 것이었습니다.

가지마다에 달린 사과를 수차례 적과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봉지를 씌우고 걷어내고 비료를 주고 등등
일흔 노구에 비 오듯 땀방울을 흘리며 작업을 한 연후에
나온 소출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가을걷이에 들어간 사과나무를 보며
붉은 사과가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 영롱하고 경외롭기까지 합니다.





한 알, 한 알 묻어 있는 정성이 있기에
중간에 떨어진 썩은 사과도 그저 버려두기 아깝습니다.
아버지는 모두 수거하여 썩은 곳을 도려내고
사과잼을 만들기도 하셨습니다.
      
어찌 사과뿐 일까요 
우리가 늘 먹는 쌀이며 배추, 포도, 복숭아, 감...
시골집에 널부러져 있는 사과밭 농기구를 보며
그 안에 살아 있는 농부의 정성을 이제 읽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늘 어른들이 들려주던 말...
쌀 한 톨도 귀하게 여겨 밥그릇에 남기거나 버리지 말라는
말씀이요...  

적어도 음식만큼은 풍성한 이 시대에도
뙤약볕에서 땀 흘린 농부의 그 방울방울을 통해
이제 사과 한 알을 들며
하나님 허락하신 소출에
감사와 겸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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