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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237

제목 : 신입생들에게 (2006/03/03)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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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봄이 보입니다...

학부 신입생이 들어왔습니다.  

학생생활상담연구소에서 3월 뉴스레터를 발간하는데 신입생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면서 권두언을 써 달라고 합니다. 어떤 것이든 신입생에게 하는 것이면 되니 가볍게 형식없이 써달라고 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원고를 보냈습니다.

시간을 아끼라는 말은 늘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
예수님 모른 채 제 갈 길 몰라 방황했던 대학시절의 제 전철을
신입생들이 안 밟길 원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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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의 소식이 멀지 않음은 이번 주부터 수강신청이 시작되고, 또 탁상 캘린더에 신입생 OT 날짜에 동그란 표시가 되어있음을 보니 더욱 확실한 것 같습니다. 둘째 아들 녀석도 올 봄엔 집 근처 초등학교에 1학년이 되고, 이미 예비소집도 다녀온 터입니다. 이제 유치원 갈 날도 3일 만 남았다고 자못 흥분의 목소리입니다. 뭐가 좋으냐고 하니 유치원엔 운동장이 없는데, 초등학교엔 운동장이 있다나요...    

봄이 조금씩 조금씩 어느새 저 만치 와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곳곳에 개나리 가지마다 노오란 색깔이 피어날 것이고 연두색 이파리가 고개를 내밀 것입니다. 캠퍼스에도 대학의 문턱에 이제 들어선 새내기가 여기저기 보일 것입니다. 좁다란 게시판에는 그들을 손짓하는 게시물들이 가득 메워질 것입니다. 넘쳐나는 게시물들을 기웃 기웃하며 상상의 날개를 피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옛 저의 모습을 쉽게 발견합니다.

26년 전, 나는 대학의 신입생으로 서 있었습니다. 70년대의 중고 시절을 보내고 예비고사와 본 고사를 거쳐 들어 온 학교에서 신입생들은 곧 시대의 격동에 휩쓸리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봄... 당시 시대의 아픔으로 하루도 최루탄 냄새가 안 나던 때가 거의 없던 때... 입학을 하고 곧 이어 벌어진 휴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우편으로 교수님들께 보내야 했습니다.

기대와는 다른 대학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이 좁은 캠퍼스에서 틈틈이 여유를 가지면서 개나리를 보고 미네르바의 연록색 나뭇가지들을 보았습니다. 그 때 그 시절이 젊은 황금시절임을 나는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바보같이 이 생각을 했나봅니다. ‘시간이 멈춰있다면...’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이제 그 후 26년이 흘러 완연한 기성세대가 되었습니다. 막상 뒤 돌아 제가 걸어 온 길을 보면 불과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숨 가쁘게 달려 온 그 시간들, 금세 지나온 것 같은데... 보니 삼백육십오 일이 스물여섯 번 지나갔으니 9,490일이고 저는 이제 마흔여섯이 되었습니다. 또, 대학 신입생 이후 지금까지 금세 지나 온 것만큼이나 앞으로 더 지나가면 저는 일흔에 이르게 됩니다. 아... 세월의 흐름에 비로소 체감이 됩니다.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 여러분의 나이 20이라고 하고 우리 인간이 사는 나이가 70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앞으로 50년의 시간.... 곧 18,250일이 남은 셈입니다.        

제가 했던 그 생각... 시간은 더디 갈 것이고 아니 멈춰 있을 것이고, 젊음은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그 때 대학 신입생의 봄.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어리석은지...

이제 18,250일 남았음을... 그리고 내일은 18,249일 남게 됨을 신입생 여러분은 상기하고 촌음을 아끼기 바랍니다.

18,250일 그 안에 졸업을 하여, 합당한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는 그 날이 있을 것입니다.    
18,250일 그 안에 인생의 근본인 하나님을 알게 되고 감사로 살아가는 그 날이 있기를 축복합니다.  
18,250일 그 안에 세계를 품은 여러분이 오대양 육대주를 돌며 그 꿈이 성취되는 그 날이 있을 것입니다.
18,250일 그 안에 열정 있는 여러분의 비전이 성취되는 그 날이 있을 것입니다.

주어진 우리의 시간...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나중에 하늘의 문턱에서 결산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 날에 우리가 최선을 다한 마라토너의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것인지, 가을에 게으른 농부처럼 한탄을 하게 될 것인지...

여러분의 18,250일이 고귀한 젊음의 최선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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