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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163

제목 : 친정애비의 마음으로... (2005/04/28)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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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교생실습 탐방 때 느낀 것을 학부 홈피에 올린 것인데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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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현장에서 한달의 실습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지난 주, 교생실습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과의 학생들이 교생으로 중등현장에서 잘 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지만 교생을 지도하시는 현장의 선생님께 인사도 드리는 시간입니다. 올해는 순방할 학교가 네 학교이네요. 중계동 으로부터 청량리 지역 그리고 저 8학군이라는 강남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순방할 학교도 중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가 다양하게 포함되었습니다.    

교사의 꿈을 꾸며 훈련받는 이 제자들을 찾아가는 그 기분을 아실런지요  약간의 과장이 섞여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시집간 딸을 찾아가는 친정애비의 느낌입니다. 학교에서 이 학생들을 교생으로 기꺼이 받아주신 걸까 아니면 할 수 없이 의무감으로 받으신 걸까  이 학생들이 중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하는데 혹 아이들 앞에서 실수 하지는 않았을까  대학교에서 가르쳐 준 것 가운데 혹시 현장에서 정작 필요한 것이 빠져서 현장에서 당혹해 하지는 않았을까  중학생들은 교생들을 좋아하지만 정작 학교 선생님들은 3월부터 겨우 잡아놓은 중학생들의 기강을 교생들이 흐트러지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혹 이 교생들이 미운털이라도 박힌 것은 아닐까  교생들의 연구수업에 시간이 남아서 혹 모자라 학생들은 물론 참관하는 교장, 교감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당황하지는 않았는지... 여러 걱정 가운데 교문을 들어서곤 합니다.  

교생실로 찾아간 저를 보면 모두 반가와 합니다. 정말 친정아버지를 만나 이야기 하듯 재미있던 일, 고생한 일 다 쏟아놓지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는 어느 고등학교에 갔다가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제자 교생을 만났는데 저를 보더니 눈물을 뚝 뚝 떨어뜨린 적도 있습니다.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고생을 하고 있음을요...  

학생신분으로 있다가 일종의 첫 사회생활이니 왜 고생이 없었을까요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 쏟아지는 잡무와 하루 4-5시간 강의... 그리고 특기적성 강의에 시험 채점, 교안작성... 면담까지... 이들의 어깨에 눌린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한 시간 서서 이야기함이 이리 힘든 줄 몰랐는데 연속 세 시간을 서서 강의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들은 비로소 느낍니다. 교사의 직임이 그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입은 마르고 다리는 아픈데 밀려있는 일들이 책상위에 있습니다. 지도 선생님이 시킨 일은 아직도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마음을 다잡으라고 다독거립니다. 시집에 마음 붙이고 잘 살아가라고.. 시절 좋은 친정생활(대학생활)은 이제 잊어버리고 앞만 보고 가라고 말입니다. 저도 교생시절 겪어보았고 현직교사로서 교생도 받아보았기에 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친절히 후배교사가 될 이들에게 열심히 지도해 주십니다. 교생들로부터 현장에서 정말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들을 뵈었다고 말을 들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정말 이 학교로 보낸 것에 저도 뿌듯하지요...  

또 제게 좋은 교생 보내주어 감사하다고 연신 허리를 굽히시는 지도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을 뵐 때는 저는 그들보다 더욱 허리가 굽혀지지요...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이 교생들에게 ‘선생님’하며 인사하는 모습에, 또 그 인사에 밝게 웃으며 답하는 제자 교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빙그레 웃음을 몰래 지어봅니다. 그래도 선생 구실을 하긴하나보다 생각되니 친정애비의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하...          

교문을 나서며, 교사로서 훈련이 진행되는 교육실습 학교 현장에서 저는 새 교사로 탄생할 준비를 하는 교생의 땀방울이 그리고 그들의 눈물이 또 그들의 상기된 뺨이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교사로서 기꺼이 훈련받는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어려움과 곤란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비전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교사가 되게 하소서. 태만의 유혹이 몰려올 때에 신선한 눈으로 현장을 생각하고 학생들을 바라보며 먼저 변화하게 하소서. 하나님, 그들이 무엇보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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