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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217

제목 : 좋은 교사가 되고자... (2005/05/13)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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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교 교육대학원의 수업은 야간입니다.

야간수업 보다는 주간 수업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저는 야간 수업도 야간 수업이 주는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어 좋습니다. 바깥에 어두움이 있지만 환한 교실 안에서는 주경야독의 간절함이 있고 집중이 잘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 교육대학원 수업은 은사탐방을 하고 난 다음에 소감을 제출하는 날입니다. 영어교사가 될 이들 학생들에게 은사 영어선생님을 만나는 과제를 3-4주 전 내주었는데, 오늘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몇 몇 학생에게 은사를 만난 소감 발표할 학생 있으면 함께 나누자고 했습니다.  

올해 이 시간에도 하나님은 정말 귀중한 여러 이야기를 이들을 통해 들려 주셨습니다. 현장의 중진 혹은 노년의 선생님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잔잔히 그 이야기를 해 줍니다. 오늘은 한 명 한 명 들으면서 감동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애 쓰시는 선생님의 마음들이 전달되었습니다.    

기억나는 이야기를 두어가지 써 봅니다.

한 선생님은 교사가 되려는 제자에게 해 줄 이야기로 ‘칭찬’을 말씀하셨답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의 칭찬은 ‘acknowledgement’의 개념의 칭찬이었습니다. 즉,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청소년을 앞에 두고 하는 칭찬의 속에는 ‘잘 한다’의 개념보다는 ‘믿고 있다’는 인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럭비공 같은 청소년을 늘 바라보는 선생님이지만 그 마음에 묵묵히 이런 ‘믿고 있음’의 인정이 있고 그 인정이 전달된 앞에 선 청소년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제 마음이 짜르르 감동이 있었습니다.

또 한 명의 대학원생은 현직 교사입니다. 이 과제를 하러 고향인 전주까지 갔다 온 선생님이자 대학원 학생이지요. 전주에서 만난 그 분의 은사님은 고 3때 담임선생님이셨고 자신이 고 3때, 교대냐 사대냐 망설일 때 영향을 크게 끼치신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인성적인 품성이 지긋하셨던 선생님의 발자취는 이 교사에게 졸업 후 10년 동안 지금도 그 은사님과 계속 교류를 하게 만들었답니다. 고 3 때, 어려움에 있는 학생들과 상담하시면, 상담이 끝난 후 꼭 두 손을 잡아 주셨던 선생님이랍니다. 남자아이들의 못 생긴 두 손을 한동안 잡아주시고 간절함으로 이 학생을 바라보셨을 그 선생님의 마음이 전달되어 또 짜르르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제가 이야기 했습니다. 이런 맛에 우리가 교단에 서 있다고 말입니다. 영어 한 단어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감동에 우리가 교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잡무가 많고 현실은 어렵고 사회의 인식은 떨어져도 이 보람에 우리는 교사를 한다고 말입니다. 학생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 거립니다. 제 감정에 스스로 순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저 또한 이런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니 참으로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이 되고자 여기에 모인 학생들을 축복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 좋은 선생님이 되자고...  
새 학년 담임이 되면 새로이 학부형이 된 이들로 부터 근심이 아닌 환호성을 받는 그런 교사가 되자고요...  
또, 밑 빠진 독의 콩나물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 자라가는 과정에 인내를 갖는 교사가 되자고요...    

밖은 어두운데 우리의 교실은 꼴깍하는 소리도 들릴만큼 조용했습니다. 그러나 안에는 환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매우 행복했습니다.
교사가 되고자 하는 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착한 그들이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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