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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224

제목 : 교육은 제게... (2005/05/24)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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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학부 홈피에 쓴 글인데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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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그것도 대학원 시간에- 갑자기 ‘스승의 노래’를 불러주어 새삼 쑥스러움으로 제 시선은 어디 둘지 몰라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참으로 자격 없는 사람인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자리가 격려가 되고 다시금 신발끈을 조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학생대표 김영득 군과 오민 양이 찾아 와 제게 선물을 안깁니다. 손님이 와 있어 바쁜 가운데 고맙다는 말 제대로 못 한 것 같습니다. 마음엔 역시 고맙기도 하면서 부끄럽습니다. 고교 교사 때부터 이런 행사를 경험했으니 익숙해질 만도 한대 그렇지 못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교육이라는 말을 아주 친근하게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님도 교사였고, 큰 아버님도, 큰 어머님도 또, 큰 사촌형님도 모두 교사였습니다. 교장으로 정년을 맞이하신 큰 아버님이나 아버님은 무려 40여 년 이상을 교육계에서만 계셨지요. 초등 어린시절 방학 때 시골에 가면 큰 아버님께 동네 어른들이 ‘교장선생님’하며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큰 아버님이 자랑스러웠고, 여름방학이면 텅 빈 시골학교, 마루냄새 가득한 복도를 따라 교장실에 들어가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때, 아버님의 뜻을 따라 사범대에 간 것도, 그리고 대학 졸업 후 교사는 되기 싫어 졸업 이전에 이미 대기업에 입사하여 출근도 했었지만 외국 회사를 거쳐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결국 학교로 돌아온 것도,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다니던 회사에 비해 월급이나 근무조건이 열악했지만 저는 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회사생활 할 때 느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자유함과 드디어 제 갈 길을 찾은 안도의 긴 숨을 쉬었습니다. 마치 어두웠던 내면의 죄인이 예수님을 만나 경험하는 죄 사함의 자유함 까지는 아닐지라도, 그에 버금가는 신선한 경험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교 교실에서 가르치다가 가끔 운동장을 보면 운동장 주변의 나무들이 살랑 살랑 움직이는 그 것만 바라보아도 교사가 된 것이 그저 행복했던 뿌듯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교사 첫 해 3월, 너무 신나서 가르치고 있는데 어느 날 교감선생님이 월급이 나왔으니 도장 가지고 서무실에 가서 받아가라고 할 때에 저는 깜짝 놀라던 기억이 제게 있습니다. ‘아참, 월급도 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회사를 다니다 온 제게는 그 당시 총각으로서 월급 때문에 그리 목마르지는 않았던 터였고, 다니던 대기업은 물론 외국인 회사와도 완전히 다른 학교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 고기가 물을 만난 듯 너무 신이 나 있었던 것이지요... ‘월급 안줘도 나 재밌게 가르치는데...’ 하면서 버티다가 이틀 후에 교감선생님의 재촉을 받고 서무실에 내려간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순전했던 초보교사로서의 모습인 듯 하여 빙그레 웃음이 나옵니다.

다시 인생을 산다고 해도 교육의 길은 후회 없이 다시 가고 싶은 길입니다. 국내외의 회사생활을 해 보았기에 저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긍지를 갖게 되는 삶, 후학을 가르치는 삶, 아무 생각 없이 학생들의 눈만 보고 잘 가르치기만 하면 생활을 보장해주니 다른 것 특별히 하는 재주 없는 저로서는 이것처럼 보람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교사를 교육하는 대학에서 교사가 되려는 학생들을 가르치니 보람은 배가 됩니다. 이들에게 저의 교사생활 이야기를 해 주며 행복한 꿈을 같이 꾸게 됨은 제게는 축복입니다.

목사님이 행복한 목회의 기쁨을 말씀하실 때마다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닌가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스승의 날에 생각해 보니 교육만큼 제게 보람과 기쁨을 얻는 일은 없는 듯 보입니다. 하나님께 감사할 일입니다.  

어제, 제자 한 명이 편지를 제게 주었습니다. 그 때가 생각이 나서 당시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아마도 1990년인 것 같습니다. 너무도 행복했던 무지개 빛의 시절입니다. 제가 담임하고 있던 고 2 학생들과 꽃이 만발하던 때, 이화여고 교정 내 류관순 기념관 앞에서 찍었습니다. 단체로 활짝 웃던 학생들의 모습 그대로 기억납니다.... 14년전이니 지금 이들은 모두 아이들이 한 두명 있는 아줌마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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