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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275

제목 : 영화를!!! 보았어요 (2005/08/12)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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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닙니다. 영화관이라고 하는 장소가 주는 부정적인 생각이 어릴 때부터 자리잡아 그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시절에 크게 내 걸려있는 재미있고도 자극적으로 보이는 영화간판에 시선이 가면서도 어두운 영화관은 가서는 안되는 곳으로 알고 자랐습니다. 아마도 학교 선생님들의 순회지도 등 당시 사회적인 억압 분위기에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학생 때, 두 번 간 경험이 있습니다. 한 번은 미성년자불가 영화를 동네극장에서 보고 나왔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영화를 2시간 보고 대낮에 나오려니 얼마나 자신이 한심해 보이던지요... 죄의식이 들어오고요... 머쓱한 마음에 할 일 없는 사람 같아 보이는데 견딜 수 없었습니다. 또, 영화관을 나서는데 빨간 신호등 때문에 영화관 앞에 서 있는 버스 승객들의 시선이 의식되어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그리고는 영화관을 잘 가지 않았습니다. 대학시절  미팅할 때도 영화관은 가지 않았습니다. 순진하게도, 어두운 영화관에 함께 가는 사이는 거의 결혼을 결정한 사이라야 가는 곳으로 인식했습니다. 방금 미팅한 여학생과 영화관에 갔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학교의 언론정보학부의 영화전공인 교수님과 식사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참 특이한 케이스라고 하시며 흥미를 보이시더군요. 아마도 연구주제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억압된 유신체제에 청소년 시절 왜곡된 자아를 가진 전형적인 피해 케이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영화는 우리의 어둡고 은밀한 마음을 자극하는 그 어떤 사악한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 또 시간낭비라는 인식이 제 마음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토요일에 비디오를 몇 개 빌려 배를 죽 깔고 본다는 그런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 영혼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또 한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이기에, 이제 한국영화도 재미있다는 평판을 듣기 시작한 '쉬리'는 커녕, 'JSA',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등등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영화들을 아직 보지도 못했습니다.

시간이 마침 있어 작심하고 영국에서 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와 '말아톤' 등 몇 개를 제외하면 저는 영화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아내는 처녀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는데 고리타분한 제가 영화를 싫어하니 힘들어 했습니다. 최근엔 아이들과 따로 디즈니 만화영화 등을 보러 가더군요...^^

그런 제가 최근에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지난 주 동생이 집에 와 이야기 하다가 가족 모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며 우연히 말을 꺼내는데,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데 이를 보상하려는 듯 저는 먼저 함께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하여 전격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내 아이들 모두 함께 '웰컴투 동막골'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제일 늦은 밤 시간에요... 아이들 방학에 저 또한 방학이어 '이때 아니면 언제 해 보랴'라는 마음에 감행하였습니다.

6.25시 남북 군인들의 특이한 동거 상황도 특이하지만 강원도 산골의 아름다운 모습과 강원도 특유의 사투리가 은은한 재미를 더해 주는 영화입니다.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아연하게 할 만큼 깨끗한 모습이구요...

마지막 전투 장면이 이 영화가 이데올로기를 극복한 영화라는 생각을 하더라도 다소 오바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더군요.

오랜만에 본 영화...  
3대가 함께 모여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한 영화...
이해와 사랑이 자리하면 남북 적군들도 함께 동거하네요...
  
아울러, 우리가 바라보는 통일에 대한 모습이
비록 비현실적인 영상속이었지만  
새로이 꿈 꿀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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