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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15 | 조회수 : 199

제목 : 래프팅 (2005/08/23) 글쓴이 : 이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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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현리...
아마도 군대생활을 강원도에서 한 사람이면
들어 본 지명입니다.

홍천을 지나 인제 부근의 군단 사령부가 있는 현리까지
3시간을 야심에 달렸습니다.
비가 엄청 오더군요...

아는 분이 그 곳에서 군 간부로 근무하기에
우리 가족과 몇몇 사람들 함께 찾아 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래프팅을 하였습니다.

그 전날 밤, 비가 억수로왔기에
조금 걱정하면서 말입니다...

처음 5분은 잘 노를 저으며 나갔습니다.
그런데 급류에서 보트가 바위에 부딪치며
함께 탄 일행 한 분이 급류에 빠졌습니다.

저와 다른 일행이 80킬로가 넘는 그 분을
끌어 올리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보트위로 급류가 넘어와 보트는 이미
수면 아래로 잠겼습니다.

조종간을 잡고 있는 뒷 편의 가이드가 외칩니다.
옆의 바위로 대피하라는 다급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콸콸거리는 급류의 소리가
호우가 온 그 다음 날인지라 우리를 삼킬 듯 바로 옆에서
마치 거대한 폭포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우리는 급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뒤에 있는 6살짜리 우리 둘째아이를 보니
어느새 물은 그의 가슴까지 차 올라왔습니다.

황급한 마음에 아이부터 옆의 바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급류 한 중간에 있는 좁은 바위에 겨우 올라 앉아 있는데
아이가 위태 위태해 보입니다.

그리고 아내를 대피시키는데...

보트가 바위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바위를 잡은 나를 타 넘고 가라고 소리쳤습니다.  
    
아내는 그런 나를 타 넘지는 않고
보트 옆 쪽으로 가다가 바위를 잡은 채 물에 빠졌습니다.

아내의 다리를 잡고 바위 위로 올리려 했으나
잘 안 올라 갑니다.

바위와 보트 사이에 다리가 끼어 못 올라 간다고 호소합니다.

한참을 실갱이 했습니다.
바위를 잡은 아내도 손에 힘이 빠져갑니다.

함께 동행한 일행 한 분이 저 옆의 바위를 잡고 돌아와
아내를 겨우 끌어 올렸습니다.  

이 모든 시간이 약 2-3분인데 30분은 된 것 같습니다.
생명의 위급함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생과 사의 선을 왔다 갔다 한 것 같습니다.

래프팅이 그저 터프한 놀이기구 정도로 만만히 생각했다가...

지금 그 순간을 생각해도 가슴이 떨립니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멍해 집니다.

무사히 살아 돌아왔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겸손함을 다시 배웠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 모두
건강한 여름 마무리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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