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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5 | 조회수 : 417

제목 : (이상훈 교수님 칼럼) 자민당의 미래는 있나 (국민일보, 2010.03.29) 글쓴이 : 일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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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ㅡ이상훈] 자민당의 미래는 있나

 

자민당은 1955년 창당된 이래 2009년까지 늘 일본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런 자민당이 작년 8월 30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으로 전락했다.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제1당 지위를 상실한 것은 창당 이래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은 자민당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중의원 선거 직후 행해진 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대답이 66%로, ‘불가능하다’ 19%를 크게 웃돌았던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62%, 무당파층에서도 61%가 자민당의 재집권을 예상했음을 볼 때 많은 일본인이 자민당에 의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후 7개월이 지났고, 건전한 야당으로의 탈피를 기대했던 국민에게 자민당은 과거 ‘만년여당’으로서의 영광만을 먹고 사는 힘없는 정당으로 비치고 있다. 3월 24일에는 2010년도 예산안이 전후 다섯 번째의 스피드로 국회를 통과했다. 예산안 통과가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은 여당의 업적, 야당의 실패로 평가된다. ‘정치와 돈’의 문제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에 더해 고바야시 치요미 의원 측이 위법적인 선거자금을 받은 것이 명백해진 상황에서도 자민당은 하토야마 정권에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정권교체 가능성 멀어져

   

3월 초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1%, 자민당 20%로 1월의 조사와 비교해 민주당은 2% 포인트 하락했지만 자민당은 20%를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참의원에서도 과반수를 획득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찬성이 33%, 반대가 57%라는 점이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자민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지 않다. 그 배경에는 민주당 정권에 불만과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다시는 자민당 정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일본 국민의 속마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해도 자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 국민 입장에서는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의사의 표현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의 의사를 수용할 수 있는 제3세력의 결집이라는 명분 하에 정계개편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자민당 내에서 활발하다. 저공 비행하고 있는 당 지지율에 책임을 물어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의 사임과 당 집행부의 쇄신을 요구하며 마스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상과 요사노 가오루 전 재무상이 ‘신당 결성’을 언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민당과 민주당을 대신할 제3세력 결집을 목표로 하토야마 구니오 전 총무상이 탈당했다.

  

본격적인 정계개편 움직임은 참의원 선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중의원 선거와 달리 참의원 선거는 정권선택 선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하더라도 민주당이 중의원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정권교체는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자민당 분열, 신당 결성 등 야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계개편 움직임은 민주당을 끌어들이지 않는 한 정권교체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당은 참의원 선거 패배를 전제로 오랫동안 자민당의 연립정권 파트너였던 공명당과 연립을 상정한 접촉을 시작했다.

 

無비전이 정계개편 불러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정계개편은 정권 획득이라는 목적 외에도 시대적 요청과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정치세력 결집의 결과로써 이루어져야 함에도 모든 것이 선거 승리를 위한 당리당략 초점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란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희망과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과 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정치를 믿고 정치에 동참한다. 그래야만 개혁도 변화도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민당에게서는 철저한 반성과 새로운 출발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없다. 일본의 진로에 대한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민당의 미래가 어둡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이상훈 한국외대 교수 (일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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